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심장의 삶은 단순하기 그지 없다.

힘이 다할 때까지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까.

그러다 멈추어버리면 되니까.

 서점을 방문 했다가 문득 나의 시선을 잡아 끈 덕분에 완전 우연히 읽게 된 책이다. 사실 처음 멀리서 제목만 봤을때는

'이야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히틀러 책을 저렇게 대놓고 디피 해놓는건가?' 라고 생각했다. (노르웨어랑 독일어랑 비슷해서인지는 몰라도 마인캄프라고 읽는 것 까지 똑 같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미중년의 사진이 떡하니 박힌게 이 사진은 내가 알던 히틀러는 아닌 것이 확실했다.(책 표지 앞면 말고 뒷면을 펴보면 미중년 작가님의 전신 사진이 실려있다...)

 그리고 노르웨이 소설이라는 것에 흥미가 일어 책을 펴서 읽는데 첫문장 부터 나의 마음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다 종이에 손이 베였는데. 내 피가 묻어 "이건 살 수 밖에 없어!" 라고 속으로 외치면 책을 사버렸다.

 

북유럽 사람들은 다들 잘 생겼나보다.

 

 일단 책이 무척 두껍다 600P가 넘는다. 이 정도 크기에 이 정도 두께의 소설책을 읽어 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오래 들고 보면 팔아프다. 그리고 우리가 문학시간에 다들 배웠을 발단-전개-위기-절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말로하면 아주 큰 사건 혹은 갈등 등이 발생하여 우리의 심장을 쫄깃쫄깃 하게 하거나 미스테리한 일이 발생하여 궁금증을 자아내지도 않고 흥미진진한 추격전이나 액션으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해주지도 않거니와 한국 드라마의 필요 수요소인 아름다운 사랑 혹은 슬픈 사람 그것도 아님 바람피는 막장이나 숨겨진 출생의 비밀 따위는 전혀 간직하고 있지 않은 책이다. (일단 1권까지는 말이다.)

 

 그럼 이 책은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책은 뻔한 일상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나 있을 만한 사건, 어디서나 주위를 둘러보면 한번쯤 볼 법한 인물들과 사건들만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쉬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사실 이 책의 장르를 소설로 구분해야 하는 건지도 조금 의문들 정도다. 분명 자전적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작가 본인의 실명은 물론 주변인들의 실명까지(작가는 자신의 원고를 등장인물 모두에게 발송하여 먼저 읽어보게 한 후 익명을 요청한 경우에는 가명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넣어서 집필을 해놓았다. 그 덕분인지 소설적 요소는 거의 배제된 채 어떻게 보면 작가 스스로를 관찰한 개인의 관찰일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나는 완전히 다르게 쓰기 시작했다. 일종의 고백처럼.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모든 비밀을 말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별달리 큰 서사적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몰입도가 좋았는데, 작가의 풍경과 심경 묘사가 매우 섬세하다. 방과 집에 대한 묘사라던지 어느 집에나 있는 집안의 고유한 냄새에 대한 표현이라던지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가는 기분이었다. (작가나 작가의 아버지나 외면적으로는 굉장히 무감각한 듯 보여지지만 굉장히 섬세한 사람들인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리가 아는 것들을 그림자 속에서 꺼내오는 작업이다."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이지만 이 책에서 읽을 때는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무언가는 없지만 꼭 한번쯤은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2권이 올해 말에 번역 된다는데. 어서 출간 되었으면 좋겠다. 영문판으로는 작년에 이미 4권까지 나왔는데다.(노르웨이어로는 이미 6권까지 나왔음) 난생 처음 보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가이다. 라는 것에서 우리는 북유럽식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문학에도 관심을 가져 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쓸데 없는 사족을 남긴다.

 

 

반응형

'독서 노트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의 기원 - 정유정  (0) 2016.06.20
나는 전설이다 - 리처드 매드슨  (0) 2016.06.12
파수꾼과 세월호  (0) 2016.04.19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0) 2016.03.24
빅 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 "1984"  (0) 2016.03.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