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신작 덩케르크,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난 소감을 말하라고하면 '힘들다', '이게 다큐멘터리냐? 영화냐?', '나의 사라진 2시간을 돌려 달라' 라고 말하고 싶다. 참고로 덩케르크는 실제로 세계 2차대전 당시 영국군의 '다이나모 작전'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다이나모 작전이 행해졌던 도시가 프랑스의 덩케르크 이다.)
영화는 분명 좋았다. 좋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너무 현장에 있는 듯 몰입하여 피곤할 지경이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적 물에 빠져서 죽을뻔 한 적이 있어서 깊은 물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인데 폭격이나 어뢰로 인해 배가 침몰 할 때마다 내가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을 정도로 현장감이 있었다.
2. 3가지 시점
영화는 덩케르크의 시가지를 헤메고 있는 '토미'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하늘에서는 꽃비처럼 나치의 선전물이 떨어지고 토미와 그의 동료들은 텅빈 도사를 헤메고 다닌다. 토미가 떨어지는 선전물을 낚아채 큰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순간 총알이 날아온다. 적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소름끼치는 총알 소리와 함께 동료들이 픽픽 쓰러진다. 최선을 다해 도망친 끝에 해변에 도달한 토미 거기서 또 큰일을 해결하려 시도하지만 누군가를 땅에 묻고 있는 병사와 마주쳐 또다시 일을 보지 못하고 그를 도와준다. 그의 손에는 더 이상 총도 들려있지 않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궁금했는데 과연 토미는 큰일을 봤을까?)
덩케르크에 고립된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함선 뿐만 아니라 민간인 선박도 징발된다. 도슨의 요트도 마찬가지인데, 도슨은 순순히 해군의 명령에 응하여 자신의 요트에 구명조끼를 가득채운다. 그런데 막상 해군이 승선을 하려고 할 때 스스로 배를 몰고 덩케르크를 향해 나아간다. 두 명의 젊은 이들을 태운채로 말이다.
3대의 영국군 전투기가 편대를 이루어 철수작전을 돕기 위해 덩케르크 해안으로 날아간다. 편대의 리더는 작전을 마치고 귀환 할 수 있는 연료를 남겨놓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잠시 뒤 마주친 독일 공군 편대와의 싸움이 벌어지는데 이 싸움에서 파리어의 연료게이지가 고장나고 만다.
영화는 이 세가지 시점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해변에서 일주일, 바다에서 하루, 하늘에서 한시간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 세 시점이 얽혀있고 시점에 따라 시간이 순차적으로 흐르고 있지 않음을 알아 챌 수 있다. 그리고 귀환이 완료되는 순간 3개의 시선이 모이고 3개의 시간이 합쳐진다.
3. 개인도 없고, 적도 없고, 영광도 없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대체 누구지? 라는 의문이 든다. 영화에서 개인의 이름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특히 군인은) 직책 등의 대명사로 존재한다. 가족이나 애인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눈물 짓는 군인 한명 없다. 침물하는 배에서 탈출한 이들도 해변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낼 뿐이다. 또한 포화와 총알이 빗발치지만 나치의 폭격기와 전투기를 제외하고는 실체를 가진 적이 보이지 않아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전쟁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뜨거운 동료애나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싸우거나 희생하는 모습 등과 같이 애국심을 자극하여 가슴을 울리는 듯한 뜨거운 무언가는 없다.
(물론 있기는 하다. 비행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 전혀 몰랐는데 마지막에 짠하고 드러나는 톰하디는 존멋임이 확실하다.)
4. 스스로의 생존과 타자의 도움
덩케르크는 그 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다른 전쟁 영화들과는 사뭇다르다. 얼마전 보았던 '헥소고지' 와 같은 영웅도 없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 나 '진주만' 같은 거대한 서사적 플롯도 없다. 심지여 세계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주축국 병사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곳에는 각자의 사정을 지닌 인문들들의 각자의 '생존' 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영국으로 구조되어 돌아온 사람들 중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조해서 돌아온 이는 단 한명도 없다. 다들 이름 모를 이들의 손에 구해져서 돌아왔다. 누군가를 희생해서라도 살아 돌아가려고 했던 이 조차 타인의 손에 의해 구원되었다.
영화의 종반부 항구에서 병사들을 맞이하는 이들은 다들 잘했다. 수고했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살아돌아 온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병사는 눈먼 노인에게 자신의 부끄러움을 토로한다. 그러자 노인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대답한다.
"살아 돌아 온 것으로 충분해"
5. 마치며
감독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보내고 싶었던 메세지는 무엇일까? 확실히 시간을 보내는 오락성이나 전쟁의 참혹함이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목적이 아닌 것 만큼은 분명한것 같다. 국내판 영화포스터에는 조국은 그들을 버리지 않았다 라고 적혀있다. 실제로 인터넷에 있는 포스터를 보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침몰하는 군함을 홀로 남겨채 바라보는 병사의 뒷모습이 찍혀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포스터가 훨씬 영화에 적절한 것이 아닐까한다. 전쟁터 속에서의 고독감, 고립감이 잘 표현된 포스터라고 생각한다. 영화속에서는 잠깐이지만 같은 소속이라는 이유로 연대감을 가지고 다른 국가의 군인이라는 이유로 배척감을 보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구원하려 했지만 결국은 도슨의 요트에 의해 구원된다.
정작 급할 때 그들을 구원해준 이들은 자기가 속한 단체나 가까운 사람이 아닌 전혀 모르던 익명의 인물들이다. 독일군의 총알에 쫓기던 토미르 구운해준 것은 프랑스 병사들이고 토미에게 물을 나누어 준 것은 깁슨이다. 침물하는 함정에서 그들을 구원해 준 것도 프랑스 병사인 깁슨이다.
전쟁은 집단 대 집단의 싸움이다. 집단을 이루는 기준은 국가가 되기도 하고 이익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전쟁터 속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인간의 공존의식 때문이다. 비록 깁슨은 후에 자신이 배척 당할 수 있음을 예상 헸을 것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영국군을 구원한다. 토미는 자신을 구해준 깁슨에게 통조림을 나누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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