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사람의 이름이 가장 많이 들려올 것 같다.
요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알고 있는 의사의 이름을 물으면 아마 이 사람의 이름이 가장 많이 들려올 것 같다. '이국종', 우리나라에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던 '아덴만 여명작전' 에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님을 수술하고 살려낸 것으로 일약 유명해진 이국종 교수는 이 후 우리나라 중증 외상외과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아름아름 방송에도 언급되며 점점 더 유명해졌다. 그리고 얼마전 있었던 북한병사 귀순 사건 시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를 치료할 때, 여러가지 논란을 낳으며 또 다시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었다.
내게 의사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존재이다. 아직 젊어서 그런지 병원에 갈일도 많이 없었고 딱히 아는 의사도 없어 그들의 삶이 어떤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바가 없었다. 그저 흔히 드라마 등의 미디어에서 접하는 것처럼 바쁜 와중에 대낮에 연애하고 화려하기만 한 직업은 아닐 것이라는 걸 대충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다시 책이 이야기로 돌아와 이 책을 읽은 느낌을 표현하자면 한 의사의 투쟁기를 담은 책이었다. 아니 투쟁이라기 보단 애달픈 발버둥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좀 더 근접한 표현 같다.
생과 사의 경계, 가진 것 없는 이들끼리 똑같은 가난한 중증외상 환자들을 구하겠다고 나선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기록이 이 책에 담겨있다.
2. 책의 내용
책은 이국종 교수가 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하필이면 외과를 선택하고, 더욱이 외상외과 의사로 직업을 선택하기에 이르렀지에 대해서 서술을하며 시작된다. 대부분의 자서전 혹은 어떤 인물에 대한 일대기를 보면 그 인물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직업 혹은 결정을 묘사 할 때 굉장한 소명감이나 재능 혹은 열정을 가지고 선택했다고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맞지 않는 비유이긴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인 '아이콘'에서 스티브 잡스는 주변 사람들을 휘어잡는 어마어마한 카리스마와 열정을 가지고 애플을 설립한다.
그에 비해 이국종 교수가 의사가 그것도 외상외과 의사가 된 이유는 큰 소명의식이나 대단한 열정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친구를 따라 혹은 IMF 등의 외적상황에 의해 떠밀리듯 외상외과 의사가 되어버린 그의 삶을 엿보고 있자면 그저 성적에 따라 대학을 지원하고 뽑아주는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보통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동질감과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그 이후로도 그의 그런 태도는 계속해서 나타난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 의견을 피력하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어마어마한 열정을 발휘해 상황을 돌파하지도 않고 애둘러 가해지는 압력에 굴복해서 포기하지도 않는다. 파도에 떠밀리듯 이리저리 표류하면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할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
책은 이국종 교수의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중증외상센터에 관한 내용을 고루 담고 있다. 어쩌면 중증외상센터 건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는 석해균 선장의 수술에 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책을 보고 있자면 흰가운을 입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의사 선생님이 떠오르기보단 구멍 뚫리고 피얼룩진 옷을 입고 파리한 얼굴과 짙은 다크서클을 한 채 냉정한 표정으로 피구덩이를 구르는 고된 노동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3. 마치며
방금 말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샤프한 전문직 종사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고된 일을 하는 육체노동자가 떠오른다. 줄어들지 않는 작업량, 충원되지 않는 인력, 개선의 희망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작성되는 보고서와 상사의 눈총까지 이국종 교수의 표현대로 나와 주변 사람들의 목숨을 갈아 넣어가면서 버티고 또 버티는 모습이 애달프다.
내 목숨을 갈아 넣듯 버티고 있었으나 죽어가는 환자들을 다 건져내지는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국종 교수가 대단하고 생각 한 것은 그다지 큰 열정 없이 그저 밥벌이를 위한 직업으로 시작한 외상외과의사의 삶을 꾸역꾸역 버텨내고 언제든지 그만두라고 한다면 그만둘 생각으로 일하면서도 일을 허투로 대하지 않은 이유, 주변의 비아냥과 스스로의 좋지 않은 몸상태에도 불구하고 헬기를 타고 출동하는 이유에 대해 표현 할 때면 그것이 교과서에 적혀 있어서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밥벌이의 종결은 늘 타인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그때까지는 버티는 것이 나은 법이며, 나 스스로 판을 정리하려는 노력조차 아까우니 힘을 아끼라는 말이 나는 틀리지 않다고 여겼다.
특별하지 않아 보이던 그가 가장 특별해 보이는 순간 이었다. 현대에 일어나는 혹은 일어난 사례가 있는 대부분의 일에는 메뉴얼이라는게 존재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앎과 행함을 일치시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을 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이를 추구하는 이국종 교수의 삶은 존경할만 한 것 같다.
한국에는 한국만의 '질서'가 존재했다. 기껏 찾은 답은 쓸 수 없었고 현실적인 난관을 피할 수 없었다.
부서지고 낡아가는 몸과 많은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꾸역꾸역 꾸려져나가는 중증외상센터의 모습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또 허 위원이 말하는 내용도 공감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수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필요성을 알린다고 해도 국가 정책이 움직일 수 있는 파이는 정해져 있어요.
그게 현실이고 사실이죠.
결국 경제학적 문제로 돌아와서 자원은 한정적이고 투입을 요청하는 곳이 많으면 결정권자는 우선 순위를 정할 수 밖에 없다. 과연 무엇이 우선이고 중요한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이 필요 할 것이고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나 대신 결정권을 가진이들이 제대로 판단 하길 빌던지 의견을 제시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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