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들어가며
요즘 주식시장이 출렁거리며 오르락 내리락을 빠르게 반복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른 것도 별로 없어서 그런지 그나마 등락폭이 좀 나은데. 미국 시장을 보고 있으면 엔디비아와 같은 저렇게 덩치 큰 기업이 엄청난 폭으로 등락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개인적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자본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이 책을 선택하여 읽게 된 이유는 부동산이 없이 대부분 금융자산으로 보유 중인 내가 그중 꽤나 높은 비중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 늘 100% 투자를 해야 된다는 사람이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높은 비중 일 것이다. 높은 수익보다 필요한 돈을 필요할 때 쓰지 못하는 것을 더 기피하며 현금흐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적 성향과 기타 현실적 사정이 겹쳐진 이유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현금의 재발견'이라는 책의 제목이 상당히 나를 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실 조금 실패다. 역시 책은 제목과 표지만 보고 선택해서는 안된다. 나중에서야 적어도 목차는 보고 사야 한다는 교훈(?)을 새삼 얻었다.
재테크 서적 쪽에 가까울 거라 생각했던 책은 현금흐름에 집중해 시장과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주주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준 미국 CEO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책의 내용 자체는 좋았다. 한 때, CEO의 교과서처럼 불렸던 잭 웰치 타입의 CEO가 아닌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이룩한 CEO들의 이야기를 통해 CEO가 본질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일과 판단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 책이었다.
2. 책의 주요 내용
현금의 재발견(The outsider)은 전통적인 경영 방식과는 차별화된 접근을 택한 8명의 CEO들의 이야기를 다룬 윌리엄 손다이크(William N. Thorndike)의 책이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비범한 리더십으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는지를 자본 할당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 CEO들은 기존의 경영 관행을 따르지 않고, 독립적이며 창의적인 전략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공통된 특징은 자본 할당에 있어 매우 신중하고 철저한 분석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했다는 점이다.
1. 자본 할당의 중요성
이 책의 핵심은 기업 경영에서 자본 할당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강조하는 데 있다. 자본 할당이란, 기업이 보유한 자본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는 신규 투자, 배당금 지급, 부채 상환,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저자는 기업의 성공 여부가 CEO의 자본 할당 능력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등장하는 CEO들은 모두 자본을 전략적으로 관리하여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단순히 회사를 운영하는 관리자가 아닌,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자본 할당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손다이크는 자본 할당이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설명하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2. 8명의 CEO들의 비범한 리더십
책에서 다루는 8명의 CEO는 각각 다른 산업에서 활동했지만, 그들이 이끈 기업 모두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이 CEO들은 공통적으로 전통적인 경영 방식을 따르지 않았는데, 그들은 자신만의 철학과 전략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결정을 내렸고, 이를 통해 경쟁 기업들과 차별화시켰다.
2.1. 톰 머피(Tom Murphy) - 캐피털 시티즈(ABC)
톰 머피는 캐피털 시티즈를 이끌며 언론 산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CEO이다. 그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할 때 과감하게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다. 그의 가장 큰 성공 중 하나는 ABC 방송국을 인수한 것인데 당시 시장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평가받았던 인수였지만, 머피는 과감하게 자본을 투입해 결국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었습니다.
2.2. 헨리 싱글턴(Henry Singleton) - 텔레다인(Teledyne)
헨리 싱글턴은 전통적인 경영 방식을 완전히 뒤엎은 인물로, 그의 전략은 "필요할 때만 주식을 발행하고, 그 외에는 주식을 환매한다"는 것이다. 주가가 낮을 때는 주식을 매입하고, 주가가 고평가 될 때는 주식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한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매우 독창적이었으며, 텔레다인은 이러한 전략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2.3. 빌 앤더스(Bill Anders) -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빌 앤더스는 제너럴 다이내믹스를 군수산업에서 민간 항공산업으로 전환시키며 큰 성과를 거둔 CEO였다. 그는 과도한 부채를 지양하고,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회사의 재무 구조를 개선한다. 또한, 그는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2.4. 존 말론(John Malone) - TCI
존 말론은 케이블 텔레비전 산업에서 혁신을 일으킨 인물로, 자본 구조를 매우 효율적으로 관리한 CEO였다. 그는 고 레버리지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했고, 이를 통해 TCI를 미국 최대의 케이블 회사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말론은 또한 세금을 최소화하는 데 매우 능숙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순이익을 극대화했다.
2.5. 캐서린 그레이엄(Katharine Graham) -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캐서린 그레이엄은 가족 기업인 워싱턴 포스트를 이끌며,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기업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CEO입니다. 그녀는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언론사의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명한 자본 할당을 했다. 그녀의 리더십은 워싱턴 포스트를 미국 최고의 언론사 중 하나로 만들었다.
2.6. 딕 스미스(Dick Smith) - 제너럴 시네마(General Cinema)
딕 스미스는 제너럴 시네마를 이끌며, 영화 산업뿐만 아니라 음료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CEO이다. 그는 영화 산업의 성장 한계를 인식하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킨다. 그의 자본 할당 방식은 매우 신중했으며, 이는 장기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2.7. 빌 스티어츠(Bill Stiritz) - Ralston Purina
빌 스티어츠는 Ralston Purina를 이끌며 식품 산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CEO이다. 그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전략을 통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또한, 그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2.8. 워렌 버핏(Warren Buffett) -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워렌 버핏은 가장 유명한 투자자이자 CEO로, 그의 자본 할당 방식은 매우 신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는 배당금을 지급하기보다는 기업의 수익을 재투자하여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했다. 버핏은 기업의 운영보다도 자본 할당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의 이러한 철학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3. 독립적인 사고와 장기적인 관점
현금의 재발견에서 소개된 CEO들은 모두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립적인 사고를 유지했다. 그들은 주주나 이사회의 단기적인 기대에 맞추기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염두에 두고 회사를 운영한다. 이는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무리한 결정을 내리는 경영자들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특징이다.
이들 CEO는 신중한 자본 할당과 현금 흐름 관리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 그들은 불황이나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이끈다. 이러한 장기적인 관점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안정성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4.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
책에 등장하는 CEO들은 모두 과감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과도한 부채를 지양하고, 경기 침체나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재무 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기업이 단기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3. 마치며
현금의 재발견은 경영에서 자본 할당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개인을 혹은 가족을 재정관리라는 관점에서 본다고 해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쫓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발생하는 현금흐름과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부채를 이용한 투자를 통해 성공적인 자본 할당에 성공한다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적기야 쉽게 적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쉽지 않을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쉽지 않은 일을 책에 나오는 CEO들은 성공적으로 해낸 덕분에 시장 수익률(S&P500)과 동종 업체의 경쟁자들을 아주 큰 차이로 따돌리며 주주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 주었을 테니 말이다.
자본 할당을 제외하고 책에서 본 내용 중 인상이 깊었던 것은 해당 기업들의 분권화된 권한 구조였다. 책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본사의 거대한 스태프 조직들이 예산, 정책, 인사 등에 관한 주요 권한을 가지고 현장을 조정하는 방식이 아닌 본사의 인력은 최소화하고 현장에 최대한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돌아갔다.
개인적으로 이런 조직 구조는 적어도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혹은 내가 알고 있는 회사들과는 상당히 다른 구조였다.
그리고 주주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고려하는 정책은 우리나라의 자본 시장에서는 거의 볼 수 없어 그저 부럽기만 하다.
현금의 재발견에서 서술한 CEO 중 워렌 버핏을 제외하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일론 머스크와 같은 요즘 대세처럼 자리 잡은 스타형 CEO는 아니다. 그렇다고 책에서 묘사한 대로라면 당시에 월스트리트에서 선호하는 유형의 CEO도 아니었다. 그러나 회사에 투자한 주주에게 최대의 이익을 안겨주는 경영자라는 관점에서는 그들의 '성공적인'이라는 수식을 뛰어넘어 '위대한'이라는 수식을 붙여도 충분한 경영자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4. 기억에 남는 문구
그들 모두 의사결정 한복판에 합리성, 실용성을 두면서도, 관행에 얽매이지 않으며 관점은 명확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중요한 것은 통찰력 있는 결정이라고 판단했고, 시대에 뒤떨어진 덕목처럼 보이는 검소함과 인내심, 독립심과 과감함, 합리성과 논리를 강조했다.
핵심은 주어진 상황에 최적화하는 것이다.
- 저자
- 윌리엄 손다이크
- 출판
- 마인드빌딩
- 출판일
- 201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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