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마치 영화 메트릭스나 이퀄리브리엄을 떠올리게 하는 이 디스토피아적 SF소설은 읽고 난 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무려 193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지금 봐도 놀랍도록 생생하게 묘사된 인공부화장의 모습이나 소설 전체의 줄거리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언젠가 한번 읽어 보려고 했던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조금 우습게도 얼마전 유발 하라리가 발간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그가 미래는 '1984'가 아니라 '멋진 신세계' 처럼 될 것이라는 한토막의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겨 읽어 보게 되었다.
책은 또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의 명작이라 할 수 있는 '1984' 와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가 된다. '1984'가 태어난 사람에 대한 사상교육과 선전 그리고 완벽한 빅브라더의 감시를 통해 사람들을 강제로 통제하고 억압을 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유지한다면 '멋진 신세계'는 훨씬 세련된 방법으로 사람들을 통제한다. 바로 아예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목적에 맞게 '만드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사회 혹은 군중에 대한 통제라는 목표점은 똑같지만 방식은 전혀 다른 두 책에 대한 비교는 나중에 말미에 해보도록 하자.
2. 줄거리
대전쟁 이후 거대한 세계정부가 들어서고 모든 아이들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들의 교육 및 양육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실시한다. 인공 수정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삶은 목적, 계급이 정해지고 그에 맞춰 지능과 육체적 특성이 정해지게 된다.
아이들은 이미 태아시절 부터 세뇌를 받기 시작하게 되고 자신의 신분이나 직업에 대한 불만을 전혀 가지지 않도록 자라나게 된다. 심지어 가장 하층 계급인 엡실론은 고의로 지적장애를 가진 채 태어나게 해 단순 반복 노동을 담당하게 만든다.
지능과 육체뿐만이 아니다.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항목은 욕망이다. 정부는 개인의 욕망마저 통제한다. 부모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하고 임신은 불필요 한 것으로 만든다. 소비와 육체적 쾌락은 미덕으로 죽음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든다.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온 세뇌로도 부족해 괴로움이나 고민을 조금이라도 할라치면 마약의 일종인 '소마'를 복용하게 만들어 행복감과 안정감을 가지게 한다.
이 사회에서 높은 계급인 알파 플러스로 태어난 버나드 마르크스는 불만을 가지며 외톨이 생활을 이어가다 연인인(이 사회에서 연인이란 솜털처럼 가벼운 관계이다.) 레니나와 함께 연구라는 명목으로 아직 문명화가 되지 않은 야만인 거주구역으로 들어가 존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그를 런던으로 데려오고 존과 함께 갑작스레 유명인이 되어버린 버나드 마르크스는 본격적으로 사회를 즐기기 시작한다.
3. 멋진 신세계와 1984
멋진 신세계와 1984는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과학기술을 이용해 사회를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1984가 도청 등을 통한 엄밀한 감시를 통해 사회를 통제하고 일반 군중들에게 서로 연결되지 말고 분리 될 것과 절제할 것을 요구한다면 멋진 신세계에서는 결코 군중과 분리 되지 말기를 그리고 끊임 없이 소비하고 행복할 것을 요구한다.
물론 두 소설에는 배경적 차이가 있으니 무엇이 더 옳으냐는 당연히 따질 수 없는 노릇이지만 두 소설 모두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예견한 것이니 과연 어느 쪽이 더 들어 맞을지는 궁금한 노릇이다.
4. 마무리
책에서 묘사된 사회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스쳐지나가며 보기엔 참 멋진 신세계다 라고 감탄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다. 깨끗하고 평화로운 세계, 실업자도 없고, 갑에게 고통을 받는 을 역시 없다. 다들 충만한 행복감만을 느끼며 가끔 괴롭거나 우울 할 때면 그들의 구호처럼 소마 한개면 충분하다.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든다. 과연 그것이 인간일까? 두려움도 고통도 느끼지 않고 직장에서는 주어진 일만 처리하고 사회에서는 의무처럼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모습은 과연 저것이 기계와 무엇이 크게 다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미숙하기 때문에 쓸모가 없어서 낭비되는 오랜 기간, 만일 암소만큼 육체적인 발육 기간을 단축시킬 방법만 있다면 사회를 위해 얼마나 큰 공헌이 되겠는가!
기계는 돌아가고, 돌아가고, 계속해서 영원히 돌아가야만 한다. 가만히 서 있으면 그것이 바로 죽음이다.
할 바는 다 해야 돼요. 누가 뭐라고해도 모든 인간은 서로 공유해야 하니까요.
이제는 어찌나 크나큰 발전이 이루어졌는지 노인들도 일을 하고, 성행위를 하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길 짬을 낼 틈도 없고, 쾌락 이외의 시간이나 여유를 짜낼 수가 없으며...(중략)
"일하는 시간 동안에만, 그리고 지적으로만 어른이죠". 그는 얘기를 계속했다. "감정과 욕망에 있어서는 아기들이지만요."
책에 나타난 문장들은 책 속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란 기계부품과 비슷한것이다. 다만 때때로 기름을 치고 정비를 해줘야하는 기계처럼 여러 수단을 통해 그들에게 '행복감' 이라는 것을 선사해줌으로써 기계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톱니들과 연결되지 않은 부품들은 쓸모가 없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SNS가 등장한 이 후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도 혼자 있는게 아닌 것처럼 되버렸다. 한적한 곳에서는 사색을 즐기기보단 사진을 찍어 공유를 하거나 멍하니 쉬는 시간을 공백이라 여기며 불안해한다. 그리고 풍족해진 먹거리와 컨텐츠들은 우리의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것만 같다.
누가 알겠는가 뇌과학과 가상현실이 계속 발전한다면 우리 뇌에 전극이라고 꼽고 다들 가상현실에 빠져 즐기고 있을지. 책에서 말한 것처럼 '행복이란 전혀 웅장하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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