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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5.18을 다룬 영화가 또 하나가 개봉했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5.18을 다룬 영화 중 가장 흥행 했던 영화는 '화려한 휴가' 였는데(730만) '택시운전사' 가 이 영화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두 영화 모두 우연히도 주인공의 직업이 택시운전사 이다.

 

2. 배우 '송강호'

 

 영화를 보는 내내 송강호의 연기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감탄할 새도 없었다. 그의 표정과 대사를 통해서 '김만섭'이라는 택시 기사의 감정을 너무나 잘 이입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에서 돈을 벌었었고 집세를 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딸을 위해 동료기사는 제치고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내려갔던 택시기사, 돈을 쫓고, 가족을 사랑하고, 데모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소시민의 모습, 그리고 진실을 알고 가장으로써의 안전과 정의 사이에서의 내면적 갈등까지 완벽하게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다.

 

3. 5.18 시대의 비극과 잔잔한 슬픔의 밀물과 썰물

 

 5.18 참 슬프다. 일반 시민들을 폭도로, 빨갱이로 몰아 붙이며 발포를 명령하는 쿠데타에 성공한 독재자와 그의 명령을 믿고 따르는 군인들 그리고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언론까지 현대사에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비극이다.

 

 그런데 영화는 참 담담하게 이런 비극을 전달해준다. 군인들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연을 달지 않는다. 마치 관객이 피터의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듯 담담하게 현장을 비춰준다. 그렇기 때문인지 뭔가 와락하고 덮쳐오는 감정은 영화에서 그다지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밀물이 몰려오듯 감정이 서서히 차올랐다가 순간 순간 일상이 아닌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상속에서의 즐거움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다시 썰물 빠지듯이 빼내어간다.

 

4. 평범한 사람들의 영웅적 이야기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들 평범한 사람이다. 김만섭은 어린 딸을 사랑하고 그저 돈이 필요한 평범한 택시 기사 였고,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로 온 독일의 기자 피터 역시 왜 기자를 했냐고 물었을 때 '돈 벌려고' 라고 대답을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 당시 시위의 주역들이라고 할 수 있을 대학생을 대표하는 구재식 역시 어떠한 사상이나 뜻이 있어서 대학을 들어가거나 시위를 하는게 아닌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고 싶어서 대학을 들어간 그리고 대체 저들이 왜 저러는지를 모르는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다. 그리고 광주의 또 다른 택시기사인 황태술 역시 평범한 택시 기사일 뿐이다.

 

 명령을 은근히 위반하고 김만섭과 피터 일행을 통과 시켜주는 박중사도 시위대에 주먹밥을 나눠주는 여인도 택시에 기름을 넣어주던 주유소 사장님도 모두 다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영웅이다.

 

5. 마무리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 않아서 참 좋은 영화였다 라고 평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갔다가 해소되기를 반복했다. 달리 말하면 이미 익히 알려진 실화를 가지고 만들어낸 영화이다보니 기승전결에서 커다란 반향이나 반전이 없어 지루 할 수도 있지만 배우들과 감독이 적정한 선을 참 잘 잡아준 것 같다.

 

 그리고 또다시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관련 인물들은 제발 좀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떵떵 거리면서 대가리를 빳빳히 들고 살지는 못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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