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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8년 전 쯤, 워킹홀리데이라는 명목으로 뉴질랜드에 6개월간 머문 적이 있다. 그리고 일정의 막바지 쯤, 북섬에 머물던 나는 뉴질랜드 남섬의 끝자락에 있는 더니든이라는 도시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뉴질랜드에서는 교육의 도시로도 유명한 이 젊은 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스코틀랜드풍의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중국풍의 정원이었다. 이틀정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내 기억속의 더니든은 무척 다채로운 표정과 색상을 지니고 있는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판넬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공장과 굴뚝, 그리고 아파트가 가득한 무채색의 공업도시에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때로 그곳이 그리워지곤 한다.

 

 이 책은 알쓸신잡 출연으로 유명해진 유현준 교수가 쓴 글이다. 아무리봐도 제목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차용 해 온 것 같다.

 

 높이 치솟는 집값처럼 비슷비슷하게 생긴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이웃과의 마음의 간격처럼 도로를 좌우로 넓혀나가는 동안 우리가 사는 도시는 정말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까?

 

2. 책의 내용

 

 책은 건축에 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에서는 우리에게 창의적으로 살라, 늘 혁신하고 변하라고 요구하며 왜 가장 창의적으로 커야할 우리 아이들에게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교실을 가진 교도소 같은 학교에서 자랄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원 중 하나인 회사의 사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장을 뽑아보라면 ‘3장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였다. 예전에는 공공재처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고 돈을 지불하여 공간을 사야만하는 시대가 되면서 돈이 없는 중학생들은 편의점으로 돈이 좀 더 많은 대학생 이상은 커피전문점이나 모텔대실로 돈이 없다면 잠시 동안 편히 쉴 공간조차 구할 수 없는 도시의 차가운 이면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공간을 즐기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게 집값이든 월세든 카페의 커피 값이든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몇 평으로 계산되는 공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3. 마무리

 

 책은 건축과 공간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에 관하여, 그리고 건축을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를 어떻게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지 이야기한다.

 

 현대적 도시가 생기고부터 확언은 할 수 없었지만 현대 사회에 들어서 개인들은 점점 파편화되고 해체가 되어가고 있다. 집에서 함께 거주하는 이들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제는 1인 가구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고 사람들은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하며 경험을 공유며 슬픔과 기쁨을 공유 하는게 아니라 SNS 사진을 통해 좋아요를 공유하는 시대이다.

 

 건축이랑 내부와 외부 공간을 분리시켜주는 역할도 하지만 소통을 시켜주는 역할도 한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 지구라트나 고인돌, 피라미드와 같은 거대한 건축물은 권력과 신분, 종교적 권위를 상징하며 지배층과 피지배층을 분리시키고 분리하는 역할도 했지만 로마의 콜로세움의 경우는 여러 민족이 공통의 경험을 가지게 해주는 화합과 소통의 역할을,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극장의 경우에는 그리스 민주주의 사회를 완성시켰다고 평가했다.

 

왕이나 제사장이 아니라 일반 국민도 언제든지 시선 집중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평등한 권력의 공간구조를 제공하는 디오니소스 극장이 그리스 민주주의 사회를 완성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4차 산업시대가 오면 전문가들은 모든 것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런데 우리는 점점 높은 벽과 넓은 도로로 서로를 분리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뉴스나 기타 전문매체에서 부동산에 관해 떠들 때, ‘가격수익률에 관해 이야기하며 건축물을 자본주의 신앙의 상징물로 만들고 대부분의 청자가 그것을 손쉽게 수용하는 동안 우리가 잊어버렸던 것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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