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속 이야기들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라는 매우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세계 1차 대전이 끝난 뒤, 당시로서 굉장히 앞선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 된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어떻게 인류 최악의 독재자 중 한 명인 히틀러가 쿠데타와 같은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정당한 방법으로 민주주의 체계에 정점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를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책에도 잘 설명되어 있지만 책을 읽기전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해 알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울것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세계 1차 대전 막바지에 수립되 나치 독일이 수립되기 전까지 독일의 비공식 지명이었다.

 민주제 연방국이었으며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형태를 취했다.

 거기에 더해 민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으며 헌법상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되는 등 당시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난한 자들에게는 투표권 조차 부여되지 않았던 시대적 배경에 비춰봤을 때 상당히 앞선 민주주의 체제가 구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국가에서 대체 무슨일이 벌어졌던 걸까?

 공화국은 수립 직후부터 극심한 혼란을 겪게된다. 1차 세계대전에 패한 후 연합군과 체결한 베르사유 조약은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남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행 된 국채는 바이마르 공화국에 초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경제학 교재에도 자주 언급 되는 이 초인플레이션과 베르사유 조약은 국민들의 지지를 잃게 만들고, 정부는 좌익과 우익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다.

 이 후, 각종 개혁과 외교적 노력이 성공함으로써 공화국에 안정이 찾아오는 듯 했으나 왕정 복고파인 힌덴부르크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경제 대공황이 발생하며 다시금 상황을 악화시킨다.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연이어 대통령 비상대권을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합법적인 독재를 이어나가는 동안 바이마르 공화국은 극심한 분열로 치닫는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며 준군사조직이나 마찬가지인 돌격대나 철모단 등의 행동은 요즘의 팬덤 정치는 아이들 소꿉장난으로 느껴지게 할 정도다. 그들은 공공연하게 폭력을 휘두르고 살인까지 저지른다. 이런 폭력적인 행위들이 사회적으로 서서히 묵인 됨으로써 종국에는 국가에 의한 폭력까지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저자는 서술한다.

 당시 바이마르 공화국의 사회민주당 등의 좌파는 사람들이 히틀러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히틀러를 이용하기 위해 권력을 준 우파 정치인들은 히틀러를 통제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런 극심한 혼란과 분열 속에서 힘을 키운 나치와 히틀러는 그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권력을 차지하고 스스로 총통의 자리에 올라 바이마르 공화국과 그들이 수립했던 민주주의를 끝장낸다.

 '역사는 반복된다' 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극심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극우주의 정당들이 다시 주류 정당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 대통령 선거가 끝난 우리나라 역시 분열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었다.

 종교적, 정치적, 사상적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견 대립과 이로 인한 분열은 필연적 일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적,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빠른 속도와 과감한 추진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극심한 분열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환멸을 느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이 그런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권리를 포기 할 때, 정치가 민주주의의 기본인 타협을 포기하고 권력을 유지하려고만 할 때,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폭력이 점점 일상이 되면서 국민들은 훗날 나치가 저지르는 국가 폭력도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보수주의 정치인들은 그들 입맛에 맞는 조건으로 권력을 유지할 방법으로 나치를 끌어 들였다. 히틀러 정권은 그 결과였다.'

 '만약 나치의 약속이 합리적이라고 믿어야 나치 당원이 될 수 있었다면 아무도 나치 당원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각자 문제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결하고 싶었을 뿐이다.'

1. 들어가며

 나치나 세계 2차대전 시 독일에 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일 것이다. 이 책은 나치가 유태인을 학살하는데 주도적인 역활을 한 인물로써 희대의 선동가로 잘 알려진 괴벨스의 평전이다. 그리고 근래 읽어본 책 중에서 가장 두꺼운 책인 것 같다. 무려 1,000페이지가 넘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올 때나 반납할 때나 무거워서 곤란했다.

 좋든 나쁘든 그는 현대 선전과 광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문학과 종교에 심취했던 소년이 좌파 지식인 청년으로 성장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극우 파시스트, 나치즘의 화신이 되어 타고난 천재성과 재능, 그리고 집념을 통해 독일제국의 선전장관이라는 자리에까지 오르는 그의 인생역정은 그가 나치에 투신하여 수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는 일조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권력자들이 대중을 어떻게 움직이고 통제하는지가 궁금하다면 그의 일생을 통해 알아보면 될 것이다.

"이성은 필요 없다. 감정과 본능에 호소하라!"

2. 책의 내용

 책을 통해 그의 일생을 따라가다보면 그의 어린시절의 경험이 그의 인생 전반에 큰 영햐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한다.) 괴벨스의 어린 시절을 요약하자면 장애로 인해 생겨난 결핍(외로움, 고독) 에 대한 끊임 없는 보상 활동이다. 몸이 불편 했던 소년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이에 그들을 뛰어 넘는 방법으로 지적탐구를 개시했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서도 충족되지 못했던 어떠한 소속감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1차 세계대전 시기 병사로 참전하기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린 시절 소년 괴벨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 중하나가 종교였다면 좀 더 성장한 청년기에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종교는 어린시절 그의 정신세계에서 중추적 역활을 하였으나 부르주아 집안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이후 현실(가난)과 계급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실적 제약,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와 현실과의 괴리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는 종교에 대한 회의로 인해 종교를 버린다.

 이 시기까지는 조국과 민족에 대한 비애감과 소속감을 찾고 싶어했던 괴벨스는 그저 평범한 문학 청년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괴벨스는 결국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부르주아 집안의 여인과 헤어진다. 러시아 문학과 사회주의에 심취한 젊은이와 부르주아의 딸은 영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이 시기 그가 가진 신념은 사회주의였다. 괴벨스는 결국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박사학위를 취득하는데 그는 이로인해 가지게된 박사(Dr.)라는 호칭을 굉장히 사랑했다고 한다.

 괴벨스는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연인들처럼 히틀러에게 심취하지는 않았다. 그가 박사학위를 받았을 당히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로인해 길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났고 괴벨스 역시 제대로된 직장을 찾지 못한다. 이 때, 괴벨스는 유대인이 소유하고 있는 신문사에 취업을 하기 위해 몇번 시도를 했었으나 번번히 실패하고 마는데. 이것이 그의 유대인에 대한 증오의 근원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들이 많다.

 결국 괴물은 스스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시대로 인해 만들어진 것 일지도 모르겠다.

 괴벨스의 인생이 밑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 될 때 쯤, 그는 히틀러를 만난다. 괴벨스는 히틀러는 반인반신으로 추종 하기에 이른다. 괴벨스는 이전부터 많은 부분에서 국가가 역활을 해주기를 원했고 니체가 만들어낸 개념인 초인을 원했던 것 같다. 그는 결코 어떤 문제에 대한 원인을 자기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국가나 사회의 문제였고 그 해결 역시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그에게 히틀러는 이것들을 완벽하게 해결해 줄 인물이었다. 괴벨스는 히틀러에게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괴벨스가 비록 허영이 강하고 오만하기는 했으나 분명히 교육을 받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신념이었던 사회주의 조차 버리고 히틀러의 수 많은 행위가 자신의 뜻과 반대됨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히틀러의 탓이 아니라 주의 인물들의 잘 못이다.' 라고 스스로를 속여가면서까지 그를 추중했다는 것을 보면 히틀러가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이었나에 대한 궁금증이 솟아 오른다.

 괴벨스는 그저 실력있는 연사로 나치에서 활동하다가 베를린 관구장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날개를 편다. (사실 그는 어린시절 연사로써는 재능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에게 프로파간다(선동) 란 일부이자 전부였다. 타인의 죽음도 지저분한 추문도 자신이 고소를 당해 법정에 서는 것조차 베를린에서 나치당의 이름을 알리는 선전 도구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는 확실히 열정이 있고 능력이 있었다. 또한 시대상황마저 나치당에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모든 잘못이 자신이 아닌 타인과 사회에 있다고 몰아부치는 그의 성향은 사이코패스를 연상시키는 것같다.

 나치는 결국 그의 말대로 어쨋든 합법적으로 권력을 차지한다. 그렇지만 그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더 많은 권력을 위해 언론과 교육을 통해 대중의 문화와 사상을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 하기를 원하고 그와 중에 유럽의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특이한 점은 괴벨스의 아내 역시 열렬한 히틀러의 추종자였다는 것이다. 그 부부는 심지어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부부싸움을 그만두고 화해를 할 정도였는데..

3. 마치며

 책을 덮은 후로도 대체 괴벨스를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지 한 마디로 정의를 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믿음, 신념에 따라서 살았다면 살았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 그렇지 않고 스스로를 속이며 살았다고도 볼 수있는 특이한 인간이었던 것 만큼은 확실하다. 스스로 행하는 행위의 정당성과 언어를 절대적으로 믿으면서도 믿지 않는 아무튼 뭐라고 정의하기 힘든 인물이다. 그리고 주로 하급군인과 사회부적응자로 이루어졌던 나치당에서 인문학 박사 지위를 가지고 있는 괴벨스는 상당히 특이한 존재였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히틀러에의해 괴벨스가 탄생 했을 꺼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전후 독일사회에 히틀러라는 인물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신화적 인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괴벨스가 만들어내지 않았나 라고 평가 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가 만들어낸 수 많은 구호와 상투어는 아이히만 같은 존재도 만들어냈다.

 권력과 대중매체를 장악한 그는 히틀러의 입이었고 그가 마음대로 조작하고 호도한 여론은 결국 독일을 파국으로 이끌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일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진행이 되고 있는 것만 같다.

"언론은 정부가 연주하는 피아노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