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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개인적으로는 주연 배우들 몇명 나오는 포스터보다는 이 포스터가 내가 영화를 보고난 감상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위의 포스터를 썻다.

 

 턱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변명치고는 너무 무성의하다 싶을 정도의 변명으로 국민을 기만혀 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기반으로 한 김윤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강동원, 짧게 나오기는 하지만 여진구까지 출연진의 면면히 화려하기 그지 없고 얼마전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화제를 끌고 있는 영화이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나온 택시운전사 보다 더 재미있고 뜻 깊게 봤던 것 같다.

 

2. 내 마음대로 생각해보는 Keyword

 

 민주주의는 한 개인의 영웅적 행동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이루어가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 가장 처음 든 생각이 저것이었다. 영화는 특히나 민주화 진영쪽에서는 정말 많은 주연급 배우들이 출연한다. 다른 영화라면 스토리의 대부분을 이끌어 가고도 남을 이름 값들을 하는 인물들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역활이 한정되어 있다.

 

 공안부장 검사역으로 출연했던 하정우의 예를 들어보자. 권력형 비리가 등장하고 검사가 주인공인 영화의 스토리는 큰틀에서 비슷비슷하다. 정의감에 휩쌓인 그것도 아니면 그냥 악이든 깡이든 아무튼 어떤 이유를 가진 검사가 권력형 비를 발견하고 열심히 물고 뜯어 비리를 파헤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 뭐 그 와중에 조력자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그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것은 소수의 영웅적인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 영화 1987에서는 하정우의 역할은 명확하게 제한되어 있다. 법대로 하자는 소신인지 아니면 정말 투철한 정의감인지, 그것도 아니면 지난번에 까인 것에 대한 복수인지 모를 모호한 이유로(데모를 하는 학생을 서류로 때리는 것보면...) 시체보존 및 시체부검 명령서 (자신이 부장검사로써 할 수 있는 최선) 를 발부하고 시행하는 것 까지 마치고 짤린다. 그리고 그 기록들은 슬쩍 동아일보 기자인 윤상삼 기자 (이희준) 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마친다.

 

 그 후, 일이 잘 못되고 전두환이 호헌 선언을 하자 그가 보인 행동이라고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소주 한병까고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는 동료의 말에 안 간다고 소리치는게 전부인 평범한 사람이다.

 

 나머지 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행위의 동기나 행위를 짚어보자면(물론 의로운 행동이고 아무나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초인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김정남과(설경구) 과 감옥의 갇힌 해직 동아일보의 정보를 연결시키주던 한병용(유해진) 역시 가족을 건 협박 앞에서 김정남의 은신처를 밝히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이런 위기의 상황속에서 그 사람을 구해준 것은 서로의 행위 이다.

 

 한병용이 끌려가자 연희(김태리)는 그가 부탁했던 서류를 전달하고 그 서류는 김정남의 위기의 원인이 되지만 함세웅 신부에 의해 발표 되고 기자들에 의해 전파가 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준다.

 

 

 독재는 혼자다.

 

 그 역할이 골고루 분배되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민주진영과 달리 영화에서 독재정권을 대표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인물은 박처장(김윤석) 이다. 그는 대통령은 바뀌어도 남영동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부하들에게는 절대적인 충성을 받고 자신의 지위보다 높은 권력을 휘두를 정도의 인물로 묘사된다.

 

이곳에 속한 이들은 민주화 진영에 속한 이들과 다르게 구원을 스스로의 손으로 이루어 내려고 한다. 조반장(박희순)이 구속을 당하자 박처장이 구해주지만 구속이 이어지자 결국은 그를 협박하기에 이르고 거기에 속한 이들도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주는 동앗줄이 아니라 목을 노린다. 그들에게 우리란 결국 좋을 때 우리 일 뿐이지 일이 틀어지면 우리가 아니라 몸통과 꼬리일 뿐이다.

 

 'OO답게' 의 의미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의 행위의 근본 원인이 되는 것은 OO답게 이다. 공안부장 역의 하정우는 검사답게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아니라 법을 수호하고 집행하는 일을 한다. 윤상삼 기자와 그의 동료들은 기자답게 보도지침 따위는 무시하고 사실을 밝히고 그것을 전파한다. 이한열(강동원) 은 인간다운 이유로 데모에 참석한다고 밝힌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라는 이유를 든다.

 

 이게 참 또 복잡한 문제인것 같다. 연희가 데모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도 참 인간다운 이유다. 두려움. 박처장이 그렇게 빨갱이를 싫어하고 때려잡는 것도 인간다운 이유다. 복수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국민과 국가에 충성을 하지 않고 박처장 같은 개인에게 충성을하며 무력을 휘두르는 것은 전혀 군인 답지 않은 행동이다.

 

 그날이 올까?

 

 영화에서 막바지에 종을 뎅뎅 울린다. 그날이 왔다. 물고문을 당하고 억울하게 한 청년이 죽고, 그날은 오지 않는다고 포기하라고 외치던 연희가 삼촌 한병용을 위해 서류를 전달하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데모에 참석한다던 청년이 죽고 서야 그날이 왔다.

 

3. 마치며

 

 우리는 얼마 전, 민주주의는 영웅적인 개인의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 개개인이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눈으로 목도했다. 물론 따로 떨어져 있던 그들을 하나로 묶어 줄 촉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그들을 이끌어 줄 사람도 필요한 것이 현실적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이루는 것은 한 두사람의 몫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간접 민주주의라고 너무 국회의원이랑 대통령에게만 맡기고 놀진 말자.

 

 그리 여담으로 강동원이 마스크 깔 때 여자들의 탄성은 마치 예전 '늑대의 유혹' 에서 빗속에서 우산을 까는 시절을 연상시켜 영화관에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넘쳤다. 분명 원래의 사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였지만 그 속에서도 스토리와 위트가 살아 있는 것 같아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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