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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코맥 매카시가 쓴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내가 올해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읽기 어려웠던 책이었다.

깊이 있던 내용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고, 그 구조와 표현 방식이 독특하고 낯설어서 읽기 어려웠다.

등장인물들이 말하고 있는 것을 표시하는 따옴표나 쉼표 같은 구두점들이 대부분 생략되어 있었고, 단락이나 장면의 전환도 갑작스럽게 이루어져서, 집중력을 조금만 잃어버려도 '갑자기 왜 이런 전개가 되는 거지?' 라며 마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혼란스러워하는 보안관 에드처럼 되어버렸다.

이와 비슷한 양식을 가졌던 주제 사마라구의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이렇게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 같은데. 그동안 숏폼에 중독되어버린 내 뇌가 문제인지 아니면 그냥 나이가 들어서인지는 모르겠다.

책으로는 이제 절판되어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계기도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어서 이다.

책은 구하기도 읽기 어렵지만 구할 수만 있다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르웰린과 안톤의 추격전에서 오는 긴장감과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중간중간 길을 잃어가면서도 소설을 끝까지 다 읽게 해 준 동력인 것 같다.

영화


먼저 소설책을 끝낸 뒤, 영화를 보았다. 가끔 (아니 높은 확률로) 소설 원작의 영화는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지만 코언 형제가 감독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로 보는 것도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안톤 쉬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은 초코송이 같은 웃긴 머리를 하고도, 실제로 마주친다면 불쾌하면서도 두려울 것 같은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무척이나 잘 살렸던 것 같다.

줄거리


코맥 매카시의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텍사스 서부를 배경으로 한 범죄 스릴러로, 무자비한 폭력과 도덕적 딜레마를 탐구한다. 이야기는 1980년대 초, 사냥을 하던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인 루엘린 모스가 우연히 마약 거래가 잘못된 현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현장에는 시체들, 헤로인, 그리고 200만 달러의 현금 가방이 있다. 모스는 돈을 가져가기로 결심하지만, 이는 그를 무자비한 살인마 안톤 시거의 표적으로 만든다.

안톤 시거는 돈을 되찾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죽이며 모스를 추격한다. 그는 무자비하고 냉혹하며, 자신의 피해자들에게 동전 던지기로 생사 여부를 결정짓는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모스는 시거와의 싸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도망치고, 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시거와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한편, 오래된 보안관인 에드 톰 벨은 이 폭력적인 사건을 조사하며, 현대 사회의 폭력과 도덕적 붕괴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낀다. 벨은 자신의 노후와 자신이 믿어왔던 가치관이 더 이상 현대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것 같아 혼란스러워한다. 그는 정의와 질서를 지키려 노력하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게 된다.

결국, 모스는 시거에게 붙잡히기 전에 다른 범죄자들에게 살해당하고, 시거는 끝내 돈을 되찾지 못한다. 시거는 모스의 아내를 찾아가고, 그녀에게도 동전 던지기로 생사를 결정하라고 요구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부한다. 이내 그녀를 죽이고 떠나는 시거는 교통사고를 당하지만, 여전히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소설과 영화는 큰 줄기의 이야기는 같지만 르웰린이 죽는 이유 같은 세부 내용은 조금 다르다.

마치며


사실 스토리만 놓고 본다면 꽤나 흔한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인 것 같다.

전쟁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가난한 남자가 마약거래 현장에서 우연히 큰돈을 얻는다. 거래에 관련된 두 조직은 자신의 조직원고 킬러를 보내 돈 가방의 행방을 쫓고, 그 지역의 담당 보안관은 그 사건의 진신을 캐내기 위해 그들을 쫓는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좀 더 간략하게 요약하면 위와 같다. 이 책에서 벌어지는 진짜 흥미로운 일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대하는 인물들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우왕좌왕하는 르웰린.
자신만의 원칙을 주장하며 행동하는 안톤 쉬거.
선을 추구하며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해보려 하지만 무기력한 에드 톰 벨.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안톤 시거일 것이다.

그는 철저히 계산적면이서도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고 남들은 이해하기 힘든 불가해한 자신만의 원칙을 가진, 그의 존재 자체가 무질서 속의 질서 같다.

그는 사람의 목숨을 동전을 던져 단순히 수학적 확률로 결정짓고, 그 결과를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영화의 말미에서 르웰린의 아내 칼라의 반박에는 살짝 발끈하는 기색을 보이긴 하지만 그는 그만의 원칙이 있다.

문제는 그 원칙과 결과 혹은 우선순위가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알 수 없는 그의 행동 양식은 우리에게 불안감과 두려움을 준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AI와 알고리즘에 서서히 의존하는 현대 사회와 닮아 있는 것 같다. 어떤 과정을 거쳐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때로 우린 그것을 쉽게 수용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과 배경은 마치 카우보이가 뛰어다니는 서부시대를 연상시킨다.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를 신고, 말을 타고 사건 현장으로 가기도 한다. 겉모습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그 속에 사람들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특히, 보안관 에드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은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혼돈과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

에드는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더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그의 회고와 독백은 자신의 아버지 시대를 혹은 자신의 어린 날을 말한다.

요즘은?
글쎄 과연 몇 년 전만 해도 알고리즘에 휩쓸려,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보고 있는지 이해하지도 못하고 숏폼의 화면을 휙휙 넘기고 있는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요즘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이 아니라 '중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바꿔야 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다.

앞으로 세상은 계속해서 빠르게 바뀔 것이다. 이미 평범한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은 많다. 그런데 AI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AI가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원리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시기가 오지는 않을까?

그런 시기가 온다면 우리는, 나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지 궁금해진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8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등 8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영화)된 코엔 형제의 영화 'No Country for Old Men'의 원작 소설. 사막에서 영양을 쫓던 평범한 사나이 모스는 우연히 총격전의 현장을 발견한다. 참혹한 시체들, 다량의 마약, 200만 달러가 넘는 현금, 그리고 물을 찾는 중상의 생존자 사이에서 모스는 돈가방을 챙겨 그곳을 떠난다. 하지만 생존자를 외면한 것이 마음에 남았던 모스는 그날 밤 다시 현장을 찾아간다. 그러나 마약은 사라지고 생존자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그를 기다리는 것은 미지의 추적자들이다. 모스는 다시 예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는 도망과 총격전, 음모와 살인 속으로 던져진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사건, 조밀하고 단단한 시퀀스, 무뚝뚝해 보이는 어투와 잔잔한 독백이 교차하는 문체미의 앙상블은 이 작품을 고품격 스릴러, 완성도 높은 서부극으로 만들어 기존의 스릴러, 서부극과는 다른 차이를 보인다. 또한 멕시코 국경의 황량함, 다양한 형태와 구경의 총기들, 핏빛과 화약 연기들의 로컬 이미지 아래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그늘을 보여준다. 〈font color="ffb6c1"〉 ★ 〈/font〉 수상 내역 〈font color="ffb6c1"〉 ★ 〈/font〉 ♦ 2007 퓰리처상 수상 작가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고품격 스릴러 ♦ 거장 코엔 형제의 영화 'No Country for Old Men'의 원작 소설 ♦ 2007 전미비평가협회, 뉴욕/보스턴/워싱턴/시카고/샌프란시스코비평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수상(영화) ♦ 2008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등 8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영화)
저자
코맥 매카시
출판
출판일
2008.02.20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총격전이 벌어진 끔찍한 현장에서 르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우연히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이 가방을 찾는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쫓는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까지 합세하면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추격전이 시작된다.
평점
8.0 (2008.02.21 개봉)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슈 브롤린, 우디 해럴슨, 켈리 맥도널드, 가렛 딜라헌트, 테스 하퍼, 배리 코빈, 스티븐 루트, 로저 보이스, 베스 그랜트, 안나 리더, 킷 그윈, 잭 홉킨스, 칩 러브, 에두아르도 안토니오 가르시아, 진 존스, 부츠 서덜랜드, 캐시 램킨, 마가렛 바우먼, 믹 왓포드, 자니 헥터, 토마스 코파치, 제이슨 더글라스, 러더포드 크레이븐스, 매튜 포세이, 도리스 하그레이브, 브랜든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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