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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 소개

 

 다들 중,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한 번쯤 (비록 완편은 아니지만) 읽어 보았을 김승옥 작가의 단편 소설이다. 내 기억 속에는 수업시간에 이 글에 관해 배우면서도 도통 작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던 책이다. 그러면서 책의 내용이 다 실려 있지 않아서 내가 다 이해를 못하는 건가라고도 생각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소설집을 구할 수가 있어 거기에 실린 단편 소설인 무진기행을 읽어 보게 되었는데.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조차 과연 내가 이해한 것이 정말 저자의 의도일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그러나 하나의 소설을 백명의 사람 읽고 백가지의 의견이 나오면 그는 그대로 좋은게 아닐까 한다.

 

2. 줄거리

 

 무진에는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는 장인과 부인의 힘으로 제약회사의 전무가 되기 전 부인의 권유로 고향인 무진으로 휴가를 떠나게 된다. 무진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두 농촌 시찰원의 대화를 통해 명산물도 그렇다고 너른 평야도, 항구도 없는 그럭저럭 살아가는 평범한 고장인지를 들을 수 있다.

 

 나는 아내의 권유로 인해 무진으로 가지만 마음은 영 내키지 않는다. 어린 시절 기억부터 나이가 좀 든 뒤로는 무진행은 서울에서의 실패로부터 도망해야 할 때거나 하여튼 새출발이 필요할 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에 가서 무슨 새로운 용기나 에너지를 얻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튼 떠밀리 듯 시작된 무진행은 광주에서 내려 기차역을 빠져나올때 미친 여자로 인해 어두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6.25 전란 시절 홀어머니에 의해 거의 강제로 골방에 숨어 징병을 회피하며 스스로를 혐오하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무진에 온 후 그는 신문지국에 잠깐 들린다. 그리고 이모 댁에 저녁을 먹을때 후배인 박을 만난다. 그는 문학소년이었고 지금은 모교의 선생님이었다. 피츠제럴드를 좋아하지만 아주 얌전하고 매사에 엄숙한 사람이었다. 나는 박을 통해 친구인 조가 세무서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저녁에 그를 만나러 간다. 그곳에서는 화투를 치고 있는 세무서 직원들과 박과 같이 근무하는 하 선생이라는 여 선생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성악을 전공한(소프라노) 음악 선생님이다. 그리고 무진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말 끝마다 "대학 다닐 때" 를 달고 살며 대학교 졸업연주회 때 <나비부인> 중 <어떤 개인 날>을 부른 것을 자랑스럽고도 무척이나 그리워 하는 듯 하다. 저녁 조의 집에서 벌어진 술자리에서 그녀는 가요인 <목포의 눈물>을 부른다.

 이 모습에 하 선생을 연모하던 박은 슬쩍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고 이를 눈치 챈 나는 박과 대화를 나누지만 박은 그녀가 조가 신부감으로 점찍고 있다는 말을하며 포기를 하려는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여긴 책임도 무책임도 없는 곳인걸로. 하여튼 서울에 가고 싶어요. 절 데려가주시겠어요?"

 

 술자리가 파하고 돌아가는 어두운 길, 나는 하 선생의 이름이 하인숙 알게되고 둘은 어두운 길을 함께 걸으며 나는 그녀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녀는 나에게 무진을 벗어나 서울로 데려다 달라고 한다. 그리고 내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갑자기 나는 이 여자가 나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침 이슬비를 맞으며 어머니의 묘소를 다녀오는 길에 방죽길에서 자살한 술집 여자의 시신과 마주한다. 그녀는 수면제가 아니라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했다. 나는 그녀에게 묘한 정욕을 느끼고는 다급히 자리를 떠난다. 그녀는 그에게 여러가지 상념을 준다.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는 조의 쪽지가 왔다. 그의 세무서로 초대하는 쪽지였다. 나는 마뜩치 않아 하지만 그를 만나러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의 모습을 관찰하고 하 선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의 대답에서 그가 하 선생을 신부감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는 나의 부인과 같이 좋은 신부감을 원한다는 것과 그러면서 그녀가 죽어도 그녀를 찾아올 변변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듣는다. 그리고 박이 쓴 연애편지가 그녀의 손을 거쳐 조의 손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 선생님께서 여기 계시는 일 주일 동안만 멋있는 연애를 할 계획이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나는 조와 헤어지고 하인숙과 만나게 된다. 나와 그녀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나는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인숙은 갑자기 서울로 가기 싫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나에게 <어느 개인 날>을 불러준다. 하인숙은 나와 헤어지며 일 주일만 연애를 할 계획이라 말해주고 그 말을 농으로 받아 들인 나는 자신이 힘이 더 세니 그녀를 끌고 갈 것이라고 말한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아내에게서 전보를 받는다. 돌아오라는 내용이 었다. 나는 떠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지만 떠나기를 결심하고는 하인숙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편지를 완성하고는 몇 번 읽어 본 후 그 편지를 찢어 버린다. 그리고 무진을 떠나간다.

 

3. 감상평 및 맺으며

 

 책에 대한 해설과 감상은 순전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힌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그대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무진은 어떤 곳일까? 책의 곳곳에서 무진이 어떤 곳인지를 나타내고 있다. 일단 이름 그대로 안개가 가득한 곳, 그럴 듯한 명산물도 평야도 항구도 없지만 많은 이들이 모여 그럭저럭 살아가는 곳, 그리고 자신 외에는 속물로 취급하는 곳, 그러면서도 특이하게도 나에게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거의 감추지 않는 것 같다.

 신문지국을 나가면서도 사람들은 그에 관해 수근수근 거릴 뿐 그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를 서울과 다르다고 생각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나에게 굉장히 솔찍히다. 박도 자신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조도 자신의 속물 근성을 숨기지 않는다. 하선생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그들은 나를 이방인 이라고 생각해서 그래서일까?

 

 진에서는 항상 자신을 상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과거의 경험에 의한 조건반사였다.

 

 무진은 소설속에서 나의 고향으로 실존하는 장소로 묘사되고 있지만 나 자신의 관념속에 존재하는 일종의 가상의 공간은 아닐까?

 무진은 내가 버린 일종의 감정들이 집합체이고 안개는 그것을 외부로 부터 숨겨주는 혹은 떠올리지 않게 가려주는 역활을 한다. 박은 나의 과거의 모습을 투영하고 조는 나의 현재의 모습을 투영한다. 그리고 하인숙 그녀는 그를 떠나간 희 혹은 순수한 사랑의 잔재가 아닐까?

 나가 무진의 갔었을 때는 항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이다. 징병을 피해서 숨을 때, 폐병에 걸렸을 때, 제약회사가 합병 되면서 희와 헤어졌을 때, 그는 무진에 있었고 무진에서 나올 때 마다 무언가를 버리고 나왔다. 일종의 징병을 피했을 때는 친구(?), 폐병에 걸렸을 때는 인간관계, 희와 헤어졌을 때는 사랑...

 그리고 장인과 아내의 힘으로 전무가 되려 무진에 왔을 때는 남아있는 자존심 혹은 부끄러움을 버리기 위해 왔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들이 버려놓은 감정들과 만나고 그 중에서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려했던 건 하인숙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사랑일 것이다.

 

내 심장에 남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일단 무진을 떠나기만 하면 내 심장 위에서

지워져버리리라.

 

나는 내게서 달아나버렸던 여자에 대한 것과는 다른 사랑을 지금의 내 아내에 대하여 갖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한다'라는 그 국어의 어색함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충동을 쫓아버렸다.

 

 인숙은 나에게 현실 세계인 서울로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말하다. 그러나 이내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깨달았는지 포기하고 나에게 일주일 간만이라도 여기서 연애를 하자고 청한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온 아내의 전보는 그를 다시 현실세계로 이끈다.

 끝 부분의 나의 독백과 편지 속에서 의문이 풀리는 것 같다. 나는 장인의 힘을 통해 자신을 전무로 승진시키려는 것에 일종의 모욕감을 느끼고 아내와 다투었고 도망치듯 무진으로 왔다. 나는 숨어서 옛날에 버려버렸던 것을 찾고자 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간 찾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실의 전보가 불쑥 타협하자고 손을 내빈다. 그는 타협을 하는 와중에도 희망을 남기려고 하지만 결국은 그것 조차 자신의 손으로 찢어 버린다. 그는 다시 현실과 타협하고 무진 밖으로 향한다. 그는 과연 무엇을 버렸을까?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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