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책의 내용은 저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사람은 대체 어쩌다가 이런 험한 일만 골라서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 수준이 어느정도냐면 이 책 하나를 내기 위해 그 많은 경험들을 한 것일까? 라는 의심이들 정도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을 낼 때도 도배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책은 어두운 주제와 내용과 다르게 표현과 문체가 제기발랄해 쉽게 쉽게 읽히고 가끔씩은 웃기기도하다.
2. 책의 줄거리
책은 누군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궁금해봤을 고기잡이 배의 일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서울의 직업 소개소에서 일을 소개 받고 진도의 한 항구로 내려간 저자는 그곳에서 여러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궁벽한 어촌에 대해 굉장히 상세히 설명을 해준다. 직업 소개소에서 말하는 소득은 온데간데 없고 과연 21세기에 벌어지는 일일까 싶은 문명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것 같은 광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제대로 돈을 못받는 건 기본이다.
그 다음은 고시원과 편의점, 주유소이다. 여기서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애환이 상세하게 묘사된다.
세번째는 돼지농장의 똥꾼이다. 사실 여기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 곳이라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요즘 꽤 많은 이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채식주의자로 전환한다. 그런데 과연 그 가혹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인간들은? 여기서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가 등장한다. 웃기게 인간은 더 떨어질 곳이 없을 것 같은 바닥에서도 서로 층을 분리시킨다. 그리고 자동화가 언급되며 이 최악의 일조차 점차 없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네번째는 농촌의 비닐하우스다. 이곳 고용주들은 참 선량한 사람이다. 일을 제대로 못하는 주인공을 감싸주고, 주인공의 반발에 눈물 짓기도 하고 그의 환경을 개선해주기 위해서도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선량함과는 별개로 돈과 일 문제에 관한 고용주와 고용인이 얼마나 커다란 간극이 있는지를 아이러니 하게 보여준다.
마지막은 자동차 부품업체이다. 소위 하청이다. 그것도 메이저급 벤더가 아닌 거의 가장 끝단에 위치한 벤더 같다. 여기서는 파견직과 외국인 노동자의 애환과 관리직과 현장직(실무자) 간의 대립이 드러난다. 그리고 가장 복잡한 인간관계가 나타나며 크다면 크고 우습도록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을 작은 사회가 어찌 굴러가는지 까발리고 있는 것 같다.
저자의 개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에필로그 형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3. 마치며
책에서 말하는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조건'이라고 하니 왠지 곤충은 '머리','가슴','배'로 이루어져있다는 말이 떠오르니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 무엇인지 책은 묻는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앞에 존재했던 무수히 많은 성현들이 철학적인 말들을 언급했으니 제쳐두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돈' 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대로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라는 말에 동의는 하지만 나는 '돈이 인생의 최소한' 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돈이 없으면 같은 시대에 살면서도 전혀 다른 생활을 해야한다.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이 글을 보고있는 디스플레이도 다를 것이고, 읽고 있는 온도 역시 다를 것이다.
책에 등장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한 때 잘나갔던 시절이있다. 몇몇은 대기업에 근무하기도 했고 조그맣지만 자신의 사업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상상하기도 힘든 생활 환경속에서 최저임금과 월 2회 휴무를 감내하며 고용주로부터는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곧 잘 주인공에게 '남의 돈 벌어먹고 사는게 쉽지 않다.'라고 충고한다. 이것이 체화 된 체념인지 아니면 고용주로부터 받은 세뇌인지 아리송 할 지경이다. 어째서 고용인이 많은 고용주들이 최저임금을 '충분임금'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고용주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일까?
책의 마지막 부분 창작된 이야기속 주인공이 소리치는 장면이 굉장히 기억이 남는다. 주인공과 같이 항구에서 도망친 젊은이가 '남의 돈 벌어먹고 사는 일이 참 힘들다.' 라고 말한다. 그러자 주인공이 그를 미친듯이 꾸짖으며 말한다. '그게 왜 남에 돈이냐고 일을 하고 받은 내 돈'이라고 소리친다.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그 동안 보지 못했던 혹은 외면하고 있었던 세상의 이면을 엿본 기분이었다. 사실 이런 모습들은 우리에게서 멀지 않다. 주유원들은 이미 대부분 사라져버렸지만 고시원과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런 것들 조차 언제 주유원과 같이 없어져 버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점점 인간이 인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비용으로 인식하는 시대가 오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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