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어느 순간부터 마치 보통명사처럼 사용 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헬조선" 이다.
그럼 대체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어디서부터 왔을까? 그리고 왜 대한민국에 살면서 헬대한민국이 아니고 헬조선일까?
이 책을 보면 그 정답을 대강이나마 알 수 있다.
책은 대부분 조선중기 이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특히나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동아시아에서 꽤나 잘 나가던 조선은 어떻게 헬조선이 되어 갔는지를 살펴보며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에 대입시켜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헬조선이 되어가는 나라를 수렁에서 건져올리기 위해 노력을 했던 인물들과 조선의 제도를 보여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그럼 이 책에서 가장 많이 까였던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많은 사람이 예상 할 수 있듯이 "선조" 이다. 2015년 사자성어라고 많이 알려졌던 "혼용무도"에 가장 어울리는 조선시대의 왕 일 것이다.
★ 사실 선조도 억울 하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 임진왜란 같은 비상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사람들 기억에 잘 없는 그저 그런 왕이나 성군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다른 일들이 잘 풀리고 있으면 감춰져 있거나 숨어 있을 뿐이다. 정도전이 조선을 건국 할 때 이념중 하나였던 양인개병제(양반과 평민이 모두 군역을 짐)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던 방군수포제(군포로 군역을 대체)가 제도적으로 도입 될 때 양반은 합법적으로 군역에서 면제가 되어버리며 계급간 불평등이 심화 되었고 정치권은 당쟁이 심해져만 가고 있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쌓여 있었는데 이것을 한꺼번에 터트려 표면에 드러나게 한 것이 임진왜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잘 못 타고 났다는 변명을 할 수도 이겠지만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이 발생 하고 난 이후의 그의 행동은 결코 시대만을 탓 할 수가 없다.
신립이 탄금대에서 왜적에게 대패하자 달아 날 준비를 한다. 심지어는 조선을 떠나 만주로 가려고 하지만 류성룡 등 대신들의 반대와 결정적으로 명이 마땅치 않아 함으로써 가는 것을 포기한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는 여러 일화 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책에서 처음 보는 일화가 나왔다.
'선조는 왕자들을 국법 위에 존재로 인식했다. 선조는 나중에 얻은 계비 인목대비에게서 얻은 영창대군을 제외하고, 6명의 후궁에게서 13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그중 임해군, 순화군, 정원군은 악명 높은 세 왕자였다.
임진왜란이 발생하자 선조는 임해군과 순화군을 함경도로 보내 근왕병을 모집하게 했는데, 근왕은커녕 백성들에 의해 체포돼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군중에 넘겨졌다....(중략)....임해군과 정원군은 심지어 일본군과 내통하며 이익을 취했다....(중략).....사헌부에서 임해군, 정원군의 파직을 요청했으나 선조는 들어주지 않았다.'
★ 이런 일화를 보면 나름 나라의 지도부라 할 수 있는 작자들이 나라를 팔아 먹는 전통이 꽤나 오래 돼었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비난을 받는데. 조선시대 인물들 중에 오늘날 대중들에게 까방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몇 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대표적으로 세종대왕과 이순신 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대놓고는 아니지만 종모법을 말하며 은근히 세종을 비판한다.
※ 종모법 : 신분이 다른 사람끼리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는 경우 어머니의 신분을 따름 반대는 종부법
'세종이 즉위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세종은 사대부와 일반 백성들의 이해가 충돌할 경우 대부분 양반 사대부의 손을 들어주었던 임금이었다. 그래서 맹사성, 권진, 허조 등 대신들은 종모법 환원을 계속 주장했다....중략...세종은 대신들의 요구에 밀려 종모법으로 환원하는 개악의 길을 선택했다.'
★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혹은 미디어에 등장하는 세종의 모습은 경연에 나가서 양반 사대부들을 말빨로 조지면서 백성들을 위하는 자애로운 성군의이자 책과 과학의 덕후의 이미지인데 이책은 은근하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본래 조선이 건국 할 때도 종모법이 었으나 이를 태종이 강력한 의지로 종부법으로 바꾸었는데 세종이 그것을 다시 종모법으로 바꾸었다. 대충 생각해봐도 당시 시대상과 부계 중심의 가족 사회에서 여성의 선택권과 발언권은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일반적으로 남자의 신분(특히나 양반)이 여자의 비해 높았을 가능성 매우 크다.
이 말은 자기 집 여자노비가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낳을 수록 주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재산이 늘어난다. 이는 개인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국가의 입장에서는 사노비는 세금도 안내고 군역도 안지니 손해다. 이건 분명 세종의 실책이다. 중산층의 재산을 부유층에게 이동시켜 중산층을 하층으로 전락시켜 노예화 시키려는 모 국가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책에서는 여러 사람들을 칭찬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멋지게 나오는건 태종(이방원)인데. 요즘에는 모 드라마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저 이놈 저놈 다 때려죽이고 권력을 잡아서 잘 누리다가 잘 한짓이라고는 세종한테 왕위를 물려 준 것 뿐이라고 평가 받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공적인 문제와 사적인 관계를 완전히 분리하여 처리하는 멋진 모습을 보이며 조선의 기틀을 제대로 다진 군주로 평가 된다.
★ 대체 헬조선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기존의 나라(고려)가 멸망하고 새로운 국가(조선)이 성립되면 필연적으로 거대한 권력의 교체(권문세족 → 유학자)와 여러가지 사회 변혁을 몰고 오게 된다. 조선건국에는 여러가지 명분이 있었겠지만 특히나 중요했던 것은 바로 토지의 문제였다. 고려 귀족이 거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양민들을 노비로 전락시켜 사회의 불평등이 점점 심해져만 가는 과정에서 조선은 이를 명분으로 건설 되었다.
보통 국가는 이런식으로 거대한 권력의 교체와 사회 변혁이 이루어지면서 산재되어 있던 사회적 문제들이 해소하고 초기 개혁적이고 역동적이던 신규 세력들이 그 역동성을 잃고 정체됨으로써 오히려 사회적 문제가 되고 또 다시 권력교체가 일어나면서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사회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물론 일련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일반 민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선은 노론이 정권을 잡은 이후로는 이런 기능이 정지 해버렸다. 심지어 노론은 다른 학문은 배척하고 성리학만을 최고로 여겼는데... 이게 주희가 1200년에 사망했고 조선 건국이 1392년이고 노론이 분당 된 것이 1680년이다. 아무리 옛날에는 지식의 전파가 느렸고 조선식으로 다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이건 마치 삼성이 여전히 옴니아로 아이폰과 대결하는 꼴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러 인물들이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해 시도 하였지만 근본적인 변화에는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는 결국 노론의 영수였던 이완용 등 을사오적은 나라를 팔아 먹는다. 그리고 발생하는 동학혁명은 고종이 선조처럼 청나라를 끌어들이면서 완전 국가를 말아 먹는다.
결국 권력 교체에 실패한 이 후 일본의 식민지가 된 이후에도 기득권 놈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쥐고 있는 상태로 2차대전을 맞이 한다. 사실 전쟁을 기회로 보아서는 안되겠지만 사실 전쟁만큼 큰 사회의 변화를 몰고오는 것은 없다.(2차대전은 세계 권력의 지형을 변화 시켰다!).
김구 선생님이 이 때를 기회를 보고 광복군과 한반도로 진입하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일본이 항복을 함으로써 기회를 놓친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진군한 미국놈들은 지들 편하려고 문제 많은 기득권층을 그대로 임명한다. 김구 선생님 외에도 여운형 선생님 등이 이 놈들을 처단하려 했지만 이승만의 난입으로 아쉽게도 실패하고 만다.
모 국회의원이 국부로 추앙하려는 이승만은 상해 임시정부 시절에는 미국에서만 놀고 구미한인회(?) 라는 족보도 없는 기구를 만들어 미주 교포들의 돈을 관리함으로써 임시정부의 재정에 굉장한 악영향을 끼쳤다.이에 더해 6.25때 혼자 튄거는 생략하겠다.
이후로도 사실 기득권은 변화되지 않았는 것 같다. 조선시대부터 옛날부터 나라를 팔아 먹던 놈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잡고 그들의 의지대로 사회가 흘러가니 "헬조선" 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현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