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해변의 카프카는 참 오래된 책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이다. 근래 나왔던 하루키의 최신작인 '기사단장 죽이기' 를 읽고 애매가 끼인 휴가 덕분에 어디 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예전에 좋아하던 책이나 한번 더 꺼내 읽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완독 한 것이 올해를 포함해서 4번 째인 것 같다. 처음 읽었던 시절은 고3 때 였고, 그리고 대학교 1학년 때 그리고 20대 중반에 그리고 올해까지... 이 책을 읽을 때 마다 드는 생각은 참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때는 못봤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책을 4번 읽을 동안 가장 심신이 안정 되어 있을 때가 지금인 것 같다. 다른 시기에는 인생에 쫓기듯 생활 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런게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 전에 읽을 때에도 나의 느낌을 정리 해두고 싶었지만 정리를 못했었다. 아마 그 때와 지금은 다르겠지만 오래된 숙제를 해 내듯 글을 풀어보고 싶다.
2. 책의 내용
책은 크게 두 인물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한명은 다무라 카프카라는 특이한 이름을 지닌 (자신이 지어낸) 15세 소년이고 한명은 나카타라는 노인이다.
다무라는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이었다. 그렇지만 다무라의 어머니는 다무라가 어렸을 적 그의 얼굴 모를 누나와 가출하고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다무라는 계속 집에서 지낸다면 자신이 훼손 당할 것을 우려하며 15세 생일에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15세' 가 되기를 결심하며 집에서 가출을 결행한다. 다무라는 가출을 하고 우연히 행선지로 정한 다마쓰카에서 자신의 누이일지도 모를 여인과 자신의 어머니일지도 모를 인물을 마주친다.
나카타는 특이한 노인이다. 2차 세계대전 전에 태어난 이 노인은 다무라와 마찬가지로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에는 굉장히 똑똑했으나 모종의 사건 이후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소위 말해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이 노인은 고양이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림자가 남들보다 옅다는 특징이 있다.
소설은 다무라가 가출 이 후 다카마쓰에 있는 고무라 도서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과 나카타가 다무라를 행로를 따라 오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현실과 꿈, 이데아를 넘나들며 이야기 속에 철학을 곳곳에 숨겨 놓고 독자들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3. 마무리
책을 보고 있노라면 재미있는 생각이 든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고 있다. 다무라 카프카는 가장 가깝고 사랑 받아야 할 인물인 가족으로부터 어린시절 버림받고 아버지로 부터는 저주를 받는다. 그리고 사에키 역시 첫사랑이 죽은 이후 타인과는 깊은 관계를 가지지 못한다. 나카타는 기억을 잃은 이후 아예 그런 관계에 대한 관념 자체가 사라진듯 하다. 호시노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인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사회에서 일종의 아웃사이더 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의외로 책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의 도움을 받고 도움이 되어 준다.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15세 소년이 되어 홀로 살아남겠다던 다무라에게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고무라 도서관에서 만나는 인물들 그리고 간접적으로 도와준 것 처럼 보이는 나카타와 호시노까지 타인과 관계를 가지지 안을려고 노력하고 살던 인물이 보이지 않는 관계로 엮이고 서로를 변화시키고 삶을 한단계 더 밀어 올려준다.
책의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사에키씨는 현재가 없고 나카타는 과거가 없다. 둘다 가슴 한쪽이 텅빈 상태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자도 남들보다 짧다. 두 사람다 우연 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상실을 겪고 난 후 비어버린 가슴한켠을 메꾸지 못한다. (사에키의 경우 어린 시절 부터 사랑했던 연인을 잃었고 나카타는 조금씩 차오르던 애정이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우발적 폭행으로 훼손 혹은 상실 된 것 같다.)
다무라 역시 어머니와 누이의 상실로 인해 안이 빈 상태였다. 아니 완전히 비었다기 보다는 분노와 증오가 그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싸우는 상태였다가 더 정확한 표현 일 것 같다. 다무라는 가출 후 거친 세상속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15세'가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리고 외부의 압력으로 부터 견디기 위해 강력한 벽을 이야기 한다.
그렇지만 이 소년은 누군가로부터 계속 도움을 받는다. 소년을 쫓아 이동하는 나카타 역시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로 부터 계속해서 도움을 받는다. 사에키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무라와 관계를 맺으며 그녀 안에 공허한 부분을 일정부분 메워 현재를 되찾고 고무라 도서관에서 조우한 나카타에게는 자신의 과거를 전달 해준다. 다무라를 림보에서 구원해 준 것은 다무라의 가슴 한 켠에 남은 사에키다. 그리고 나카타를 마지막으로 구원해 준 것은 호시노가
아닐까?
우리는 태어난 이후 끊임 없이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태어 남으로써 안락한 자궁을 상실한 이후 성장하고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더 많은 것들 역시 상실 할 가능성은 점점 커져만 갈 것이다. 인간관계란 참 어려운 것 같다. 서로를 보듬어 주기도 하지만 서로를 찌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지독하게 찔린 이들을 한 대 모아놓고 서로가 서로를 보충해주는 곳이 소설에서는 고무라 도서관 일 지도 모르겠다.
소설에서는 호시노가 철학과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매춘부를 하는 학생과 관계를 맺으며 헤겔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서로가 객체이자 주체로써 서로를 투사한다.'
내 생각에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큰 철학이 이것이 아닐 까한다. 결국 자신의 존재를 증명 해 줄 사람은 결국 타인이다. 상실로 부터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은 터프한 마음가짐 혹은 높은 벽이 아니라 편견 없는 이해와 관계가 아닐까?
'독서 노트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끓는 인간의 욕망 '벨아미' - G.모파상 (2) | 2017.12.31 |
---|---|
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2) | 2017.11.19 |
어른이 되어 돌아온 해변의 카프카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Ver.1) (0) | 2017.07.17 |
캐롤 - 페트리샤 하이스미스 (0) | 2017.06.24 |
자아를 찾아서 '데미안' - 헤르만 헤세 (0) | 2017.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