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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요즘 우리나라 최대 영화관인 CGV를 비롯하여 메이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아 여러 의미로 논란이 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최신 영화이다. 오늘 대구에서 있었던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일단 재미 있었다. 하마인지 돼지인지 헷갈리게 생긴 귀여운 옥자와 영화가 진행되는 곳곳에 뿌려놓은 블랙코미디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스토리까지 말이다. 아 그리고 쿠키 영상이 있으니 놓치지 말고 보시길 바란다.

(사람이 워낙 많아 그냥 기다리다가 우연히 보긴 했는데 많은 분들이 그냥 나가더라구요.)

 

 내게 이 영화는 한 소녀와 동물의 교감을 그린 슬프고도 아름다운 영화이기도 했지만 사회의 모순을 통렬하게 비난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이 글을 읽는 분은 영화를 본 후 어떻게 느꼈을 지는 모르겠다.

 

2. 옥자를 바라보는 시선들, 생명인가? 자산인가?

 

 영화의 스토리는 자칫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최대한 배제를 하고 영화를 보고 느낀 것과 질문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도록 노력하겠다.

 

 일단 영화 포스터부터가 우리나라 영화 답지 않게 (사실 넷플릭스에서 투자했으니 우리나라 영화라고 하기에는 좀 우습다만..) 주연배우의 모습이나 이런 것 없이 뭔가 영화의 주제를 팍팍 풍기는 그림을 떡 하니 박아 놓았다. 미자와 옥자로 보이는 실루엣과 옥자 위에 세워진 공장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너무나 뻔하고 노골적이다. 영화도 그렇다. 굉장히 은유적으로 표현을 해놓은 것 같지만 굉장히 노골적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고기를 소비한다. 삼겹살을 좋아하고 이 글을 보는 와중에 핫도그를 입에 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 살아있는 돼지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을지 몰라도 돼지 고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다들 알 것이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분홍빛의 신선한 돼지고기 과연 이것은 상품일까? 생명일까?

 

 영화는 한 생명체로써 돼지가 겪을 수 있는 일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질문한다. 과연 옥자는(혹은 돼지는) 생명인가 자산인가? 미자(안서현 분)에게 옥자는 생명이다. 함께 10년을 함께 지낸 가족이자 소통하는, 자유 의지를 동등한 인격체에 가깝다. 그렇지만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트 분)에게 옥자는 수 많은 회사 자산들 중 특별히 우수한 자원 중 하나 일 뿐이다. 그리고 나머지 인물들은(희봉과 ALF) 이 둘의 중간쯤의 위치하는 듯 하다.

 

 사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이 미자와 루시 미란도의 옥자를 바라보는 시점에 차이로 인해서 발생한다. 그리고 이 시점에 차이가 힘이 없는 미자의 굴복 혹은 타협으로 극적으로 종결된다. 덕분에 영화가 뜬금 없이 끝나버린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로써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리고 어쨋든 멀티플렉스들에서 옥자를 개봉해주지 않는 것도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문제가 아닌가!

 

3. 인간이나 돼지나

 

 이런 이야기가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내게 이런 말을 건는 것만 같았다.

 

 "산업화 된 자본주의 시대에 인간이나 돼지나."

 

 앞서 말했지만 미자에게 옥자는 인간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의 자리를 메꿔주는 또 한명이 가족이었다. 그리고 영화 내에서 몇번이나 옥자가 지성과 감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어필 한다. 미자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쓰고 뉴욕에서는 마치 고문을 당한 후 좋아하는 먹을 거리도 거부하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앓는 듯 한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도 보여준다. 스포가 될 수 도 있겠지만 미자가 옥자를 찾아 서울로 상경하며 나오는 지하철의 모습, 사람들이 다들 비슷한 옷을 입고 같은 방향으로 몰려가는 모습 위로 다들 비슷한 모습으로 억지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돼지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리고 뉴욕에서 차량에 갇힌 채 이동하는 옥자의 눈에 비친 거대한 공동묘지에서는 도살장에서 손질 되는 돼지고기의 모습이 겹쳐진다.

 

 기업에게는 인간이나 돼지나 똑같을 지 모른다. 돼지는 폭력과 억압에 의해 도살장으로 끌려가지만 우리는 돈이라는 목줄에 메여 끌려가는 것이 다를 뿐이고 상품 자산이 아니라 인적 자산으로 등록될 뿐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쓸모가 다하면 버려질 뿐 일지도 모른다.

 

 

4. 효율 만세!

 

 루시 미란도는 효율을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여 슈퍼 돼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슈퍼 돼지 종 중 가장 우수한 돼지로 뽑힌 것은 옥자이다. 그런데 옥자는 어떻게 보면 비효율을 집합체이다. 죠니 윌콕스 박사(제이크 질렌할 분)가 말하듯 다른 돼지들은 큰 도로가 뚫린 농장에서 관리를 받으며 자란다. 그런데 옥자는 차도 못 들어가는 첩첩 산중의 두메산골에서 온 산을 뛰어 다니며 성장한다.

 

 죠니가 희봉에서 옥자를 키운 비결을 묻자 희봉은 대답한다. "그냥 산에 풀어 놓고 키웠다" 라고 굉장히 아이러니 한 일이다. 효율을 위한 유전자 조작의 산물이 가장 통제되지 않은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키워졌을 때 가장 우수한 결과를 가져오다니 말이다.

 

5. 마치며

 

 완벽하게 정리하지는 못 했지만 여러가지로 의미를 주는 영화였다. 우리가 동물을 먹는 것을 비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효율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생명체를 물건이나 자산으로 취급하면서 진정 몹쓸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건 인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미란도 기업은 굉장히 큰 기업이다. 그런데 그곳 직원으로 일하며 트럭을 운전하는 김군은 1종 면허를 가지고 운전을 하지만 4대 보험은 가입이 되어 있지 않다고 문도에게 소리친다. 이것이 효율화의 또 다른 모습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몰라도 김군에게는 영화는 해피 엔딩이 아닐까? 사실 다른 대사 보다 김군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X발, 이게 회사 차지 내꺼냐!"

 

"미란도가 X된 거지 내가 X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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