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뒷마당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 맞힐 수 있다면 쏘고 싶은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가끔씩 서점에게서 책을 고르다보면 책의 제목과 책의 표지만 봐서는 도저히 어떤 종류의 내용을 담고 있을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 책들이 있다. 미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이 책의 첫 표지이미지는 마치 어른들의 위한 잔혹 동화를 연상시키는 부위기의 표지 였다.
아무튼 그래서 처음에는 별 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나쳤으나. 우연히 신문에서 책에 관한 짤막한 기사에 "성경 다음으로 독자의 마음을 바꾼 책"이라고 되어 있길레 호기심에 읽어 보게 되었다.
책을 한참 읽고 있을 때에도 대체 제목의 "앵무새"는 왜 넣어 놓은 거지 라는 생각이 줄 곧 들었는데 끝날 때 쯤 되어서 스카웃의 말 한마디에 "아~" 하는 탄성을 내뱉으며 진한 감동과 함께 모든 것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책은 아버지 애티커스, 오빠 젬, 그리고 스카웃과 그들을 돌보는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가 살고 있는 핀치 집안의 중심으로 아이들의 성장과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이 그려져 있다. 시작 당시 스카웃은 겨우 8살인데 아버지 덕분에 글도 읽을 줄 알 뿐만 아니라 굉장히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편이다.
여기서 아버지이자 변호사로 나오는 애티커스는 부모로써도 교육자로써도 혹은 변호사로써도 굉장히 훌륭하고 이상적인 사람으로 그려진다.그는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집 안밖으로나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일관된 태도로(흑인도 편견없이 똑같이) 예의바르게 행동 한다. 또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도 않는다. 아무튼 여러모로 이상적인 인간상임이 분명하다.
젬과 스카웃도 이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이에 비해 굉장히 성숙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로 성장하는데 주변 인물들 중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글 초반 마을 어린이들은 부 래들리라는 늘 집에 갇혀 사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그의 집 앞을 지나치기를 두려워한다. 젬과 스카웃도 그를 두려워 하지만 딜의 등장으로 그런 두려움을 날려버리고 집안에 숨어 있는 부 래들리는 끌어내기 위한 온갖 공작을 벌인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순수함이 가끔은 남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스카웃도 자신은 그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생각지 못하게 초임 교사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그리고 이랬던 소년, 소녀가 일종의 편견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책은 사회적 약자들을 어린 소녀의 시각에서 조명한다. 아마 대인기피증이나 자폐증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부 래들리" 동네에서 괴팍한 노인으로 알려진 "듀보스 할머니", 강간이라는 누명을 쓴 흑인 "톰 로빈슨", 그리고 비록 이견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톰 로빈슨"을 강간범으로 몰아 넣고 마지막쯤 사망하는 "밥 이웰" 도 일종의 "상대적 사회적 약자" 일 수도 있다.
위에 적었던 인물들은 모두 (물론 밥 이웰은 제외기는 하지만) 남들에게 사실상 별 다른 피해를 주지 않지만 그들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피하거나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고 심지어는 법정에서는 뻔히 보이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종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 한다.
책이 거의 끝나 갈때 쯤, 애티커스는 자기 아이들을 습격하다 칼에 찔려 죽는 사고가 난다. 자신의 아이들을 습격하다 사망한 "밥 이웰"에게 마져 편견 없는 잣대를 들이대려 했으나 마을 보안관은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사정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변호사님, 저사람은 아니죠"
비록 그가 죄 없는 흑인을 강간죄로 몰어 넣고 자살에 이르게 했을 뿐 만아니라. 연약하고 죄없는 아이들을 습격하긴 했으나 그 역시 애티커스가 말했던 데로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할 인간" 이었다. 그러나 가난하고 평소 행실이 좋지 않았던 그를 보안관은 영향력 있고 평소 존경받는 집안의 아이들을 습격했던 범인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조사나 증거 없이 그의 잘 못으로 몰아 사고사로 처리 해버린다. (애티커스는 스카웃을 구해주었던 부 래들리나 젬이 실수로 라도 그를 찔렀을 수도 있다는 의문을 품는다.)
우리나라 번역서의 책 제목은 "앵무새 죽이기" 이지만 원서의 제목은 "To kill a mockingbird" 혹시나 헝거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라면 알 그 모킹버드이다. 이 책에서 앵무새는 남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지칭한다. 그들은 그저 열심히 지저귀며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지만 누군가가 재미로 쏜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
책이 1960년대에 출간되었고 배경은 1920년대이다. 책이 출간되고도 무려 5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존재한다. 장애인 시설, 요양원이 들어온다고 하면 집 값이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사람들, 남혐, 여험을 조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느 새 사유재산이 사회적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어버리는 듯 한 한국 사회를 바라보면 입맛이 쓰다.
태평양 건너편에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내각을 구성하며 인종, 성별, 종교 등의 차별없이 고루 인사를 기용하며 "2015년 이니까요" 라는 답변을 했는데. 우리도 다시 한번 그런 인물이 리더가 되는 사회가 되어 조금이라도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무너지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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