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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8년 전 쯤, 워킹홀리데이라는 명목으로 뉴질랜드에 6개월간 머문 적이 있다. 그리고 일정의 막바지 쯤, 북섬에 머물던 나는 뉴질랜드 남섬의 끝자락에 있는 더니든이라는 도시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뉴질랜드에서는 교육의 도시로도 유명한 이 젊은 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스코틀랜드풍의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중국풍의 정원이었다. 이틀정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내 기억속의 더니든은 무척 다채로운 표정과 색상을 지니고 있는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판넬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공장과 굴뚝, 그리고 아파트가 가득한 무채색의 공업도시에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때로 그곳이 그리워지곤 한다.

 

 이 책은 알쓸신잡 출연으로 유명해진 유현준 교수가 쓴 글이다. 아무리봐도 제목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차용 해 온 것 같다.

 

 높이 치솟는 집값처럼 비슷비슷하게 생긴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이웃과의 마음의 간격처럼 도로를 좌우로 넓혀나가는 동안 우리가 사는 도시는 정말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까?

 

2. 책의 내용

 

 책은 건축에 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에서는 우리에게 창의적으로 살라, 늘 혁신하고 변하라고 요구하며 왜 가장 창의적으로 커야할 우리 아이들에게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교실을 가진 교도소 같은 학교에서 자랄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원 중 하나인 회사의 사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장을 뽑아보라면 ‘3장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였다. 예전에는 공공재처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고 돈을 지불하여 공간을 사야만하는 시대가 되면서 돈이 없는 중학생들은 편의점으로 돈이 좀 더 많은 대학생 이상은 커피전문점이나 모텔대실로 돈이 없다면 잠시 동안 편히 쉴 공간조차 구할 수 없는 도시의 차가운 이면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공간을 즐기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게 집값이든 월세든 카페의 커피 값이든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몇 평으로 계산되는 공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3. 마무리

 

 책은 건축과 공간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에 관하여, 그리고 건축을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를 어떻게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지 이야기한다.

 

 현대적 도시가 생기고부터 확언은 할 수 없었지만 현대 사회에 들어서 개인들은 점점 파편화되고 해체가 되어가고 있다. 집에서 함께 거주하는 이들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제는 1인 가구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고 사람들은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하며 경험을 공유며 슬픔과 기쁨을 공유 하는게 아니라 SNS 사진을 통해 좋아요를 공유하는 시대이다.

 

 건축이랑 내부와 외부 공간을 분리시켜주는 역할도 하지만 소통을 시켜주는 역할도 한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 지구라트나 고인돌, 피라미드와 같은 거대한 건축물은 권력과 신분, 종교적 권위를 상징하며 지배층과 피지배층을 분리시키고 분리하는 역할도 했지만 로마의 콜로세움의 경우는 여러 민족이 공통의 경험을 가지게 해주는 화합과 소통의 역할을,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극장의 경우에는 그리스 민주주의 사회를 완성시켰다고 평가했다.

 

왕이나 제사장이 아니라 일반 국민도 언제든지 시선 집중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평등한 권력의 공간구조를 제공하는 디오니소스 극장이 그리스 민주주의 사회를 완성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4차 산업시대가 오면 전문가들은 모든 것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런데 우리는 점점 높은 벽과 넓은 도로로 서로를 분리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뉴스나 기타 전문매체에서 부동산에 관해 떠들 때, ‘가격수익률에 관해 이야기하며 건축물을 자본주의 신앙의 상징물로 만들고 대부분의 청자가 그것을 손쉽게 수용하는 동안 우리가 잊어버렸던 것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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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아마 인간이 존재하고부터 세상살이에 저마다 자기 삶에 힘든 일이 없고 고생하지 않은 개인이나 세대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기원전 석기시대에 태어났다면 생존 자체가 투쟁이었을 것이고 그 이후로 신분을 잘 못타고 난다면 군대에 끌려가거나 귀족의 변덕에 죽을 수도 있고 귀족이 된다 하더라도 황제에 의해 눈알 뽑히고 궁형을 당할 수도 있다. 왕이나 황제로 태어나도 마찬가지다 오직 혈통빨로 로마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영토를 소유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카를5세의 경우에도 유전병으로 평생 고생하다 사망한다.

 

 물론 조선시대에 지어진 소설이긴 하지만 (제목이 기억이...) 때를 잘 못타고나 조선시대에 큰 전쟁이란 전쟁은 모두 겪는(아마 임진왜란 ~ 정묘호란 까지인걸로 기억한다.) 불운한 사내의 이야기도 나온다.

 

 아무튼 나이든 세대에게 젊은이들은 늘 예의범절이 부족하고 젊은이들은 앞 세대가 만들어 놓은 세상이 불합리한 법인가 보다. 오늘 날도 마찬가지이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고 돈이 없어 삼포세대는 우습고 포기하는 숫자는 계속 올라간다. 그런 가운데 또 누군가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해체되어가는 와중에 낀 세대라는 명칭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2. 줄거리 

 

 보험회사에 근무하던 30대 초반의 영호는 보험금 수령을 위해 회사로 찾아온 2기 암환자인 채연과 만나고 냉면집에서 우연한 재회 이후 금방 사랑에 빠진 채 결혼을 한다.

 

 채연은 미국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었다. 결혼을 한 채연은 미국에서 아이를 불러 들이기로하고 영호 역시 이에 동의한다. 아이의 이름은 샘이다. 샘의 이모는 히스테리가 섞인 걱정으로 영호에게 아이를 인계한다.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되어버린 샘은 이런 저런 말을 건네 보지만 샘은 대답하지 않는데. 길을 가다 틀어진 TV에서 체인지 킹의 후예라는 전대물이 나오자 샘은 마치 화면에 빠져들 듯 영상에 빠져들고 영호는 우연히 한밤 중 체인지 킹의 후예를 다시보기 하고 있는 샘을 발견한다.

 

 그리고 영호는 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체인지 킹의 후예에 대해 파고 들기 시작하며 기묘한 만남이 시작된다.

 

3. 마치며

 

 이 책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 같다. 현재 사회적 일반 상식처럼 통하는 혈연으로 된 가족 구성에 실패한 이들이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를 돕고 관계 맺음을 통해 대안적 가족을 구성하고 종국에는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책은 어떻게 보면 온 세대의 실패자들은 죄다 모아놓은 것 같다. 자식을 건사하는데 실패한 부모, 히키코모리,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식들까지 책에서 그들을 사회로 다시 불러들이고 품어 준 것은 혈연이 아니라 관계였다. 그 관계의 중심에 있는 것이 서로에 대한 관심이고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체인지 킹이었다.

 

 이 책을 보다보니 가족에 관해 쓰여진 책 중 좋아하는 책인 무라카미 류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가족이 떠올랐다. 물론 지상에서의 마지막 가족 같은 경우 가족 내부의 문제는 있을지라도 사회가 생각하는 평범한 혹은 정상적인 가족의 구성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의 결말은 (아마 본지가 오래되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족이라는 명칭 하에 서로를 구속하고 구원할 수 있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결국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자기 자신의 구원이 곧 다른 가족 구성원의 구원으로 이어 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 사이 가족의 모습은 급격하게 변화 되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심지어는 요즘은 일인 가구가 대세이다. 과연 대안가족이 미래의 우리의 관계를 구워할까? 아니면 결국 우리를 구원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스스로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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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나온지가 10년도 넘어 김영하 작가의 좀 더 젊은 시절 사진을 표지에서 감상 할 수 있었던 소설책이다. 마치 미드 '24시' 처럼 그 어떤 날과도 달랐던 기영의 가족의 하루를 그려놓은 책이다.

 

 책의 표지는 실제로 동명의 그림인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 사용되었다. 무척이나 평온해 보이는, 밝은 푸른하늘과 그 아래에 가로등 등불을 밝힌 어두컴컴한 집과의 대비와 빛과 어둠의 동시성은 무척이나 인상 깊다.

 

2. 줄거리

 

 기영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년가장이다. 아내와의 관계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럭저럭이고 중학생인 딸과의 관계는 그것보다는 좀더 좋아 보인다. 하고 있는 일은 영화 수입상, 상업성이 좋은 영화를 수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도 그럭저럭이다. 차는 소나타다. 영화 수입상이라는 직업이 특이하긴 하지만 그 외에는 무척이나 평범한 아파트 한동에서 하나 둘 정도는 발견 할 수 있을 법한 중년의 남성이다.

 

 그런 그에게 평소에는 겪어 본 적이 없는 두통이 찾아오고 북에서는 실제 신분이 간첩이 었던 그에게 '귀환' 명령이 마치 갑자기 찾아온 두통처럼 찾아온다.

 

3. 마무리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은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였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인 줄 알았던 기영은 평양이 고향인 간첩이었다. 그의 아내 마리는 평범한 영업사원이지만 젊고 똑똑한 대학생 남자친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엘리트 계층에 속할 법한 이 대학생과 그의 친구 역시 쉽게 드러내놓고 밝힐 수는 없는 범상치 않은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가장 순수할 법한 기영과 마리의 딸 현미 역시 비밀을 가지고 있다. 마리를 쫓던 국정원 요원도, 현미의 국어 선생님이자 기영의 친구였던 소지 선생님 역시 남들에게 말하기 쉽지 않은 비밀을 하나씩 다 품고 있다.

 

 위성곤이 기영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연기를 안 한 거죠. 지금 보시는 게 바로 연기입니다. 회사에선 평소 집에서 하던 대로 했을 뿐입니다. 포르노를 보고 코를 후비고 졸고 그러는거죠. 대학 다닐 때 연극반에 잠깐 있었는데요, 그때 그런 얘길 들었어요. 연기라는 게 없는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자기 안에 있는 또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조명탄이 꺼지면 바다 속 잠수정은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너무 강한 조명아래에서 얼굴의 음영이 지워져서 마치 유령처럼 보인다. 그래서 인간이란 모름직이 밝은 곳에서 쓸 가면이 하나씩 필요한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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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가끔 천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어떤 모습이 보일까라는 궁금증이 든다. 사람마다 그 차이가 적든 많든 서로 같은 물건을 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떠올리니 당연히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겠지만 왠지 그들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특별 할 것만 같다.

 

 그 중에서 가장 궁금한 작가는 이상과 카프카이다. 두 작가가 쓴 글들을 보면 대체 세상이 어떻게 보이길래 이런 글을 쓴 걸까 라고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성은 카프카의 장편 3부작 가운데 하나이다. 안타깝게도 완성이 되지 않은 작품이다. 다음 장면으로 들어가는 묘사 도중 뚝 끊어져버린다. 책을 읽고 나니 다음 장면이 궁금해 머리카락이 간질간질 거리는 기분이다.

 

2. 줄거리

 

 굉장히 난해한 책이다. 사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과연 이걸 줄거리를 정리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과연 맞게 줄거리를 정리 하긴 하는 것일까? 라는 무력감이 든다.

 

 소설은 K가 베스트베스트 백작의 성에 측량사로 초빙되어 밤늦게 마을 여관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피로한 상태에서 숙박을 청하는 K에게 어떤 남자가 굉장히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면 뭔가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K는 외지인으로써 마을에서 굉장히 배척 받는다. 그리고 K는 그런 원주민들의 태도에 진절머리를 치며 성으로 들어가길 원하지만 어째서인지 성에는 전혀 닿을 수 없고 자신의 직속 관리자인 클람에게 직접 접근하려하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는데.

 

3. 마무리

 

 줄거리 파트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책이 굉장히 난해하다. 인물들 간의 대화도 뭔가 핀트가 어긋나 있고 시간과 공간 역시 뒤죽박죽이다. 마치 문장이 휙휙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것 같아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이야기의 미로 속에 처박혀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라는 의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 집중해서 읽어도 마찬가지일 건 같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흥미롭다. 마치 굉장히 폐쇄적이고 뭔가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집단의 속살을 한 꺼풀 한 꺼풀 파헤쳐가는 기분이다. 그런데 그게 별로 기분이 좋다는 건 아니다. K를 따라 가다보면 그리고 그가 변화되는 것을 보면 나 역시도 무척이나 피곤함이 느껴졌다. 도무지 실체라는 것을 잡을 수 없다.

 

 내가 직장인이라 그런지 등장인물들의 행위가 마치 혹시 모르는 일을 대비해 쌓아두는 자료 같이 느껴지고 누가 제대로 보기나 할지 의심스러운 알 수 없는 윗사람들 개별 입맞에 맞춰 수 많은 버전으로 수정이 가해지는 보고자료처럼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K는 버그이다. 절대로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아니 실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집단에서 만들어낸 버그이다. 프로그래머의 손에 의해 탄생했지만 필요치 않은 버그, 사실 프로그램에 버그가 있더라도 눈에 띄지 않고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중 아무런 오류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K는 너무 눈에 띈다. 자칭 클람의 여자인 프리다를 훔치고 마을 사람들의 충고에 따르지 않고 접근하지 말라는 바르가스 집안에 접근하고 관리들의 권위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K전에는 올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려진 형벌은? 사회적 매장이었다. 마을 내 꽤나 권위 있던 그녀의 집안이 아무런 명령서나 손짓도 발짓도 없이 소위 암묵적 합의에 의해 순식간에 작살이 나버린다.

 

당신은 성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을 사람도 아니에요.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신이 그 무엇이긴 해요. 즉 당신은 이방인이고 불필요한 사람이며 어딜 가나 방해가 되는 사람이에요.

 

경계에 관한 사소한 다툼은 우리 스스로 조정하지요. 그러니 우리에게 측량사가 왜 필요 하겠습니까?

 

실수 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 관청의 근무 원칙입니다.

 

 그리고 대체 클람은 누구일까? 그가 실존 하긴 하는 걸까? 때때로 그는 존재가 의문스러운 신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신의 권위를 이용하는 관리들은 신자들에게 신의 말씀을 전한다는 핑계로 권력을 행사하고 그들의 말에 의문을 가지거나 반기를 드는 이들은 신의 이름을 빌어 파문에 처한다!

 

아무튼 프리다는 클람의 애인이다. 클람을 만족시키는데 어찌 다른 사람들이라고 경탄하게 만들지 못 하겠는가.

 

클람의 이름을 사용하지 마세요.‘나 다른식으로 부르지, 제발 이름은 부르지 마세요.

 

부연해서 말하자면 사실 이 조서를 통해서만 드는 클람과 공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거예요.

 

클람은 왜 어떤 사람을 보는 걸 못 견뎌 할까요? 하긴 도저히 시험해 볼 도리가 없으니 증명할 수 없는 일이지만요.

 책을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이 시선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상황, 혹은 장소의 변동에 따라 사람들의 외양과 성격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알아 챌 수 있다. 프리다가 K를 따라간 후 그녀의 자리를 차지한 페피의 변화 그리고 프리다가 돌아 온 후의 변화, K를 따르던 조수의 모습, 관청에서의 바르나스와 집에서의 바르나스까지 재미있다. 마치 인간의 페르소나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쉽다. 뭔가 점차 실체에 접근하려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순간 책이 뚝하고 끊겨 버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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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들어가며

 

 채피는 2015년 개봉작이니 꽤나 오래된 영화다. 포스터는 꽤나 귀여워 보이는 로봇에 온갖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고 벽에도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총이 뉘여져 있는 걸로 봐서 굉장히 가볍고 발랄한 영화라는 느낌이나는터라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봤다면 분명 욕하는 사람이 많았을 꺼라고 생각되는 영화이다. 엄청나게 디스토피아적인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를 보는 감상을 표현하자면 마치 너른 밭에서 감자를 캐내듯 영화 장면과 대사 곳곳에 숨겨져있는 감독의 메세지를 드러내고 고민을 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즐거운 영화였다. (즐겁다 라고 하기엔 주제가 좀 무거운 것 같은게 사실이다.)
 
 이 때는 알파고가 세상에 등장하기 전이니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영화의 모습들이 일부분은 현실로 실현이 된터라 좀 더 마음이 무겁다. 지금도 A.I가 인류를 구원 할 것인지 인류를 위협할 것인가를 부터 시작하여 여러가지로 A.I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영화를 보고 나도 문득 궁금해졌다.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의 예측처럼 A.I가 특이점을 넘어선다면 과연 무엇으로 A.I와 인간을 구분 할 수 있을까?
 

2. 신화

 

 등장 인물들을 뜯어 보면 참 재미있다. 먼저 채피의 원형인 로봇 스카우트의 제작자이자 채피의 A.I 설계자인 디온은 마치 신을 연상시킨다. 그는 기존 인간이 혹은 산업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해(계속 되는 파손으로 인해 복구에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상황) 폐기 처분 위기에 놓인 22호를 사장의 지시를 어기고 빼돌려 자신이 개발한 A.I를 장착시킨다.

 
 그리고 그는 곧 채피를 자신을 납치한 갱단에게 빼았기는데 그 와중에도 채피에게 자신이 그를 창조한 창조주임과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희망, 그리고 인간을 해치지 말라는 약속을 하게 한다. 마치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곧장 갱단에게 채피를 빼앗기는데 그들 (특히 아메리카와 닌자)의 모습은 마치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으라고 유혹하는 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디온과 대치하는 빈센트는 마치 창조론의 수호자처럼 보인다. 자율적인 A.I를 부정하고 그림을 그리는 채피를 발견하고 성호를 그은 그는 채피를 잡았을 때 그의 머리에 든 것은 데이터 덩어리일 뿐이라고 소리친다.

 

3. 채피

 

 영화는 당연히 채피를 빼놓고 말을 할 수 없다. 채피의 모습은 완전히 인간을 연상시킨다. 하긴 개발자인 디온의 목표가 당연히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A.I 였으니 당연한 결과이긴 하다. 그리고 마치 인간처럼 주변에 관계된 인간들을 변화시키기까지 한다.
 
 소심하고 나약해보이던 디온은 총을 들게 했고 거칠고 악의만 가득차 보였던 욜란디는 '마미'를 자청하게 만들고 그를 아기처럼 돌보게 한다. 종국에는 처음에는 채피를 도구로 물건으로만 다루었던 닌자조차 말뿐이 아닌 진짜 '파더'로 행동하게 만든다. 현금 수송차를 털고 새로운 몸을 줄 수 없다고 고백하고 그 사실을 안 채피가 마치 자식이 부모에게 따지 듯 왜 거짓말을 했냐고 격렬하게 항의하는 채피에게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하고 죄책감 어린 표정을 짓는 닌자를 보며 연출한 감독에게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압도적인 악의를 보이며 마치 성전을 치루며 악을 정화를 행하는 듯 잔혹한 행동을 서슴치 않으며 자신의 '마미'를 죽인 빈센트를 공격하는 모습은 영화를 지켜보고 있는 나마저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모습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묘하게 동조 시키게 만들었다. 정리하자면 빈센트보다 오히려 채피가 더 인간다워 보였다.
 
 채피는 다른 로봇들과 달리 애초에 수명이 정해져있었다. 배터리 손상으로 인해 수명은 단 5일, 태생부터 굉장히 인간답다. 그리고 불완전한 인간답게 영생을 꿈꾼다. 자신을 불완전하게 탄생시킨 디온(신 혹은 설계자)에게 항의하고 디온이 불가능하다고 한 마음을 옮기는 일까지 해낸다.
 

 

4. 과연 무엇이 인간인가?

 

  채피가 아직 세상을 제대로 알기전 욜란디가 읽어주던 책에서는 검은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채피에게 '겉모습이 다른것은 중요하지 않고 내 안에 무엇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그게 널 다르게 만들어준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닌자의 손에 이끌려 나간 맞닥드린 세상은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채피의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채피의 겉모습을 바라보고 로봇 경찰이라고 공포에 질리거나 경멸한다. 채피가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이 없다. 채피가 완전히 성숙하고 주변은 채피를 인간적으로 받아 들였지만 양키와 빈센트에게는 여전히 하나의 로봇일 뿐이었다.
 
 이 영화의 결말은 소름끼친다. 디온은 마음은 옮길 수 없음으로 채피가 다른 로봇으로 옮겨지면 더 이상 같은 로봇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견해는 채피를 처음부터 인간적으로 대해주었던 마미 욜린다고 마찬가지다. 그런데 영생에 대한 욕망으로 마음을 옮기는데 성공한 채피는 그 첫번째 대상으로 죽어가는 디온을 로봇으로 옮긴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디온은 살아 있었고 자신이 로봇의 몸에 들어 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미 과연 그 디온이 이 디온인지 그냥 복제된 데이터인지에 관한 의문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소름돋는 건 그 다음이다.
 
 닌자를 구하기 위해 죽은 욜란디, 어찌보면 사랑하는 이를 위한 죽음이라는 굉장히 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한 그녀의 육신은 땅아래 묻힌다. 그런데 채피가 그녀의 마음의 백업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욜란디의 말대로라면 그녀의 영혼은 이미 먼곳으로 떠난 상황, 그렇다면 USB에 담긴 그녀의 마음 무엇일까?
 
 채피는 그녀의 마음 백업데이터를 이용해 그녀를 살려낸다. 그녀의 모습은 좀 더 인간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채피는 말한다.
 

"이젠 우린 둘다 검은양이야"

 

 조금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부활한 욜린다는 채피보다 조금 더 인간적일까? 아니면 모두가 채피 같은 모습이 되면 채피가 가장 인간적일까?

 

5. 마치며

 

 지난 여름에 레리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를 읽었었다. 문과인 나에게는 외계어가 쓰여진 것 같은 더럽게 어려운 책이 었다. 책에는 여러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국 인간은 육신을 벗어던지고 데이터가 될 것이다 라는 식으로 예건이 되어있었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그때는 최근 영화였던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는 로봇몸에 들어가 디온을 떠올리게 되었다. 과연 로봇의 몸에 들어가서 말하는 디온은 정말 인간 디온일까? 아니면 디온의 데이터일까?
 
 문득 '우리는 객체이자 주체로써 서로를 투사한다.' 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아직까지는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은 인간끼리 서로 증명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A.I가 더 자연스러워지고 모두 채피와 같은 모습이 되면 채피가 인간이 되는 것일까?
 
 검은양이 농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면 과연 양은 검은색일까 흰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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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우연히 그리고 또 급작스럽게 베트남 출장을 10일 정도 가게 되면서 가는 김에 베트남에 대한 이해나 높여보고자 하는 생각으로 비행기 타는 동안 읽으려 책을 고르게 되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논하면서 지금의 남북을 만든 한국전쟁을 빼놓을 수 없듯 베트남을 논하면서 베트남 전쟁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비행기를 타는 동안 책을 읽지도 않았고 (잠이 너무와서) 베트남에서도 읽지를 못하고 한국에 귀국하고 나서야 읽게 되었는데 베트남에 대한 이해를 높여 주기보다는 오히려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한 단면을 들춰 읽은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자기나라 방위도 홀로 하지 못해 미군의 도움을 받던 가난한 나라에서 대체 어떻게 다른 나라의 전쟁에 까지 개입하게 되었던 것일까?

 

2. 책의 주요 내용

 

책은 베트남 전쟁이 베트남에 미친 영향 보다는 한국과 세계사에 미친 영향 그리고 대부분 사람이 모르는 베트남 전쟁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다.

 

베트남 전쟁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작게는 미국에 반전운동이 벌어지고, 미국의 정권을 바꿔놓았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세계의 헤게모니를 지배는 강대국으로 군림하던 미국에게 타격을 주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패함으로써 세계 곳곳에 개입을 하던 미국은 그 활동이 위축되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막대한 전비로 인해 미국이 지탱하고 있던 금환본위제가 붕괴하면서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된다. (이점은 미국에게 좋은 거 아닌가? 아님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 금융재벌들에게만 좋은 일인가?)

 

또 우리나라는 이 전쟁으로 인한 특수로 경제가 부흥하고 외화를 벌어들이게 되는데.

 

책은 미국이 벌인 전쟁은 명분도 시기도 전략도 적도 모호한 모든 것이 적절치 않은 전쟁이라고 평한다. 그리고 그런 전쟁에 참여하게 된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을 비판한다. 그들이 이 전쟁에서 얻고 자 한건 돈! ! 그리고 더 많은 돈 뿐이었다.

 

적과 아군이 뚜렷하지 않은 정글 속 최악의 전장에 파견된 가난하고 무지한 혹은 강제로 동원 된 젊은이들의 피 값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심지어 전쟁 당사자인 남베트남군의 병사에 비해서도 싼 값이 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그리고 전쟁통에 벌어졌던 민간인 학살과 기타 전쟁에서 드러나는 추악한 모습까지 책은 다루고 있다.

 

 

3. 마치며

 

이 책은 전쟁에 참여했던 일반 병사들의 행위를 꾸짖기 위한 책이 아니다. 그들을 사지로 내몬 사람들을 비판 받아야한다.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파병을 나갔던 병사들은 그들의 애국심에 대한 보답과 찬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전쟁터에서 있던 추악한 사실들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할 것은 그들을 사지로 내몰았던 국가와 위정자들이다.

 

용병도 아닌 사람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돈을 벌었다. 일본은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전쟁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경제를 성장 시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경제성장과 독재정권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에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또 만약 정말 책에서처럼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면 피해자가 납득 할 때까지 충분히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그것이 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베트남 전쟁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남겼다. 그리고 한국군이 주둔 했던 다낭은 이제 베트남으로 관광가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되었고 내가 찾아갔던 하노이에서는 박항서를 외치며 한국인인 나를 꽤나 살갑게 맞아 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의 부제처럼 이 전쟁이 잊혀 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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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문득 돌이켜보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들은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증오는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나 이제는 해체되어버린 소련을 떠올리면서 실패한 체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대체 그것이 민주주의이자 자본주의 국가를 살아가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이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2. 책의 내용

 

책은 레닌과 트로츠키, 스탈린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서 대부분 알고 있을 지도모를 러시아 혁명사에 관여했던 주요 인물들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러시아 혁명에 영향을 받았던 나라들의 당시 상황을 소개한다.

 

책은 어려운 공산주의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보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러시아 혁명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 그리고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나라들을 차분히 설명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어나가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충분 할 것이다.

 

3. 마치며

 

러시아 혁명은 분명 미완의 혁명이다. 한 때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끌던 두 개의 축 중 하나였던 소비에트연방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들이 추구하던 (적어도 그들을 이끌던 지도자가 주장은 하던, 실천이야 어찌 됐건) 이상은 실패한 것으로 치부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세계를 경제를 이끌던 자본주의는 또 다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과연 이 시대에 실패한 러시아 혁명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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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누구나 제목은 한 번쯤 들었을 명저인 '죄와 벌' 드디어 다이제스티 판이 아닌 완역본으로 읽었다. 읽은 날짜는 꽤지났는데 도저히 리뷰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아 못쓰고 있다가 드디어 쓰게 되었다. 축약본 조차 꽤나 긴 이 책을 완역본으로 보려면 800페이지가 넘는 무시무시한 두께의 책이 된다. 그리고 러시아 소설 특유의 등장인물의 이름이 헷깔리는 상황을 끊임 없이 마주하다보면  정신이 혼미헤지는 기분이든다.

 

 지독할 정도로 상세하고 치밀한 묘사를 읽다보면 가끔씩은 내가 살인을 저지른 로지온 마냥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는데 여기에 기여한 것은 당시 러시아의 고료 산정 방식에도 영향이 있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의 고료 산정은 글자 수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하니 작품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톨스토이와 달리 가난한 집안 출신인데다 개인적으로도 도박에 빠져있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상황에서는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축약본의 경우 로지온과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다보니 다른 등장인물들의 특색이 살아나지 않았는데 완역본으로 보니 로지온을 제외한 등장인물들도 굉장히 특색있고 흥미롭다. 대체 이 소설 한편에 이런 인물들을 어떻게 다 엮어 넣을 생각을 했을까라고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2. 줄거리

 

 아마 다들 이 책에 스토리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보거나 읽어는 보았을 것이다. 어린이용 만화책으로도 많이 나왔으니 말이다.

 

 가난한 대학생인 로지온은 전당포를 운영하는 노파인 일리나를 계획적으로 죽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일리나의 동생인 리지베타를 도끼로 살해하게 되고 그의 범행이 들키려는 순간 운 좋게도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후 로지온은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게 되고 결국은 포르피리의 압박과 소냐의 설득에 힘 입어 자수를 하게 되고 시베리아 수형소로 향하게 된다.

 

 이야기는 살인사건을 중심에 놓고 풀어나가지만 살인사건 그 자체보다는 그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 정확히는 살인사건을 일으킨 인물의 배경사상과 그 이후의 심리 상황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살인자의 분신과 같은 역활을 하는 인물과 주변인들이 그를 끊임 없이 자극하며 그의 행위와 사상의 괴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그게 읽는 사람이나 로지온을 끈덕지게 붙들고 늘어진다.

 

 

3. 죄

 

 그 유일한 이유인즉 자기가 계획한 일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로지온은 일종의 자아도취 상태이다. 그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일리나를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은 그를 벌할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는다. 나폴레옹을 숭배하다시피 하는 로지온의 이런 생각은 그의 논문을 통해 은근슬쩍 드러내고 있다. 위대한 자는 법률을 초월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돈을 훔치고도 쓰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의 어머니가 겨우겨우 마련해서 보내준 돈마저 몇번 보지도 못한 소냐의 아버지의 장례식에 써달라고 다 줘버린다.

 

 로지온은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살인사건을 제외한 그의 행위들을 보자면 그가 진정으로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명예와 정의를 아는 인물 같다. 어려운 친구를 돕고 절망에 빠진 가족을 사려 깊게 돕는다. 그리고 눈앞의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진정한 가족의 행복을 챙긴다.

 

 또한 라주미힌 같은 친구를 가지고 있고 그의 주변 사람들 조차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난 이후 광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참을성 있게 그를 챙기는 것을 보면 (심지어 숙소의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자 조차!) 평소 그의 행실이 어떠했는지는 짐작하고 남음이다.

 

형씨, 극빈은 죄랍니다. 그냥 가난한 정도라면 아직은 타고난 감정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빈한 상태라면 아무도 절대 그럴 수 없지요.

 

 로지온은 소냐의 아버지의 입을 빌어 또 다시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연히 자신을 심정적으로 변호해준 소냐의 아버지의 장례식을 챙겨준 것은 아닐까?

 

4. 죄1

 

 범죄를 저지르기 전 자신이 하는 일을 범죄라고 믿지 않았던 로지온은 대체 왜 자수를 하게 된 것일까?

 

 먼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일리나를 살해한 후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버린 '리자베타' 일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상황에서 위기를 모면하고자 두려움에 질려 살해 된 리지베타는 그를 끊임 없이 괴롭니다. 그의 범죄에 관한 신념은 시작부터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만다.

 

 그리고 로지온 대신 살인자로 몰려 법정에 서게 된 노동자가 두번째 이유일 것이다.

 

 리지베타는 그녀의 언니인 일리나와 달리 굉장히 선한 인물이고 살인자로 몰리게 된 페인트 노동공은 대학생이었고 나름 지인식층인 로지온과는 달리 공권력에 쉽게 휘둘리는 약자이다. 분명 큰 사회적 선을 행하기 위해 한 행동에 의도치 않게 약자들이 말려들자 로지온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냐와 포르피리가 이 사실을 자극하고 자신의 이상과는 다른 초라한 모습을 쪼잔한 루쥔과 잔혹한 스비드리가일로프를 통해 만난다.

 

루쥔과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로지온이 가지고 있는 이상의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루쥔은 가난한 두냐(로지온의 여동생)을 도우며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려 하지만 오히려 로지온의 반대 등으로 인해 모욕받자 당사자도 아닌 가장 약한자인 소냐를 자신의 음모에 끌어들여 쪼잔한 복수를 하려고 한다.

 

 사랑 때문에 두냐를 쫓아 페테부르크로 온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무 죄 없는 아니 오히려 자신을 구원해주었던 전 부인을 살해하는 일을 저지르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재산을 통해 소냐를 도와준다.

 

 

5. 죄2

 

 로지온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죄인지 아닌지 끊임 없이 고민하다 결국은 자수를 하며 이 책은 일단 끝이 난다. 그리고 에필로그 형식으로 이야기가 더 이어진다. 로지온은 재판을 받는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벌어졌던 혹은 행했던 일에 대한 모든 사실을 인정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들이 감형의 이유가 된다.

 

 그는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한다. 시베리아 유형지로 보내진 그를 괴롭히는 것은 고된 노동도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빈약한 식사도 아닌 자신의 죄를 인정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 병이 났던 것이다. 오, 만약 스스로 죄를 인정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중략) 자신을 아무리 엄중하게 심판하고 양심을 모질게 다져 봐도 지난 일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실책 외에는 유달리 끔찍한 죄를 도무지 발견할 수 없었다. (중략) 저 무슨 선고의 '어처구니없음'과 타협하고 그것에 굴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대체 그는 왜 자수를 했던 것일까? 정말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말처럼 공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죄가 스스로를 죽이지 않기 위해 사회적 처분이 필요했던 것 일까?

 

 책은 애매하게 결론을 맺는다. 로지온은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듯 한 모습을 보이며 갱생을 하는 것 같이 해놓긴 해놨는데 정말?? 이라는 물음표를 남긴다.

 

6. 마치며

 

 죄와 벌이라는 것은 참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영역인것 같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법률로서 엄정히 벌을 집행했다고 할지라도 그 범죄에 대한 죄과를 다 치뤘다고 할 수 있을지 또는 피해자가 용서를 해야만 할지 관해서는 늘 의문이 든다.

 

 범죄를 저지르고 정신착란에 빠져 자살이라도 할 것 같던 로지온은 공적인 영역에서 벌이 부과되자 억울한 생각이 든다. 사실 요즘 이런 상황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로 인해 모든 일이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참 고민되는 일이다. 공공의 법 집행이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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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개인적으로는 주연 배우들 몇명 나오는 포스터보다는 이 포스터가 내가 영화를 보고난 감상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위의 포스터를 썻다.

 

 턱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변명치고는 너무 무성의하다 싶을 정도의 변명으로 국민을 기만혀 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기반으로 한 김윤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강동원, 짧게 나오기는 하지만 여진구까지 출연진의 면면히 화려하기 그지 없고 얼마전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화제를 끌고 있는 영화이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나온 택시운전사 보다 더 재미있고 뜻 깊게 봤던 것 같다.

 

2. 내 마음대로 생각해보는 Keyword

 

 민주주의는 한 개인의 영웅적 행동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이루어가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 가장 처음 든 생각이 저것이었다. 영화는 특히나 민주화 진영쪽에서는 정말 많은 주연급 배우들이 출연한다. 다른 영화라면 스토리의 대부분을 이끌어 가고도 남을 이름 값들을 하는 인물들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역활이 한정되어 있다.

 

 공안부장 검사역으로 출연했던 하정우의 예를 들어보자. 권력형 비리가 등장하고 검사가 주인공인 영화의 스토리는 큰틀에서 비슷비슷하다. 정의감에 휩쌓인 그것도 아니면 그냥 악이든 깡이든 아무튼 어떤 이유를 가진 검사가 권력형 비를 발견하고 열심히 물고 뜯어 비리를 파헤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 뭐 그 와중에 조력자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그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것은 소수의 영웅적인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 영화 1987에서는 하정우의 역할은 명확하게 제한되어 있다. 법대로 하자는 소신인지 아니면 정말 투철한 정의감인지, 그것도 아니면 지난번에 까인 것에 대한 복수인지 모를 모호한 이유로(데모를 하는 학생을 서류로 때리는 것보면...) 시체보존 및 시체부검 명령서 (자신이 부장검사로써 할 수 있는 최선) 를 발부하고 시행하는 것 까지 마치고 짤린다. 그리고 그 기록들은 슬쩍 동아일보 기자인 윤상삼 기자 (이희준) 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마친다.

 

 그 후, 일이 잘 못되고 전두환이 호헌 선언을 하자 그가 보인 행동이라고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소주 한병까고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는 동료의 말에 안 간다고 소리치는게 전부인 평범한 사람이다.

 

 나머지 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행위의 동기나 행위를 짚어보자면(물론 의로운 행동이고 아무나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초인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김정남과(설경구) 과 감옥의 갇힌 해직 동아일보의 정보를 연결시키주던 한병용(유해진) 역시 가족을 건 협박 앞에서 김정남의 은신처를 밝히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이런 위기의 상황속에서 그 사람을 구해준 것은 서로의 행위 이다.

 

 한병용이 끌려가자 연희(김태리)는 그가 부탁했던 서류를 전달하고 그 서류는 김정남의 위기의 원인이 되지만 함세웅 신부에 의해 발표 되고 기자들에 의해 전파가 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준다.

 

 

 독재는 혼자다.

 

 그 역할이 골고루 분배되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민주진영과 달리 영화에서 독재정권을 대표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인물은 박처장(김윤석) 이다. 그는 대통령은 바뀌어도 남영동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부하들에게는 절대적인 충성을 받고 자신의 지위보다 높은 권력을 휘두를 정도의 인물로 묘사된다.

 

이곳에 속한 이들은 민주화 진영에 속한 이들과 다르게 구원을 스스로의 손으로 이루어 내려고 한다. 조반장(박희순)이 구속을 당하자 박처장이 구해주지만 구속이 이어지자 결국은 그를 협박하기에 이르고 거기에 속한 이들도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주는 동앗줄이 아니라 목을 노린다. 그들에게 우리란 결국 좋을 때 우리 일 뿐이지 일이 틀어지면 우리가 아니라 몸통과 꼬리일 뿐이다.

 

 'OO답게' 의 의미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의 행위의 근본 원인이 되는 것은 OO답게 이다. 공안부장 역의 하정우는 검사답게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아니라 법을 수호하고 집행하는 일을 한다. 윤상삼 기자와 그의 동료들은 기자답게 보도지침 따위는 무시하고 사실을 밝히고 그것을 전파한다. 이한열(강동원) 은 인간다운 이유로 데모에 참석한다고 밝힌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라는 이유를 든다.

 

 이게 참 또 복잡한 문제인것 같다. 연희가 데모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도 참 인간다운 이유다. 두려움. 박처장이 그렇게 빨갱이를 싫어하고 때려잡는 것도 인간다운 이유다. 복수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국민과 국가에 충성을 하지 않고 박처장 같은 개인에게 충성을하며 무력을 휘두르는 것은 전혀 군인 답지 않은 행동이다.

 

 그날이 올까?

 

 영화에서 막바지에 종을 뎅뎅 울린다. 그날이 왔다. 물고문을 당하고 억울하게 한 청년이 죽고, 그날은 오지 않는다고 포기하라고 외치던 연희가 삼촌 한병용을 위해 서류를 전달하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데모에 참석한다던 청년이 죽고 서야 그날이 왔다.

 

3. 마치며

 

 우리는 얼마 전, 민주주의는 영웅적인 개인의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 개개인이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눈으로 목도했다. 물론 따로 떨어져 있던 그들을 하나로 묶어 줄 촉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그들을 이끌어 줄 사람도 필요한 것이 현실적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이루는 것은 한 두사람의 몫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간접 민주주의라고 너무 국회의원이랑 대통령에게만 맡기고 놀진 말자.

 

 그리 여담으로 강동원이 마스크 깔 때 여자들의 탄성은 마치 예전 '늑대의 유혹' 에서 빗속에서 우산을 까는 시절을 연상시켜 영화관에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넘쳤다. 분명 원래의 사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였지만 그 속에서도 스토리와 위트가 살아 있는 것 같아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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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새해 벽두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누군가는 거래소가 투기판이라고 근절해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기술을 발견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거래소 폐쇄를 반대한다.

 

 이 글은 그것에 대해서 논쟁하고자 하는 건 아니고 대체 가상화폐의 기반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블록체인이라는 녀석이 사회와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 기술한 책에 관한 서평이다. 물론 이 책도 가상화폐 혹은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등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블록체인이라함은 스마트폰이나 A.I 스피커와 달리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고 차라리 블록체인 기술에서 창발한 코인이라는 것이 실체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인 것 같다.

 

 아무튼 이야기가 약간 겉돌았던 것 같은데. 책은 초반부에는 그저 일반인이 교양으로 받아 들일 정도의 내용을 포함 하고 있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알 수 없는 전문용어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책을 계속 읽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들어 꽤나 어려웠다.

 

 

2. 책의 주요내용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내용만 발췌해 보았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 이라 부른다. '원장'이란 비즈니스 거래와 계약에 대한 '기록체계'다. 즉, 원장은 유형, 무형자산의 소유권 이전과 이전을 위한 조건들을 포함하는 정보이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크게 두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번째는 바로 보안성이다. 블록체인은 다른 사용자가 몰래 데이터를 추가, 삭제, 변경 하는 것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도록 설계 되어있다.

 

 두번째는 분산화다. 블록체인은 제3자 보증기관 또는 중개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거래에 수반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함으로써 개인과 개인, 공공기관과 개인, 기업과 기업간에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관계를 혁신하는 기술이다. 즉 블록체인은 중개자 없이 작동하는 신뢰 인프라다.

 

 블록체인은 범용 기술이다. 범용기술이란 경제 사회의 '혁신을 촉진'하는 기술로써 '제품, 프로세스, 조직' 에 대한 창조적 변화를 가져온다. 즉, 범용기술은 최종 상품을 만드는 기술의 역활을 하기 보다는 일종의 조력자로서 수 많은 구성요소를 지원함으로써 시스템 전반의 성장에 기여한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의 본질은 한마디로 '정보의 민주화' 이자 새로운 '거버넌스'의 탄생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투명성과 무결성, 추적 가능성을 통해 모든 단계의 검증을 보장하므로 신뢰를 기반으로한 비지니스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데 기여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앙드레 오를레랑에 따르면, 화폐와 가치는 동일하며 분리되지 않는다. 디지털 카달락시를 구성하는 암호화폐 역시 사회 구성원 전체에 의해 수용되고 승인되는 과정에서 가치에 실재적인 힘을 부여한다. 화폐를 통해 경제적 가치는 사회적 성격을 획득하며 사회적 근거로 작동한다. "가치는 대상에 있지 않다. 가치는 사람들이 서로 조화롭게 영위하는데에서 만들어진다. 가치는 제도의 성격을 갖는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이해가 가는 내용도 있고 이해가 가지 않고 의문이 가는 내용도 있었다. 일단 이해한바를 간단하기 정리하자면 현재 만약 개인과 개인간의 계약을 체결할 시 결국은 마지막에 증빙이 되는 것은 도장을 꽝꽝 하고 찍은 원본 '종이서류' 이다. 기업과 기업간에 계약시에도 전자로 된 서류들도 보관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문제가 생겼을 때 까보는 건 원본 '종이서류'이다. 왜냐하면 전자로 된 문서 같은 건 위조와 변조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양사태 때 거래 기록 조작한걸 떠 올려보자.) 물론 전자로 된 서류를 인정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는 보통 공증력 있는 제3자가 끼어들어 기록을 나눠가지는 형태를 주로 취한다.

 

 사실 이때 든 생각은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의 발전형태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누군가가 서버를 유지하고 파일을 업로드하고 이용자들은 거기서 다운로드를 받는 웹하드 등의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토렌토를 이용해 파일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업로드와 다운로드에 참여하는 P2P 방식이 대세다.

 

 블록체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자로 된 문서를 '블록체인 참여자' 모두에게 서류를 나눠가지게 한다.  수 많은 이들이 원본서류를 나눠 가짐으로써 보안성과 서류의 무결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물론 이건 과도하게 단순화 한게 사실이다. 어떻게 노드와 노드끼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체인과 체인이 어떻게 연결되고 퍼블릭체인, 프라이빗체인 등등 많은 내용이 나오지만 프로그래머도 아닌데 굳이 그런것 까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한게 사실이다. (물론 특정 블록은 권한을 가진 사람만 조회 할 수 있게 처리하는 기술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터넷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냥 익스플로어나 크롬 키고 구글이든 네이버든 다음이든 접속되면 장땡이다. 블록체인도 이와 같이 범용기술이다. 블록체인의 설계가 어떻게 되었든 그로 인해서 나오는 인터넷을 치면 검색사이트든, 메일이든 기업으로 치면 인터넷망을 활용한 ERP든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잘 되면 그만이다. 내일 당장 인터넷에 쇼핑몰을 개업한다고 인터넷의 기본원리를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일반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개발되면 과연 우리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 중요한 사항일 텐데. 블록체인이 정보의 민주화를 불러 올 것이라고 말한다. 언젠가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플랫폼 경제' 나 '플랫폼을 지배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등등 플랫폼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재의 네트워크 구조로는 모든 정보가 곡물을 저장하는 높은 굴뚝 처럼 생긴 '사일로' 처럼 한 곳으로 집중된다.

 

 내가 페이스북에 누른 좋아요에 관한 정보는 페이스북 서버에 저장되지 다른 곳에 저장되지 않고 내가 송금한 기록은 송금한 은행에 남는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은 이것들을 공유 할 수 있게 한다. (과연 그런 독점력이 강한 기업들이 참여를 할까라는 의문이 들긴하지만)

 

 물건 하나를 수출하려면 수 많은 사람들이 서류를 나눠가진다. 화주와 운송업자, 선사는 물건을 제대로 인수 인계 했다는 서류도 주고 받고 관세청에도 어떤 물자 나간다고 신고도 해야하고 하여간 수십명의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이 일 제대로 했다는 증빙을 위해 말도 않되게 많은 서류들을 주고 받는데 이걸 블록체인으로 엮으면 한방에 딱! 해결 된다는 것도 있다. (물론 그전에 생산 단계에서 부터 물품을 제로 생산하고 제대로 된 물건을 보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자동화 같은 것이 이루어져야 겠지만 말이다.)

 

3. 마치며

 

 사실 정리하기가 어려운 책이었다. 단순히 교양서적일 거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개념이 많았고 설명도 추상적인 느낌이 들때가 많았다. (저자가 눈앞에 있었다면 질문하고 싶을 정도로)

 

 책을 읽고 느낀바는 정리하면 

 첫 째, 블록체인은 도깨비의 요술방망이가 아닌 범용기술이다. www와 같은 또하나의 네트워크 방식으로 다른 4차 산업기술들이 지원을 해줘야지 완성이 될 수 있다.

 둘 째,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참여자들(노드) 이 있어야지 그리고 많아 질 수록 그 가치가 있다.

 셋 째, 그리고 이 기술이 우리의 생활에 실제적 편의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우리는 꽤 많은 개인적인 것들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과연 블록체인이 앞으로 어떻게 우리들에게 모습을 드러낼지는 모르겠다. 진짜 저자의 말대로 정보의 민주화가 일어날지 아니면 거대한 혼돈을 몰고 올지는 아니면 그저 그런 미풍으로 그칠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고 난 후 거래소 폐지에 관한 생각으로는 블록체인의 근원 기술도 아닌 결과물중에 하나인 암호화 화폐 거래를 금지시킨다고 블록체인 발전이 안된다고 주장 하는건 19금 포르노 사이트 막는다고 인터넷이 발전을 안한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블록체인의 목표중 하나가 중개인을 없애서 거래 비용을 최소화 하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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