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동주 열국지' 이다. 많은 사람들이 삼국지는 읽어 보았을 것이다. 그에 비해 열국지를 읽어 본 사람은 꽤나 드물었다. 이야기가 조금 곁으로 샛는데. 열국지는 춘추전국 시대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사회 시간이나 도덕 시간에 배웠듯이 제자백가는 춘추전국 시대의 사상가들이다.
열국지를 통해 만나본 춘추전국시대는 (사실 읽고 있는 부분은 아직 춘추시대이긴 하지만) 어마어마한 변화의 시대였다. 끊임없이 전쟁이 이어지고 지역의 통치자인 제후가 그들의 신하들에 의해서 갈아치워지기 일 수 였다. 그만큼이나 제후들은 패권을 쥐기 위해 다양성을 존중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중국의 르네상스 시대라고나 할까?
요즘이야 서양이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으니 많은 이들이 서양철학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반도를 동아시아를 오랫동안 지배한 것은 제자백가로부터 시작된 동양철학이었다. 수많은 패권들이 난립하고 급변하는 사회가 왠지 전국시대와 같지 않은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렇지만 제대로 모르는 제자백가를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하는 이유
1. 관중부터 한비자까지 춘추전국시대를 누빈 주요 사상가를 알 수 있다.
2. 의외로 실용적이다. 자신이 꿈꾸고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내 마음대로 평가한 사상가들
1. 극단적인 실용주의자 혹은 자본주의자 관중 (관자)
'동주 열국지' 가 5권짜리 개정편이 나오긴 했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10권 짜리 '동주 열국지'에서 관중은 2권에 등장한다. (사실 2권까지 밖에 못 읽었다) 책은 인물이 활동했던 시대를 순서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왜 하필 관중 (본명은 관이오) 처음 이었을까 라고 생각하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동주 열국지'에서 등장하는 인물중 나라를 다스리는 큰 그림을 그린 이는 관중이 최초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고 패권을 가질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이가 없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다분하다.
아무튼 관중은 지독한 실용주의자 이고 자본주의자이자 중상주의자 인 것 같다. 그는 강한 나라를 위해 먼저 부유한 나라를 만들기를 제안했다. 그를 위해 나라에서 운영하는 기생집을 만들기까지 했다고 하니,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유능한 경제학자가 되었을 것 같다.
2. 인본주의자 안자
안자는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은 아니다. 뭐 수업시간과 시험에 거의 등장하지 않으니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왕에게 충성하지 말고 사직을 위해 일하라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상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회사나 국가를 위해 일하라고 말하는 격이랄까?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3. 반전주의자 손자
손자병법을 지은 그 손자 맞다. 그런데 반전주의자라고? 내가 생가하기에는 그는 반전주의자가 맞다. 다만 요즘 반전에서 주장하는 인류애나 이런게 아니라 쓸데 없이 돈이 많이 들고 국력을 소모하니 전쟁은 언제나 최후에 수단으로 삼고 다른 수단을 통해서 해결하도록 노력하라고 주장한다.
중국에서 최고의 병법서로 칭송되는 손자병법을 지어낸 인물이 이런 생각을 가졌다고 하니 생각외로 의외이지 않나? 그리고 저자는 손자를 후대의 사상가들의 뿌리와 같은 인물로 평가한다. 매우 흥미로운 평가이다. 저자의 다른 책에 손자병법을 풀이한 책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4. 이상주의자 공자
동아시아에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공자! 저자는 공자를 대부가 되고 싶었던 지식인이라고 평가합니다. 대부란 조선시대로 치면 사대부가 되겠군요. 쉬운말로 하면 그냥 귀족이죠. 공자는 무당의 자식으로 어렸을 때 온갖 굳은일은 다하고 자랐다고 합니다. 공자가 만든 유학은 군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신하를 위한 것 입니다.
요즘 같이 자국이기주의가 극대화 되어가는 세계에 힘 없는 국가가 인과 예를 내세우며 자신의 주장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어 보이는 일이 없어 보일 겁니다. (그러니 북한이 힘을 가지기 위해 꾸역꾸역 미사일을 만들고 핵을 개발하는 것이겠죠) 사실 공자가 활약했던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전쟁이 발발하는 마당에 인과 예라니... 그러니 앞의 세사람 관중과 안자는 재상을 하고 손자도 관직에 올랐지만 공자는 그러지 못했겠죠.
하지만 오늘 날까지 살아남은 것은 공자의 사상인걸 생각해보면 뭐가 중요한 걸까라는 고민이 들게합니다.
5. 노동 운동가 이자 공공복지를 주장한 묵자
묵자라고 하면 겸애사상으로 유명하죠. 사회나 도덕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사랑하라고 이야기하는 사상이라고 우리는 배웠을 껀데, 이분들 공성 특히 방어를 전문으로 하는 집단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동자들 피지배층들이 자신이 일한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을 열열히 비판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앞의 인물들과는 다르게 철철히 피지배층들을 위한 사상을 내어놓은 사람들입니다. 관중이나 안자, 손자는 피지배층들을 나라를 위한 자원으로 봤습니다만 묵자는 그렇지 않죠.
6. 군대의 똥별들이 이걸 좀 배워야 할텐데 오기
손자병법 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오자병법의 저자이자 불패의 명장인 오기는 병가로 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유가와 섞인 병가라고 저자는 표현한다. 손자는 병사들을 소모품의 가까운 성격으로 보았다면 오자는 한명의 인간으로 보고 아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손자가 병사들을 막굴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 소모품들이 귀중한 자원임으로 이렇게 저렇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군대에서 사병들을 대하는 태도란... 어휴...
7. 국가주의자 이자 중농주의자 상앙
후일 시황제가 진을 통일할 수 있는 초석을 쌓았다고 할 수 있는 상앙. 이분 역시 우리에게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 이분은 이 책에서 유일하게 전쟁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이용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독한 중농주의자로 농사와 전쟁에 관련된 산업을 제외하고 상업과 당대 지식인의 유세 같은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군주를 제외하고는 출신 성분을 무시하고 오직 능력으로만 평가하고 모든 이들이 법앞에 평등해야한다는 법치주의를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유학자들이 주장하는 성인 군주가 아닌 무위 군주를 주장하면 요즘으로 치면 시스템에 의한 사회 통치를 주장했다. 물론 불완전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놀랄 정도로 근대적인 생각이다.
8. 키보드 워리워 맹자
'항산이 있어야지 항심이 있다' 라는 말과 맹모삼천지교로 유명한 맹자 역시 우리에게 유명한 사람이다. 이 분은 공자의 사상이 힘을 잃어 갈 때 등장한 인물이다. 유가의 부흥을 사명으로 했는지 이분은 사람을 가라지 않고 쏘아 부쳤다. 왕이 왕 답지 않으면 갈아치워야 한다고 왕한테 이야기하는 결기 있는 분이었다.
이 외에도 장자, 노자, 순자, 신도, 한비자까지 등장 하지만 너무 많으니 줄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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