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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이전 글에서 소개했던 '보리밭을 흐드는 바람' 에 이어 또다시 켄 로치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안긴 영화이다.

 

 왠지 음울해보이는 겨울의 뉴캐슬을 배경으로 평범한 시민이자 노동자였던 다니엘 블레이크의 모습에서 아직은 젊기에 별달리 고민되지 않았던 과연 복지란 시민으로써의 당연한 권리인가 아니면 국가에서 불우한 이웃들에게 배푸는 시혜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2. 영화의 줄거리

 

 영화는 성실한 목수로 살아가던 다니엘 블레이크가 갑작스러운 심장병으로 인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되며 질병수당을 청구하기 위해 상담을 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다니엘의 담당의사는 일단 치료는 끝났지만 아직까지 일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질병수당을 지급 여부를 심사하는 의료전문가는 심장과는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하면서 다니엘에게 아직 일 할 수 있음으로 질병 수당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다니엘이 무려 52쪽에 이르는 질문지에 대답을 하고 당신이 나의 주치의 보다 나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잘 아느냐고 소리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기 그지 없다.

 

 결국 다니엘을 질병수당 심사에서 탈락하고 만다. 당장 수입이 끊어지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다니엘은 항소를 하려고 하지만 그 역시 지난하기 짝이 없는 작업이다.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와 인터넷, 걸려오지 않는 담당관의 전화, 프로세스와 규칙을 들먹이며 사람들을 차갑게 대하는 공무원들 다니엘은 이 모든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니엘은 항의하기 위해 찾아 갔던 사무소에서 이주 싱글맘인 케이티를 만난다. 케이티 역시 어떤 수당을 받기 위해 찾아 왔지만 익숙치 않은 길로 인해 약간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다. 당장의 아이들 전학비용이 필요한 케이티는 격렬이 항의하지만 담당자는 차갑게 자신들의 프로세스와 룰을 설명해 줄 뿐이다. 어쩌면 사람들과 가장 가까워야 할 복지 분야에서 조차 인간보다 우선되는 것은 프로세스이고 비용이었다. 이에 화가난 다니엘이 끼어들면서 다니엘과 케이티의 두 아이는 인연을 맺게 된다.

 

 등장인물의 삶은 뉴캐슬의 을씨년한 날씨만큼이나 우울하기 짝이 없다. 다니엘의 옆집에 사는 다니엘이 차이나라고 부르는 청년은 창고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겨우 푼돈만 받을 뿐이고 케이티는 두 아이를 위해 몸을 팔기까지 한다. 목수였던 다니엘의 집안에 있던 고풍스러운 그리고 아내와의 추억이 긷들어 있는 가구들은 하나 둘씩 팔려나간다.

 

 결국 지쳐버린 다니엘은 그들이 정상적인 방법이라 이르는 프로세스로는 더 이상 일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느낀 다니엘은 그들이 말하는 규칙에 위배되는 일을하며 결국은 항소에 이르게 되는데...

 

3. 복지는 시민의 권리인가, 국가의 시혜인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다. 바로 무상복지, 무상급식, 무상xx 등 이다. 소위 우리나라의 보수라는 인물들이 만들어낸 말도 안되는 용어 이자 프레임이다. 대체 무상복지, 무상급식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다 우리가 세금으로 이미 지불한 비용이다. 다만 그 쓰임새가 다른 곳이 아니라 복지와 아이들의 급식일 뿐이다.

 

 차가 몇대 다니지도 않는 곳에 도로도 깔고 몇 되지 않는 군대의 간부들을 위해 골프장도 지으면서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복지에 대해 그리도 비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이런 부분에만 무절제하게 사용하는 것은 분명 경계하고 지탄 받아야 할 일이지만 이것들은 분명 납세의 의무를 충분히 치러낸 일반 시민으로써 충분히 요구 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복지에 사용되는 돈들은 결코 눈 먼 돈이 아니고 우리는 그것의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다. 국가와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복지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의 권리를 실현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니엘은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찾으러 갔으나 그를 대하는 인물들은 마치 그들이 선심을 쓰는 듯 말을 하기 시작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복지 시스템이 사회적 약자들을 배척하는 듯 온갖 어렵고 복잡한 프로세스만 가득하고 그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고압적이기 짝이 없다.

 

4. 프로세스가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사실 이 문제는 쉽게 무엇이 우선인가를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이긴다.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노동자라면 다들 한번쯤은 고민을 해 보았을 문제이다. 어떤 이들은 일이 되게 하는게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 어떤 이들은 프로세스를 한번 어기기 시작하면 두번어기는 것은 쉽게 결국에는 엉망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미 시간이 좀 흐르기는 했지만, 세모녀 사건 역시 프로세스와 룰이 우선되다보니 생긴 일일 것이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그 속에 속한 사람은 개인의 판단과 양심보다는 조직의 프로세스에 종속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다니엘을 돕는 것은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이 아니라 그의 이웃들이다. (사실 요즘 같은 사회에서 이것도 상당히 이상적이다.)

 

5. 마치며

 

 영화가 끝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다니엘이 남긴 편지였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나는 요구합니다. 당신이 나를 존중해 주기를. 나는 한 명의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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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왠지 익숙한 이야기

 

  이 영화는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 내내 너른 평야는 보이지 않고 척박해보이지만 아름다운 시골느낌이 나는 곳이 내내 배경으로 나온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 옆에 있는 섬나라 아일랜드의 이이갸기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영국의 억압 속에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말이다. 같은 민족임에도 영국의 편에 서서 밀고하는 자들, 그에 맞서는 이들, 그리고 맞서는 이들 사이에서 생각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대립, 그리고 결국 같이 투쟁하던 이들에게 겨누어지는 총까지. 마치 일제강점기 이후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하는 영화였다.

 

 특이한 점은 이 영화의 감독인 '켄 로치'가 영국인이라는 점이다. 우리로 치자면 일본인 감독이 우리나라의 독립투쟁을 영화한 모습이랄까? 아무튼 이래저래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2. 무엇이 형제에게 총을 들게 했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형 '테디'와 동생 '데미언' 두 형제이다. 두 형제는 꽤나 상반된 인상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만큼이나 가치관도 성격도 다르다. 데미언은 자신을 겁쟁이라고 하지만 형은 행동하는 사람이고 말하며 형에대한 존경을 드러낸다.

 

 형 테디는 IRA(Irish Republican Army 아일랜드공화군) 소속의 한 지역구 지휘자를 맡고 있고 데미언은 의사가 되어 영국 런던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데미언은 고향을 떠나기전 마을 사람들과 아일랜드의 전통 경기인 헐링을 즐기는데. 마을에 진주하고 있던 영국군은 공중 집회를 금한다는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남자들을 겁박하고 이 과정에서 미하일이 사망하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해 두 형제는 극도로 반대되는 의견을 드러낸다. 그리고 형 테디는 데미언에게 런던으로 떠나지 말고 IRA에 가입하고 이곳에 남아 활동할 것을 권유하지만 데미언은 현실적으로 소용없는 짓이라며 거절을 하고 런던으로 떠나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지만 영국군의 무임승차를 거부하는 댄을 만난 이후 마음을 바꾸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3. 무엇을 위해 총을 쏘았나.

 

 이후 IRA는 주둔중인 영국군을 기습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무기를 확보하고 영국군을 사살한다. 이 과정에서 한 밀고자에의해 대원 전원이 잡히게 되는데. 데미언은 형을 대신해 고문을 받을 위험을 자처하기도 한다. 테디는 가혹한 고문속에서도 끝내 기밀을 누설하지 않고, 영국군에 복무중이던 한 아일랜드계 병사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감옥을 탈출한 이들은 밀고자 해밀턴 경을 찾아내어 아직도 감옥에 남아 있는 동료들과 교환을 하려하지만 남은 동료들은 모두 처형당하고 데미언은 상부의 명령으로 인해 비록 밀고자이긴 하지만 비무장인 민간인을 사살하고 또한 동료들의 위치를 누설한 어린시절부터 그를 따르던 크리스의 심장을 쏘게 된다. 그리고 데미언은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는데.

 

I hope this Ireland we're fighting for is worth it.

 

 데미언은 먼저 해밀턴 경을 쏘기전 읇조리 듯이 말한다. 자신은 5년동안 해부학을 공부했는데 사람 머리를 쏘게 되었다고 말이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의학을 공부했던 손으로 물론 타당한 이유야 있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인간으로써 저지를 수 있는 도덕적으로 최악의 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일 것이다. 

 

 데미언과 마찬가지로 운명에 떠밀렸던 혹은 자신의 사상을 지키기 위했던 민간인을 죽이고 자신을 따르던 어린 소년을 죽인 데미언에게 어쩌면 이미 조국의 의미와 결말은 정해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4. 무엇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했나.

 

 IRA가 영국군을 공격하고 살해한다. 이에 분노한 영국군들은 IRA에게는 적이지만 그들에게는 같이 1차대전을 겪은 동료였던 이들의 복수를 위해 IRA를 숨겨주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복수는 복수를 낳으며 많은 이들을 바람속으로 끌어들여 흔들어댄다.

 

 불타는 집과 영국군에 의해 머리가 밀린 시니드는 절규하며 소리친다.

 

나도 내 삶을 살아보고 싶어

 

안타깝게도 나라를 빼앗긴 이들에게는 자신의 삶이 허락되지 않았다. 자의에 의해서는 타의에 의해서는 시대와 운명이라는 바람에의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결국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자치정부를 확보한 이들은 조그마한 자유가 허용이 되자 서로 대립하기 시작한다. 고리대금 업자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돌려주라는 법원의 판결을 테디는 그들의 협조를 받아 무기를 사야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판결을 무시하려고하고 이에 데미언은 그렇다면 영국군과 다를게 뭐냐라고 소리치며 대립하기 시작한다.

 

 결국 영국과 아일랜드는 정전협정을 맺는다. 사람들은 독립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하고 기뻐하지만 곧 들려오는 소식에 의해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에 남는 그리고 여전히 영국 여왕에게 충성하는 자치령으로 남는다는 소식이었다. 사람들은 둘로 나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진정한 독립을 위해 일시적으로 거치는 과정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이와 이를 거부하는 이들로 말이다.

 

 형 테디는 찬성을 하고 아일랜드 자유국 정부의 장교가 되고 이에 반대하던 데미언은 조약 반대파 IRA에 남게되는데. 결국은 이 두 조직간의 내전이 시작되게 된다. 영국이라는 공통의 적에게 총을 겨누던 이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된다. 어느 새, 냉철한 현실주의자 였던 동생과 이상주의자였던 형이 서로 바뀌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총을 쏘지만 복면을 해도 서로를 알아볼 정도로 가까운 동지였다. 그리고 자유국 정부의 군대가 마치 영국군들 처럼 수색하는 집의 사람들은 그들이 숨겨주었던 청년들이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목놓아 소리를 친다. 어떻게 같은 동포가 이럴수가 있냐고.

 

 결국 자유국 정부 군대의 무기를 탈취하던 데미언은 붙잡히고 만다. 테디는 데미언을 설득하며 동료의 위치를 말하라고 하지만 데미언은 '내가 크리스 레일리의 심장을 쐈어 나는 동료를 팔아넘기지 않을꺼야' 라고 대답한다. 결국 테디는 동생의 사형을 직접 집행하고 시니드에게 유품을 전달한다.

 

5. 맺으며

 

 테디가 시니드에게 유품을 전달해주자 시니드는 절규한다. 잠시나마 행복했던 그녀의 삶은 다시 운명이라는 파도에 떠밀려간다. 시니드는 테디에게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왠지 데미언이 크리스를 사살하고 크리의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하고 크리스의 무덤으로 바래다 준 후 들은 이야기와 오버랩이 된다.

 

 누구든 원하든 원치 않든 어떤일을 행해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지켜지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

 

네가 싸우는 적이 누군지는 알기 쉽지만, 네가 왜 싸우는지는 알기 어렵다.

 

 결국은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을 하는지 잊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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