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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주, 아니 거의 대부분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날 확률을 과소 평가하고 행운이 찾아 올 확률을 과대 평가하고는 한다.

 

 그래서 벼락 맞을 확률보다 당첨 확률이 낮다는 로또는 매주 사면서 그것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사고가 날 수 있는 자동차는 거의 매일 타고 다닌다. (내 이야기다.)

 

 물론 이런 걸 일일이 따지고 살면 거의 편집증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발생 확률이 0이 아니라는 것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은 확률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소설 책을 읽는 재미는 발생 확률이 0%가 아닌 일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현실은 소설 보다 더 하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들어가며

 

 이 책은 자본과 인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근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민간에 전해지는 오래 된 설화 속 저주 같은 RB 바이러스, 인간과 흡사한 로봇, AI 선생님, 인체에 내장하는 ESC, 홀로그램북, 화성 관광 등을 통해 사실감을 부여하고 독자의 상상력을 고취시킨다.

 

 의문이 가득한 소년의 이야기가 한 꺼풀 한꺼풀 벗겨지고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가 끝에 다다랐을 때, 작가가 독자한테 원하는 감정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슬픔? 분노? 두려움? 그것도 아니라면 희망이었을까?

 

줄거리 요약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온몸이 새하얀 백색증을 앓고 있는 소년 마오가 다른 이들과 차단된 채 외딴 숲 속 집에 살고 있다.

 마오는 RB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태어났고 바이러스를 치료하고 살아남기 위해, 타인과 다른 자신의 삶을 수긍한다.

 치료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진솔이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다른 소년 하라를 집으로 데려온다. 

  

책의 줄거리

 

 시대는 근 미래, 마치 인간처럼 행동하는 안드로이드가 흔하고 인간은 달에 호텔을 짓고 화성에 정착할 첫 이주민을 뽑으려 하고 있다.

 

 고층 빌딩 숲이 평범한 시기에 울창한 나무로 둘러 쌓인 깊은 숲 속, 최첨단 설비를 갖춘 집에 온몸이 새하얀 소년이 자신의 메이드 로봇과 함께 단 둘이 살고 있다.

 

 백색증을 앓고 있는 소년의 이름은 마오.

 

 이제 16살이 된 이 알비노 소년은 달에 호텔 셀레나를 건설하고 운영에 성공한 거대한 그룹 회장의 유일한 손자이다.

마오는 연약하다. 햇볕을 받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강하게 일어나고 먼지와 스트레스, 각종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년을 이렇게 연약하게 만든 근원은 소년의 부모가 사업을 위해 멸종상태에서 부활시킨 ‘레인보우 버드’가 가지고 있던 희귀한 바이러스, RB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서다.

 

 그 바이러스로 인해 소년의 부모 역시 모두 사망하지만 태아 상태에서 감염된 마오는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소년의 할아버지 회장은 온갖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치료하고 소년을 살리기 위해, 소년을 깊은 숲 속의 집에서 외부와 차단 한 채 살아가게 한다.

 

 그리고 치료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마오는 자신과 같이 RB바이러스에 감염되었지만 생존한 자신보다 2살 많은 하라를 만나게 된다.

 

 평생 사람이라고는 자신을 어렸을 때부터 돌봐 준 진솔을 제외하고 처음 다른 인간을 만나는 마오는 자기 삶에 대한 진실과 마주한다.

 

마치며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우리는 현재 우리의 대표자 혹은 우리의 의견을 대신할 사람을 투표를 통해 뽑고 있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 체계는 분명 민주주의지만 우리의 실 생활에서 지배하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돈, 그러니까 물질적 자본이 가지는 힘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히 돈이 많은 것으로는 남들에게 존경을 받거나 유명해지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을 졸부라고 부르며 비꼬기도 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좀 많이 달라졌다.

 

 돈이 많다면, 그 돈을 쓰는 것을 온갖 SNS 등에 올리며 자랑하는 행위가 유명세를 사고 그 유명세가 명성 또는 영향력을 가지는 시대다.

 

 이렇게 돈으로 해결 가능한 것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적절한 보상이 따른다면 감옥에 가는 것도, 그러니까 자유가 부당하게 억압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문조사에 응답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도덕관념은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왔다.

 

 인류 최고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예제도에 찬성했고, 여성 참정권을 부정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중 하나라는 세종대왕은 어머니가 노비이면 그 자식도 노비가 되는 노비종모법을 시행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사람들은 그런 시대에 영향을 받아 자라고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먼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까.

 

 돈은 이미 많은 것을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소설 속에서 인간이 멸종시킨 다시 부활시키는 것을 정당화한 것은 사업(=돈)을 위해서였다. 화성 첫 이주자 그룹에게는 그 이면에 무슨 저의가 숨겨져 알려주지 않고 살 곳과 지원금을 준다.

 

 막대한 기부금으로 사 온 아이의 인생 전부를 저당 잡고, 삶을 이어준다는 명목과 교묘한 속임수로 자신에게 일어난 부당한 일을 스스로 정당화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강압적으로 실험체로 사용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이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에는 나치, 일본에는 731부대가 있었고, 미국에서는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터스키기 실험이 있었다.

 

 아마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이 일을 말도 안 되는 잔혹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일이 피해자에게 평생을 써도 다 못 쓸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벌인 일이라면?

 

 솔직히 말해서 내게 책과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상상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아니라 내 후대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실제로 한 부자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어마어마 한 돈을 소비한다.

 그 방법으로 젊은 자기 아들의 피를 수혈하는 처방도 받았다고 한다. 과연 이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굳이 자기 자식뿐만 아니라 자기 몸에 맞기만 하다면 사람을 사서 하지 않을 건 또 뭐란 말인가?

 

 이렇게 한 단계씩 그 수위를 올려 나간다면 개인을 위한 인간 모르모트를 상상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과연 우리는 아니 세상은 그것을 멈출 수 있을까?

 

 
테스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확장시켜 줄 허블 청소년 시리즈의 첫 책은 30만 명의 독자들이 사랑한 베스트셀러 『페인트』를 쓴 이희영 작가의 장편소설 『테스터』이다. ‘누가 이토록 연약한 소년을 숲속에 홀로 방치해 두었을까’ 하는 미스테리한 질문 하나로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 작품은 장대하고도 아름다운 디스토피아 SF이다. 그와 동시에 이 소설은 세상과 유리된 채 불가항력에 이끌려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들을 위한 곡진한 진혼곡이기도 하다. 오래 전에 멸종된 오방새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인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함께 복원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죽었는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어린아이가 있다. 백색 소년 마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 평생 숲속 집에 갇혀 메이드 로봇과 함께 산 이 외로운 소년에게 어느 날 한 사람이 찾아온다. 바로 RB 바이러스의 또 다른 생존자인 하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소년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질문들을 파헤친 끝에 마오가 가닿은 반전은 두 소년의 위치를 송두리째 뒤흔든다. 두 소년이 드러내는 슬프고 충격적인 진실은 독자들이 작품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도록 한다. 하루아침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소년들에게 과연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정교하고, 아름답고, 꿈결 같고, 왠지 슬프다. 매력적이고 여운이 긴 작품이다.” -장강명(소설가) “《페인트》와 《나나》를 잇는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이희영 작가가 빚어낸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디스토피아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정여울(문학평론가)
저자
이희영
출판
허블
출판일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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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미국 청소년 문학의 대표 작가라 불리는 로이스 로리 장편소설. 모두가 잃어버린 여러 감정들을 찾아나서는 열두 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1994년 뉴베리 상과 1993년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아너 상 수상작이다.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곳. 이곳에서는 열두 살이 되면 위원회가 직위를 정해 준다. 열두 살 기념식을 앞둔 조너스에게 내려진 직위는 '기억 보유자'. 과거의 기억을 유일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선임 기억 보유자는 이제 기억 전달자가 되어 조너스를 훈련시키기 시작한다. 조너스는 효율적이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 희생된 진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저자
로이스 로리
출판
비룡소
출판일
2007.05.18

 

 내가 직접 고민하고, 세상과 부딪혀 때때로는 실패를 겪으며 선택하는 삶이 아닌 다른 이에 의해 계획되고 준비된, 통제가 되지만 실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삶은 과연 어떨까?

 

 다른 이들이 준비해준 이런 삶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는 일마다 되지 않을 때, 무슨 선택이 옳은 것인지 내가 잘하는 게 대체 뭘까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할 때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줄지도 모를 멘토를 찾기도 하고 누군가는 신을 찾기도 한다.

 

 

 책에 등장하는 마을은 이런 것들을 규칙과 원로들이 대신한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면밀하게 감시되고 작은 규칙 위반도 넘어가는 일 없이 마을 전체에 설치된 스피커로 방송 된다.
그들은 결혼, 출산 등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개입한다. 목적은 최적 혹은 실패하지 않는 기초가족을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실패하지 않는 마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마을의 가구들은 실용적으로 설계된 데다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각 가구의 쓰임새는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조너스가 아는 한 마을에 있는 어떤 문도 결코 잠겨 있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의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고 출산 역시 직접 하지 않고 직업적인 임산부가 낳은 아이를 부부를 관찰하던 원로들이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을 하고 부부가 신청을 하면 한 해의 특정일에 마치 아파트 분양을 받는 것처럼 입양을 하는 방식이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부터 기록되고 관찰한 바를 바탕으로 12살 생일에 아이들의 직업이 원로의 발표로 결정이 된다. 물론 아이가 그 결정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할 경우 이의는 제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조너스의 경우 그것조차 규칙으로 금지되어있다.

 

지금이 바로 차이를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마을 공동체에 적합한 사람이 되도록 행동을 표준화했습니다.

 

 많은 규칙과 감시, 통제가 되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굉장히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자격이 있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각자의 개성은 죽이는 대신 차별은 금지되어있다. 먹을 것도 늘 배달된다.

 

 조금 재미는 없을지는 모르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없는 마을이다. 과연 여기에서 사람들은 행복할까?
 

 책이 그려내는 마을은 통제되어있지만 주민들의 삶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 생활은 늘 질서 정연하고 예측이 가능해. 그래서 별로 힘이 들지 않지. 이 삶은 바로 원로들이 선택한 결과야.

 

 12살 앞으로의 직업이 정해지는 날을 기다리며 불안해하던 조너스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기억보유자'가 된다.

 

 조너스는 원래 기억 보유자에서 기억 전달자로 바뀐 스승으로부터 기억을 전달받기 시작하며 마을이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우리가 '늘 같음 상태'에 들어가자 눈은 쓸모없는 게 되었지.
전 단지 우리만 있다고, 현재만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것이 평등해 보이고 안정된 것 같은 마을에도 차별과 속임수가 숨어있다.

 

 모든 직업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 같지만 조너스 가족의 대화에는 육체 노동자에 대한 천대가 담겨있고, 규칙은 필요에 따라 교묘하게 무시되거나 변경된다.

 

 정확한 단어와 표현을 쓰라는 규칙과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교묘하게 표현을 바꿔치기 함으로써 잔학한 행위를 왜곡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조너스는 마을을 탈출할 것을 결심한다.

 

 '늘 같음 상태.', 책에서 마을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마을의 겉모습은 이상적이다. 아무도 굶지 않고 아프면 방치되지 않고 치료하며 외모 같은 것으로 차별받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체계적인 보육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성장해서는 적절한 직업을 가지고, 원한다면 가족을 구성하고 늙어서는 마을 구성원으로부터 돌봄을 받는다.

 

 정말 요람에서 무덤까지 개인이 걱정할 거리가 없다. 유일한 걱정거리라고는 실수나 범법행위로 인한 임무 해제라는 조치가 유일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면에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조너스의 직업이 된 기억 보유자라는 직업도 그런 것이다. 기억 보유자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의도적으로 제거된 감정, 기억 등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가지고 있는 직업이다.

 

 여기에는 행복한 기억도 있지만 트라우마로 남을 법한 지독한 기억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고작 12살 아이에게, 그것도 직업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다른 직업에 없는 규칙을 새롭게 만들면서 떠넘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물론 최대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억보유자가 남과 기억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외로움과 끔찍한 기억들로 인한 괴로움을 제외한다면 육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꽤 특별한 대우를 받는 편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 모든 사람이 부담을 느끼고 고통을 당할 거야. 사람들은 그걸 원하지 않아.

 

 책을 말미에 조너스는 마을을 떠난다. 그 행위로 인해 그동안 자신이 전달받은 기억들을 마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게 됨으로써 혼란과 고통이 따를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기억을 전달해 주고 돌봐오던 가브리엘이 마을에서 요구하는 표준화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무 해제라는 표현을 빙자한 살해를 당 할 것임을 알고는 미처 준비도 다 되지 못한 상태에서 급히 마을을 떠난다.

 

 마침내 완전히 구속과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은 조너스는 과연 행복해졌을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조너스가 기억 보유자로 선택되고 잃어버렸던 감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과연 나는 고민이나 위험 같은 것이 없는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포기할 수 있을까? 였다.

 

 물론 '늘 같음 상태'라는 게 애매모호하니 그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아주 많은 돈으로 치환해서 생각한다면 이미 사회에 찌들어버린 나 같은 어른들은 생각하기가 좀 더 수월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우리는 이미 조너스의 마을 같은 삶에 꽤나 근접해 있지 않은가였다.

 

 안정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직장에 나가서 통제를 받고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감정을 죽여버린 채 일을 한다. 개성이 중요하다고 외치긴 하지만 인스타 등을 보며 남들처럼 살지 못해 우울해하거나 그들의 흔적을 좇아간다.

 

 사랑이 아닌 타인에 판단에 의한 결혼은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랑만으로 결혼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조너스의 마을 사람들은 태어난 이후로부터 훈련되고 교육되어 애초에 가지지 못했고 주변인들도 없기에 결핍을 느끼지 못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 우린 가졌던 것을 잃기도 하고 아니면 남들이 한없이 많이 가진 것을 바라보기만 하며 결핍과 분노 같은 것을 느끼고는 한다.

 

 어느 쪽이 더 불행한 걸까?

 

 조너스는 가브리엘과 마을을 탈출해 부상과 굶주림에 시달린다.

 

 그러나 조너스은 마을에 머물렀다면 가브리엘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죽었을 것이며 자신은 감정, 색깔, 사랑 등에 굶주리며 평생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너스와 가브리엘은 계속해서 추위와 배고픔, 부상에 시달리며 약해진다.

 

 그리고 포기하고 싶을 때면 기억 전달자로부터 받은 기억을 가브리엘과 나누며 앞으로 나간다. 따뜻함의 기억, 행복함의 기억 등 괴로울 정도로 짧지만 그것들이 조너스를 멈추지 않고 나아가게 해 준다.

 

 

 기억과 감정은 한 사람을 고통과 절망에 빠트리기도 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미 지나가 버렸기에 해결할 수도, 별 일이 아닐 수도 있는 문제도 기억과 감정이 섞이면 그 사람에게 고통을 가져올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런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게 해주는 것은 한 조각의 작은 행복한 기억 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것들을 배제하고 극도로 효율적인 삶만을 추구하는 세계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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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들어가며

 

 채피는 2015년 개봉작이니 꽤나 오래된 영화다. 포스터는 꽤나 귀여워 보이는 로봇에 온갖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고 벽에도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총이 뉘여져 있는 걸로 봐서 굉장히 가볍고 발랄한 영화라는 느낌이나는터라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봤다면 분명 욕하는 사람이 많았을 꺼라고 생각되는 영화이다. 엄청나게 디스토피아적인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를 보는 감상을 표현하자면 마치 너른 밭에서 감자를 캐내듯 영화 장면과 대사 곳곳에 숨겨져있는 감독의 메세지를 드러내고 고민을 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즐거운 영화였다. (즐겁다 라고 하기엔 주제가 좀 무거운 것 같은게 사실이다.)
 
 이 때는 알파고가 세상에 등장하기 전이니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영화의 모습들이 일부분은 현실로 실현이 된터라 좀 더 마음이 무겁다. 지금도 A.I가 인류를 구원 할 것인지 인류를 위협할 것인가를 부터 시작하여 여러가지로 A.I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영화를 보고 나도 문득 궁금해졌다.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의 예측처럼 A.I가 특이점을 넘어선다면 과연 무엇으로 A.I와 인간을 구분 할 수 있을까?
 

2. 신화

 

 등장 인물들을 뜯어 보면 참 재미있다. 먼저 채피의 원형인 로봇 스카우트의 제작자이자 채피의 A.I 설계자인 디온은 마치 신을 연상시킨다. 그는 기존 인간이 혹은 산업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해(계속 되는 파손으로 인해 복구에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상황) 폐기 처분 위기에 놓인 22호를 사장의 지시를 어기고 빼돌려 자신이 개발한 A.I를 장착시킨다.

 
 그리고 그는 곧 채피를 자신을 납치한 갱단에게 빼았기는데 그 와중에도 채피에게 자신이 그를 창조한 창조주임과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희망, 그리고 인간을 해치지 말라는 약속을 하게 한다. 마치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곧장 갱단에게 채피를 빼앗기는데 그들 (특히 아메리카와 닌자)의 모습은 마치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으라고 유혹하는 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디온과 대치하는 빈센트는 마치 창조론의 수호자처럼 보인다. 자율적인 A.I를 부정하고 그림을 그리는 채피를 발견하고 성호를 그은 그는 채피를 잡았을 때 그의 머리에 든 것은 데이터 덩어리일 뿐이라고 소리친다.

 

3. 채피

 

 영화는 당연히 채피를 빼놓고 말을 할 수 없다. 채피의 모습은 완전히 인간을 연상시킨다. 하긴 개발자인 디온의 목표가 당연히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A.I 였으니 당연한 결과이긴 하다. 그리고 마치 인간처럼 주변에 관계된 인간들을 변화시키기까지 한다.
 
 소심하고 나약해보이던 디온은 총을 들게 했고 거칠고 악의만 가득차 보였던 욜란디는 '마미'를 자청하게 만들고 그를 아기처럼 돌보게 한다. 종국에는 처음에는 채피를 도구로 물건으로만 다루었던 닌자조차 말뿐이 아닌 진짜 '파더'로 행동하게 만든다. 현금 수송차를 털고 새로운 몸을 줄 수 없다고 고백하고 그 사실을 안 채피가 마치 자식이 부모에게 따지 듯 왜 거짓말을 했냐고 격렬하게 항의하는 채피에게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하고 죄책감 어린 표정을 짓는 닌자를 보며 연출한 감독에게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압도적인 악의를 보이며 마치 성전을 치루며 악을 정화를 행하는 듯 잔혹한 행동을 서슴치 않으며 자신의 '마미'를 죽인 빈센트를 공격하는 모습은 영화를 지켜보고 있는 나마저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모습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묘하게 동조 시키게 만들었다. 정리하자면 빈센트보다 오히려 채피가 더 인간다워 보였다.
 
 채피는 다른 로봇들과 달리 애초에 수명이 정해져있었다. 배터리 손상으로 인해 수명은 단 5일, 태생부터 굉장히 인간답다. 그리고 불완전한 인간답게 영생을 꿈꾼다. 자신을 불완전하게 탄생시킨 디온(신 혹은 설계자)에게 항의하고 디온이 불가능하다고 한 마음을 옮기는 일까지 해낸다.
 

 

4. 과연 무엇이 인간인가?

 

  채피가 아직 세상을 제대로 알기전 욜란디가 읽어주던 책에서는 검은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채피에게 '겉모습이 다른것은 중요하지 않고 내 안에 무엇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그게 널 다르게 만들어준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닌자의 손에 이끌려 나간 맞닥드린 세상은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채피의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채피의 겉모습을 바라보고 로봇 경찰이라고 공포에 질리거나 경멸한다. 채피가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이 없다. 채피가 완전히 성숙하고 주변은 채피를 인간적으로 받아 들였지만 양키와 빈센트에게는 여전히 하나의 로봇일 뿐이었다.
 
 이 영화의 결말은 소름끼친다. 디온은 마음은 옮길 수 없음으로 채피가 다른 로봇으로 옮겨지면 더 이상 같은 로봇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견해는 채피를 처음부터 인간적으로 대해주었던 마미 욜린다고 마찬가지다. 그런데 영생에 대한 욕망으로 마음을 옮기는데 성공한 채피는 그 첫번째 대상으로 죽어가는 디온을 로봇으로 옮긴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디온은 살아 있었고 자신이 로봇의 몸에 들어 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미 과연 그 디온이 이 디온인지 그냥 복제된 데이터인지에 관한 의문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소름돋는 건 그 다음이다.
 
 닌자를 구하기 위해 죽은 욜란디, 어찌보면 사랑하는 이를 위한 죽음이라는 굉장히 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한 그녀의 육신은 땅아래 묻힌다. 그런데 채피가 그녀의 마음의 백업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욜란디의 말대로라면 그녀의 영혼은 이미 먼곳으로 떠난 상황, 그렇다면 USB에 담긴 그녀의 마음 무엇일까?
 
 채피는 그녀의 마음 백업데이터를 이용해 그녀를 살려낸다. 그녀의 모습은 좀 더 인간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채피는 말한다.
 

"이젠 우린 둘다 검은양이야"

 

 조금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부활한 욜린다는 채피보다 조금 더 인간적일까? 아니면 모두가 채피 같은 모습이 되면 채피가 가장 인간적일까?

 

5. 마치며

 

 지난 여름에 레리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를 읽었었다. 문과인 나에게는 외계어가 쓰여진 것 같은 더럽게 어려운 책이 었다. 책에는 여러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국 인간은 육신을 벗어던지고 데이터가 될 것이다 라는 식으로 예건이 되어있었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그때는 최근 영화였던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는 로봇몸에 들어가 디온을 떠올리게 되었다. 과연 로봇의 몸에 들어가서 말하는 디온은 정말 인간 디온일까? 아니면 디온의 데이터일까?
 
 문득 '우리는 객체이자 주체로써 서로를 투사한다.' 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아직까지는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은 인간끼리 서로 증명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A.I가 더 자연스러워지고 모두 채피와 같은 모습이 되면 채피가 인간이 되는 것일까?
 
 검은양이 농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면 과연 양은 검은색일까 흰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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