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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카프카의 장편소설을 읽다보면 항상 진이 빠지는 것 같다. (사실 뭐 단편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이제서야 카프카 고독 시리즈를 다 읽게 되었다. (성, 아메리카, 소송)

 

 이 세 권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상대하는 대다수 인물들의 공통점은 이야기가 지나치게 장황하면서도 별다른, 그러니까 실속있는 이야기가 없다. 늘 그럴 듯 하게 이야기는 시작하지만 온갖 제약조건이 있어 불가능하거나 불완전한 해결책만이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대화 내용들은 보면 마치 우리나라 단독으로는 도저히 해결 할 수 없는 미세먼지를 보는 것 같아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

 

 책은 회사에서 쓴다면 욕먹기 딱 좋은 문장들이 등장해 독자들을 괴롭히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만들어준다. 실제로 카프카의 작품에는 발표 되고 난 이후로 온갖 주석과 해석들이 달리고 각색 되기도 했다. 소송도 마찬가지이다. 한 권의 책에서 누군가는 종교를 찾고 누군가는 실존주의를 찾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사회주의를 찾는다. 보는 시점에 따라 온갖 것들이 튀어나오니 굉장히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2. 줄거리

 

  주인공인 K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을 찾아온 감시인들에 의해 자신의 방안에 구속 되면서 자신이 소송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런데 도무지 자신이 어떤 죄목으로 소송을 당하게 되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건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감시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이유를 들며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그들은 그저 일을 할뿐이고 법원은 실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신분증명서 같은 것은 우리가 알 바 아니오. 우리는 하루 열시간씩 당신을 감시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것 말고는 당신 일과 아무 관계가 없는 말단 직원일 뿐이오.'

 

'관청은 결코 주민들의 죄를 찾아내려고 하는 게 아니고, 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죄에 이끌려서 우리 감시인들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오.'

 

 K는 곧 구속상태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직장인 은행으로 향한다. 그는 소송을 반쯤은 장난으로 생각하고 소송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가질 우려 따위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날 밤, 그는 하숙집 여주인인 그루바흐 부인에게서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고 이어 뷔르스트너 양에게 그녀의 방을 사용하게된 경위를 설명하며 (요즘 같으면 충분히 성폭행으로 구속되고도 남았을 행동을 보이며) 추파를 던진다. 

 

 K는 법원으로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정해진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그는 자기 마음대로 시간을 정해 법원으로 간다. 그러나 빈민가에 도저히 법원이 있을 법하지 않은 낡은 건물에서 법정을 찾아 헤멘 K는 판사에게 심리 시간에 늦었다는 핀잔을 받지만 그곳에서 언변술로 자신을 방안에 구속하던 감시인의 비리를 폭로하고 난폭한 행동으로 판사를 당황시키며 승리감에 도취된다.

 

 다음 주 주말, 또 다시 법정을 찾아가지만 심리가 열리지 않는 법정에서 법원 정리의 아내를 만나고 미래에 판사가 될 것이라는 대학생을 만난 후, 법원 정리를 따라 법원 사무처에 들어가 그곳을 헤메다 밖으로 나온다. 이 법원 사무처의 풍경은 마치 톱니바퀴가 고장나 서로 헛돌기만하는 거대한 기계를 연상시킨다.

 

 이 이후로 K의 일상이 꼬이기 시작한다. 아니 일상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최초의 심리 이후일수 있다. K는 직장내에서 자신의 라이벌인 부지점장이 자신이 소송을 당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찾아가거나,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은 K가 소송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법원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등을하며 어떻게하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 제시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K가 무슨 이유에서 소송을 당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아니 관심도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무죄는 안 된다고 말한다.

 

'법원의 최종 판결은 공개되지 않고, 판사들조차 그것을 볼 수 없어서, 옛날의 판례에 대해서는 전설로만 전해 올 뿐이죠.'

 

 K는 자신을 위해 변론서를 작성할 생각만 할 뿐 완성을 하지 않는 변호사와의 계약을 해약한다. 그리고 31세 생일, "개같군!" 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형을 당한다.

 

 

 사실 줄거리를 쭉 나열하긴 했지만 이 책은 완성작이 아니다. 책의 말미에는 미완성 원고들도 있다. 그래도 전개하는 와중에 내용이 뚝하고 끊겨 버리는 '성'에 비하면 그럴 듯한(?) 결말도 있다.

 

3. 마치며

 

 서론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책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달려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무엇이 옳은 해석인가가 중요 한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인 독자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가 당연히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에서 인간다움을 느꼈다. 최초 이유도 모른 채, 소송을 당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방에 구속되어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K는 자신에게 가해진 사법권력의 강압적인 부당함에 분노하고 최초의 심리에서는 저항하며,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 같은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의 저항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자신의 무죄와 법원의 부정함을 주장하면서도, 자신들이 지은 죄로 인해 감시인들을 매질하는 형리에게 뇌물을 주어가며 감시인들을 구하려했다. (비록 K의 말대로 고소는 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는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는 억압하는 시스템(법원)을 부정하면서도 자신과 비등하거나 조금이라도 우월해 보이는 상대에서는 자신을 억압하는 시스템(법원)의 권위를 인정하며 자신이 소송을 당했다는 사실을 숨기려했다. 사실 그 권위를 가장 인정한 것은 K 그 자신이었던 것 같다. 그는 법원을 부정하려하는 척했지만 계속 이끌려 다녔으며 어떻게든 소송을 끝내기 위해 이 방법 저 방법을 쓰다 결국에는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한 채 무력하게 처형당하고 만다.

 

 이제 여영 승진기회 따위는 놓쳐버리고 형리에게 매질을 당하고 기계처럼 소리를 지르는 감시인과 잘나가는 은행원에서 제대로 된 업무로를 볼 수 없을 지경으로 몰락해가는 K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자신은 신념을 가지고 오롯이 스스로 존재한다고 믿지만 거대한 무리에서 내쳐지는 순간 으깨지고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도대체 너는 소송에 져도 좋단 말이냐? 그렇게 되면 어덯게 되는지 알고 있어? 그렇게 되면 너는 그냥 지워져버리는 거야.'

 

 '전에는 언제나 떳떳하게 자기 이름을 말할 수 있었지만, K는 언제부터인지 그 이름이 부담스러웠다.'

 

 

※ 카프카의 다른 소설들

 

[독서 노트/고전] - 미완의 걸작 소설 성 - 프란츠 카프카

 

미완의 걸작 소설 성 - 프란츠 카프카

1. 들어가며 가끔 천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어떤 모습이 보일까라는 궁금증이 든다. 사람마다 그 차이가 적든 많든 서로 같은 물건을 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떠올리니 당연히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겠지만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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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노트/소설] - 변신 - 프란츠 카프카

 

변신 - 프란츠 카프카

1. 줄거리 어느 날, 불안한 꿈을 꾸며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의 몸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이야기의 시작은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인 전개가 이어지며 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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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어느 날, 불안한 꿈을 꾸며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의 몸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이야기의 시작은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인 전개가 이어지며 작중 내내 묘한 불쾌감을 전달한다.

 

 그레고르가 자신의 몸이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은 다른 것도 아닌 그날 출장으로 예약된 기차시간과 출근, 고용주의 질책 등이다.

 

 신체의 변화로 인한 혐오감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쓸모의 문제였다. 그레고르가 변한 것을 알기 전, 가족의 생계를 도맡아 시피 책임지고 있던 그레고르에게 가족들은 상냥한 모습을 보인다. 그레고르에게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지배인에게 대신 변명을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자본가의 편에 서서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익을 만들어내라고 그레고르에게 강변하던 지배인마저 변해버린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곤 그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음을 깨닫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돌린다.

 

 물론 장사가 잘되는 계절은 아니죠. 우리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장사를 못하는 계절은 있을 수가 없어요. 잠자 씨,

그러한 일은 있어서도 안 돼요.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후 빚을 갚기 위해. 평범한 사원을 그만두고 영업직을 택한 그가 벌어오는 많은 중개료에 대해 가족들은 처음에는 감동하고 감사를 표했지만 어느 새, 그런 것들은 당연한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도 사려깊은 그의 여동생 그레타는 여전히 그에게 감사를 표했는데 그레고르에게는 그것이 큰 위안이었고 그녀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그녀를 음악학교에 입학 시키려는 계획을 짜고 있을 때,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이런 관계 때문인지 변해버린 그를 폭력적으로 대하려는 아버지와 외면하려는 어머니와는 달리 여동생은 겉으로 나마 그를 챙겨주려고 노력을 하고 다른 가족들은 그런 여동생의 역할에 큰 만족감을 표한다.

 

 그레고르가 변한 것과 더불어 가족들에게도 현실적인 문제가 들이닥친다. 사업이 망한 후 몇 년간 쉬고 있던 아버지, 그리고 일을 하기는커녕 천식으로 때때로 앓아눕는 어머니, 철부지 어린 여동생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이 끊겨버린 그들에게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걱정다. 그런데 어쩌면 현재 가장 불행한 그레고르는 자신을 걱정하기 앞서 변해버린 자신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 가족을 걱정한다.

 

그의 앞에 펼쳐진 어둠을 바라보다가 문득 부모님과 여동생이 이렇게 아름다운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애쓴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이 모든 고요와 부와 만족이 자신에게 닥친 끔찍한 일로 인해 끝나야만 하나?

 

 그러나 가족들이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동안에도 몇 년 동안, 가계의 생계를 이끌어온 그의 의견은 묻지 않는다. 가족은 그를 방치하고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무관심과 자신이 짐이 되어버렸다는 수치스러움에 소파 밑으로 점점 숨어든다.

   

한쪽 문과 사람들이 낮에 열어 놓았을 다른쪽 문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열쇠가 밖에 꽂혀 있었는데도.

 

반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리고 수치스러움을 느끼면서 그는 소파 아래로 서둘러 기어들어갔다.

 

 가족들은 돈을 벌기 위해 각자 직업을 찾는다. 매일 지쳐 쓰러져 있던 등이 굽은 아버지는 곧게 뻗은 몸과 다부진 턱을가진 은행원의 모습으로 변하고 어머니는 고급 양장점에서 받아온 옷에 바느질을 한다. 그리고 마냥 어릴 것 같던 동생도 판매직 일을 구해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각자 세상 밖에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새롭게 구축하는 동안 그레고르는 점점 소외되고 가족들에게 큰 짐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방은 잡동사니를 놓아두는 창고 방으로 변하고 그로 인해 세를 들어 살던 세 명의 신사가 놀라 항의하자 가족들 중 가장 우호적이던 여동생은 그를 귀찮은 짐 정도가 아니라 가족의 운명을 위협하는 적으로 취급하기에 이른다.

2. 눈이 가는 포인트?

자본주의 속에서의 가장

 적어도 내가 감상하기엔 이 책은 굉장히 자본주의적인 책이다. 그레고리는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후 몇 년 동안 가정의 생계를 도맡아 책임지던 남자이다. 적어도 잠시기는 했지만 그 후 몇 년 동안 평범한 일로 변하긴 했지만 가족들은 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의 희생으로 벌어들인 돈을 쓰며 안온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지배인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형선고를 받음으로서 그를 대하는 태도가 변해간다. 변한 것은 그레고리를 대하는 태도만이 아니다. 그들 스스로가 생업에 뛰어 듦으로써 스스로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 역시 변한다. 늘 무기력하던 아버지는 다시 예전의 꼿꼿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쓸모없는 취급을 당하던 여동생은 희망으로 변한다.

 

 마치 그레고르의 모습은 IMF시절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어버린 혹은 산재로 인해 노동력을 상실해버린 가장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변해가는 그레고르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후 자신의 몸이 완전히 변해버리긴 했지만 그레고르는 자신이 여전히 인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배인을 대하는 동안 꼿꼿이 서려고 했고 인간의 목소리로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가족과 사회에서 고립 될수록 점점 벌레로 변해간다.

 

 도망가던 지배인을 쫓다 넘어질 때부터,

 

넘어지는 순간 바로 그는 오늘 아침 처음으로 육체적인 쾌감을 느꼈다. 다리들은 딱딱한 바닥을 짚고 있었다.

마치 그가 왜 기뻐하는지를 알아챈것처럼 그에게 완전히 복종했다.

 

실제로 날이 갈수록 조금씩, 멀리 있는 것들이 그의 눈에 점점 불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레고르는 두 달 정도의 변신 기간 때문에 가족 내에서 단조로운 삶을 살고,

모든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부족해서 이해력이 떨어졌음을 알아차렸다.

 

 그레고르의 겉모습은 일순간 변했지만 그의 내면과 보이지 않는 것들은 주변의 변화를 따라 천천히 변해갔다. 어쩌면 진정으로 변한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의 주변 사람들일 것이다. 그레고르의 어머니는 그의 방의 가구를 치우려는 여동생에게 잠시 저항하지만 결국 변해버린 그레고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감행된 행위를 막지 못한다. 그레고르 역시 저항해보려 했지만 아버지의 폭력과 여동생의 외침에 무릎을 꿇는다. 그 후, 그는 급격히 무너진다.

 

 그러나 바닥을 기어 다니며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며 스스로를 잃어가는 와중에도 그는 가장 인간적이고 가족적인 모습을 보인다.

 

음악에 사로잡힌 그는 과연 짐승일까

 

왜냐하면 여기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처럼 그렇게 그녀의 연주를 가치 있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적어도 그녀를 자신의 방 밖으로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의 끔찍한 형상은 그에게 처음으로 유용할 것이다.

 

 잠자 씨의 집에 세를 들어사는 멀끔하게 차려입은 세 명의 신사는 연주를 하는 그레타에게 모욕적인 행위를 한다. 심지어 자신들이 먼저 청해 들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가 그들을 어찌하지 못할 때 분개한 그레고르가 나선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이었다. 그는 가족을 지키고 싶었했지만 결국은 적으로 취급받는다.

3. 마치며

 과연 누가 괴물일까? 변한 것은 그레고르일까? 아니면 그의 가족일까?

 

 대부분 소설에 묘사되는 가족과 사회 상황은 작가가 살아온 혹은 살아가고 있는 사회상황과 연결시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카프카는 매우 엄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는 가족을 잘 돌보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 역시 작가를 하려는 그의 꿈을 응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설을 쓰고 잇을 당시에는 경제공황과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개인의 운명은 무척이나 불안정 할 수 밖에 없었음으로 이런 소설이 쓰여 졌을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과연 그런 상황이 얼마나 변했을 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가 점차 파편화 되어가면서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라는 가족이 가지는 의미는 점차 감소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오랜 불황과 높은 실업율은 사람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비록 벌레로 극적인 변신을 할 가능성은 낮지만 누구나 노동력을 상실 할 정도의 신체적 변화를 겪을 여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소설 속 잠자씨의 가족은 그레고르를 빼고는 모두 처음보다 오히려 행복해 보인다.

 

 다들 그레고르가 벌어오는 돈으로 하루하루를 소비하는 객체에 가까운 느낌이었다면 스스로 사회 속으로 뛰어드는 주체로 변해 미래를 꿈꾼다. 그 사이 쓸모를 잃고 철저하게 고립된 채 파괴되어간다.


 그런데 감상평을 마무리하려던 그런 생각도 들었다. 벌레로 변한 것은 그레고르가 원하던 것이 아닐까? 회사의 혹은 가족에 대한 의무감에 지쳐있던 그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그런 식으로 표현 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변해버린 그를 그가 가족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돌봐주기를 바랬던 것은 아닐까?

 

[독서 노트/고전] - 미완의 걸작 소설 성 - 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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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가끔 천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어떤 모습이 보일까라는 궁금증이 든다. 사람마다 그 차이가 적든 많든 서로 같은 물건을 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떠올리니 당연히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겠지만 왠지 그들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특별 할 것만 같다.

 

 그 중에서 가장 궁금한 작가는 이상과 카프카이다. 두 작가가 쓴 글들을 보면 대체 세상이 어떻게 보이길래 이런 글을 쓴 걸까 라고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성은 카프카의 장편 3부작 가운데 하나이다. 안타깝게도 완성이 되지 않은 작품이다. 다음 장면으로 들어가는 묘사 도중 뚝 끊어져버린다. 책을 읽고 나니 다음 장면이 궁금해 머리카락이 간질간질 거리는 기분이다.

 

2. 줄거리

 

 굉장히 난해한 책이다. 사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과연 이걸 줄거리를 정리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과연 맞게 줄거리를 정리 하긴 하는 것일까? 라는 무력감이 든다.

 

 소설은 K가 베스트베스트 백작의 성에 측량사로 초빙되어 밤늦게 마을 여관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피로한 상태에서 숙박을 청하는 K에게 어떤 남자가 굉장히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면 뭔가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K는 외지인으로써 마을에서 굉장히 배척 받는다. 그리고 K는 그런 원주민들의 태도에 진절머리를 치며 성으로 들어가길 원하지만 어째서인지 성에는 전혀 닿을 수 없고 자신의 직속 관리자인 클람에게 직접 접근하려하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는데.

 

3. 마무리

 

 줄거리 파트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책이 굉장히 난해하다. 인물들 간의 대화도 뭔가 핀트가 어긋나 있고 시간과 공간 역시 뒤죽박죽이다. 마치 문장이 휙휙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것 같아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이야기의 미로 속에 처박혀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라는 의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 집중해서 읽어도 마찬가지일 건 같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흥미롭다. 마치 굉장히 폐쇄적이고 뭔가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집단의 속살을 한 꺼풀 한 꺼풀 파헤쳐가는 기분이다. 그런데 그게 별로 기분이 좋다는 건 아니다. K를 따라 가다보면 그리고 그가 변화되는 것을 보면 나 역시도 무척이나 피곤함이 느껴졌다. 도무지 실체라는 것을 잡을 수 없다.

 

 내가 직장인이라 그런지 등장인물들의 행위가 마치 혹시 모르는 일을 대비해 쌓아두는 자료 같이 느껴지고 누가 제대로 보기나 할지 의심스러운 알 수 없는 윗사람들 개별 입맞에 맞춰 수 많은 버전으로 수정이 가해지는 보고자료처럼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K는 버그이다. 절대로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아니 실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집단에서 만들어낸 버그이다. 프로그래머의 손에 의해 탄생했지만 필요치 않은 버그, 사실 프로그램에 버그가 있더라도 눈에 띄지 않고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중 아무런 오류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K는 너무 눈에 띈다. 자칭 클람의 여자인 프리다를 훔치고 마을 사람들의 충고에 따르지 않고 접근하지 말라는 바르가스 집안에 접근하고 관리들의 권위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K전에는 올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려진 형벌은? 사회적 매장이었다. 마을 내 꽤나 권위 있던 그녀의 집안이 아무런 명령서나 손짓도 발짓도 없이 소위 암묵적 합의에 의해 순식간에 작살이 나버린다.

 

당신은 성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을 사람도 아니에요.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신이 그 무엇이긴 해요. 즉 당신은 이방인이고 불필요한 사람이며 어딜 가나 방해가 되는 사람이에요.

 

경계에 관한 사소한 다툼은 우리 스스로 조정하지요. 그러니 우리에게 측량사가 왜 필요 하겠습니까?

 

실수 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 관청의 근무 원칙입니다.

 

 그리고 대체 클람은 누구일까? 그가 실존 하긴 하는 걸까? 때때로 그는 존재가 의문스러운 신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신의 권위를 이용하는 관리들은 신자들에게 신의 말씀을 전한다는 핑계로 권력을 행사하고 그들의 말에 의문을 가지거나 반기를 드는 이들은 신의 이름을 빌어 파문에 처한다!

 

아무튼 프리다는 클람의 애인이다. 클람을 만족시키는데 어찌 다른 사람들이라고 경탄하게 만들지 못 하겠는가.

 

클람의 이름을 사용하지 마세요.‘나 다른식으로 부르지, 제발 이름은 부르지 마세요.

 

부연해서 말하자면 사실 이 조서를 통해서만 드는 클람과 공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거예요.

 

클람은 왜 어떤 사람을 보는 걸 못 견뎌 할까요? 하긴 도저히 시험해 볼 도리가 없으니 증명할 수 없는 일이지만요.

 책을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이 시선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상황, 혹은 장소의 변동에 따라 사람들의 외양과 성격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알아 챌 수 있다. 프리다가 K를 따라간 후 그녀의 자리를 차지한 페피의 변화 그리고 프리다가 돌아 온 후의 변화, K를 따르던 조수의 모습, 관청에서의 바르나스와 집에서의 바르나스까지 재미있다. 마치 인간의 페르소나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쉽다. 뭔가 점차 실체에 접근하려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순간 책이 뚝하고 끊겨 버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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