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얼마 전, 방송인 사유리씨가 정자 공여 시술을 통해 자발적인 비혼모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실현되기란 실상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이 일로 많은 이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있다. 과거부터 있어온 평범한 모습의 가족이 있는가하면 외국에는 동성커플에게도 아이의 입양을 허용하며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가족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과연 지금 시대에 평범한 혹은 올바른 가족의 모습이라 지칭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사회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그 가족의 모습이 항상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확신 할 수 있을까?
2. 책의 내용
새의 둥지를 연구 및 관찰하기 위해 은퇴 교수의 숲 속 집에서 잠시 생활하는 조 앞에 어느 날 밤, 자신의 이름을 얼사 메이저라 소개하는 여자 아이가 나타난다. 그녀는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주장하고 5개의 기적을 보고나면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 갈 것이라고 말한다. 소녀의 몸에는 멍자국이 남아 있었다.
가정에서의 학대로 인한 가출로 생각한 조는 사회가 요구하는 합리성을 토대로 경찰에게 현재 상황을 신고한다. 그러나 얼사는 자신의 경고대로 경찰이 오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조를 찾아온 경찰은 조에게 괜한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냉담한 어조의 충고를 남기고는 사라져 버린다.
얼사를 경찰에 인계할 수 없음을 인정한 조는 측은지심에 얼사를 돌보고 시작한다. 얼사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떠돌이 개에게도 작은곰이라 이름을 붙이고 밥을 준다. 그러면서도 아동실종 사이트를 검색하며 얼사를 가정으로 돌려보낼 방법을 계속해서 찾는다.
어머니가 암으로 죽고 자신도 똑같은 암을 앓으며 유방과 난소를 절제한 이후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되지 않는 숲속에 들어가 절친인 태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관계를 단절 시킨 채 살아가던 조의 인생은 얼사를 만나면서 많은 부분들이 변한다. 특히나 자신이 연구를 위해 매일 지나다니던 길 앞에서 달걀을 팔던 개브리엘이라는 남자와도 알게 된다. 평범한 농부인줄 알았던 그 남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좋아하고 우울증을 앓고 있다.
사회에서든 타인에게서든 상처를 받고 버림받은 세 사람이 모여 조가 관찰하는 둥지처럼 자신들의 숲속에서 튼튼하고 아늑한 둥지를 만들어 간다. 조에게 얼사는 찌르레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낳고 간 알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들의 둥지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도심에서도 안전 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꽤나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전에 리뷰를 했던 체인지킹의 후예 라던지, 작년에 개봉했던 ‘담보’ 같은 영화에서 말이다. 진짜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아빠와 엄마 같은 이상적인 구성원들의 모습과 그들의 결속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법적인 구속력이 아니라 그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가지는 유대감과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다들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얼사의 역할은 순진함, 순수함 등을 통해 메마른 어른들의 감정을 촉촉이 적셔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거나 수동적인 역할이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능동적이고 주도적이다. 오히려 헤메는 것은 어른들이다. 자신의 과거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휘둘리고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휘둘린다.
얼사는 5가지 기적으로 자신과 같이 살 사람을 정한다. 조와 개브리엘을 이어주고, 총 앞에서 오히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고, 조가 법과 사회의 상식이라는 것에 주저 할 때 마치 스파이처럼 과감하게 상황을 돌파하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얼사는 어리지만 모든 상황을 주도하고 필요할 때면 과감하게 행동 할 줄도 아는 소년으로 묘사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3. 마치며
곧 있으면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한동안 아동학대 이슈로 사회가 들끓었던 덕분에 책의 내용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아이를 입양하고 행복한 가정이라고 TV에까지 나왔던 가정은 아이에게 지옥같은 곳이었다. 그와 반대로 편모가정으로 우여곡절로 내복차림으로 겨울 밤을 헤메던 6살짜리 아이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사회는 아동학대라 손가락질 했지만 정작 아이에게 엄마란, 가족이란 더 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비록 자주 잊어버리는 사실이지만 우리가 보고 듣는 것, 생각하는 것이 늘 옳을리는 없다. 가족의 모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모습으로 살고 나도 그런 모습으로 살아와서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있을뿐일이지도 모른다.
가족도 하나의 관계라는 개념에서 본다면 그 관계를 맺는 이들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관계를 누군가가 행복하지 않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맺고 끊음이 이루어지고 마치 회사 같은 조직처럼 구성원을 선택하게 된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너무 끔찍한 모습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다양성을 지키면서도 지킬건지키는 이라는 세상에 없을 이상적인 말을 할 수 밖에 없는게 가족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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