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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눈먼 자들의 도시'에 이은 후속작인 눈뜬 자들의 도시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 가 1995년이 최초 발행되었고 눈뜬 자들의 도시가 2004년에 발행 되었으니 거의 10년에 가까운 공백기가 있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이나 작가의 심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전편은 눈먼 자들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이 처참하다 못해 바닥에 떨어진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약간의 희망을 품고 있다면 이번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멀쩡히 눈을 뜨고 있고 사람들도 꽤나 행복해 보이지만 오히려 희망이 없어 보인다.

 

 '눈먼 자들의 도시' 표지가 흰색인데 반해 '눈뜬 자들의 도시'가 오히려 암흑을 상징하는 듯 어두운 검은색인 것도 눈에 뜨는 대목이다. 하지만 문단이 구분없이 지독하게 긴 문체는 여전하다. 과연 눈이 멀었던 자들이 눈을 떳으니 그들에게 다가온 것은 더 밝고 좋은 세상이 었을까? 아니면 아니면 여전히 세상은 어두컴컴한 곳 일까?

 

2. 백지투표

 

 책은 전작의 결말처럼 사람들이 눈을 뜨고 난 뒤 4년 후의 수도의 선거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선거 당일 비가 억수처럼 쏟아진다. 선거관리인들은 과연 사람들이 이 빗속을 뚫고 투표를 하러 올 것인가를 걱정하는데. 염려하는대로 오로지 소수의 사람들만이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를 방문한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관리인들은 다른 투표소에도 전화를 돌려보지만 다른 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거인들이 우려하던 와중 점심이 지나고 오후가 되자 어느순가 비가 뚝하고 그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투표소를 향하지 않아 애를 태우는 가운데... 오후 4시가 되자 사람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한다. 줄은 끊임 없이 이어지고 언론사들은 이런 신기한 사태에 대해 사람들에게 왜 4시에 나왔냐고 질문하지만 사람인들은 그런 질문하는 기자를 조롱하거나 그냥 나왔다고 대답한다. 결국 내무부는 투표시간을 두번씩이나 연장하기에 이르고 사람들은 높은 투표율에 만족하는데. 막상 개표를 시작하자 대량의 백지표가 나온다. 기권도 무효표도 아닌 아무런 표기가 없는 백지표가 수도에서만 무더기로 나온다.

 

 정부는 이에 음모를 주장하기도 하고 수도 시민들에게 의무를 다하라는 호소도 하며 다시 투표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날씨도 화창하다. 정부는 음모를 파헤치기위해 곳곳에 첩자를 심어 놓는다.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차례차례로 투표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결과는... 지난번보다 더 많은 수의 백지 투표였다.

 

3. 정부

 

 이번 책의 주요 시선은 정부 관료들에게로 향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도 잠깐 정부 관료들이 등장하여 답답함을 선사하지만 이번은 정도가 굉장히 심하다. 매우 긴 만년체의 문체와 어우러져 읽는 사람의 신경을 갉아 먹는 듯한 기분까지 들게 만든다. 의미 없는 수사들, 또한 의미 없는 단어에 의미에 대한 논쟁, 법과 시민의 권리는 무시된체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에 대한 말도 안되는 논쟁과 권위주의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함만이 가득하다.

 

 정부는 사람들이 눈이 멀었을 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뜬 후, 시민들이 그저 권리를 행사 하였을 뿐이지만 그들을 탄압하고 찍어 누르려고만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최초의 눈먼 자들을 정신병에 가두고 격리시켜버렸던 것처럼 수도를 옮기고 수도 시민들을 격리 시켜버린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부는 눈가리고 아웅을 하고 있을 뿐이다.

 

중앙 정부는 사랑하는 아버지처럼, 곧고 좁은 길로부터 벗어난 수도의 주민에게 돌아온 탕자의 우화에서 배워야 할 숭고한 교훈을 일깨워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정부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뉘우치고 완전히 회개하면 용서 못할 잘못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 방에 모인 것은, 심지어 의회보다도 민주주의의 힘과 권위를 더 훌륭하게 대표하는 이 방에 모인 것은 이 나라를 수백년 래 가장 심각한 위기로부터 구할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라는 점이오.

 

 이 얼마나 오만하고 불손한 말인가. 과연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시민을 용서한다는게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

 

4. 시민

 

 대량의 백지투표에 당황한 정부는 시민들 곳곳에 첩자를 파견하고 백지투표가 나온 이유를 파악하려고 한다. 그와 동시에 누가 백지투표를 했는지도 알아내려고 하는데. 일부 시민들을 구금까지 해가며 그 진상을 파악하려고 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시민들은 선거의 4원칙 중 하나인 비밀선거를 들며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밝히기를 거부한다.

 

 정부가 수도에서 물러가고 정부는 큰 혼란을 기대하지만, 사람들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한다. 청소 노동자들이 정부측의 사주로 파업을 시작하고 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쌓이자 사람들은 각자의 집 앞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수도에 남겨졌던 시장은 사임 후 시민으로 돌아가기까지한다.

 

 정부가 기대했던 혼란으로 인해 수도시민들이 깊은 뉘우침과 함께 정부에 백기 투항을 하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침묵으로 일상으로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규범되지 않은 조직체로써 정부와 맞섰다.

 

5. 경정과 의사의 아내

 

 지난번 책에서 중요한 역활을 했던 의사의 아내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쯤에나 모습을 비추었다. 경정은 의사의 아내를 선동자로 몰기 위한 증거를 찾기 위해 경사, 경감과 함께 수도로 파견된다. 경정은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깊은 자괴감과 더불어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다. 경정은 결국 마음을 바꾸어 정부의 계획에 맞서기로 한다. 그렇지만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데. 이 과정에서 저자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개인의 양심으로 정의를 이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것일까? 그러고 보면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부터 개인의 한계는 계속해서 드러난다. 눈이 멀지 않았던 의사의 아내 역시 소수의 사람만 구해냈을 뿐 인류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과연 그들을 구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당신들 둘이 정말로 서로를 필요로 할 거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 감언이설이나 빠른 승진 약속에 속지마, 이 수사의 결론에 대한 책임은 오직 나 혼자만 지는 거야, 당신들은 진실만 말하면 나를 배반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당신들의 진실이 아닌 진실의 이름으로 나오는 거짓은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마.

 서로 도우라고, 경정이 말했다. 그게 내가 당신들한테 바라는 전부야, 요구하는 전부야

  

6. 투표 

 

 과연 투표는 의무일까? 권리일까? 이런 질문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무이자 권리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표를 할때 꼭 누군가를 뽑아야 할까? 여기에는 아마 누군가는 최선이 아니라면 차악을 뽑는 것이 선거라고 대답을 할 것이고 투표를 하되 무효표나 백지표를 내는 것도 민심을 나타내는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책에서는 과연 어떻게 보았을까? 정부는 수도 시민들에게 의무를 다하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속마음은 집권당의 충실한 지지자로 돌아오기를 갈망하는 듯하다. 백지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정치인들에게 저항하는 시민들과 이를 탄압하는 정부의 대립을 바라보고 있자면 자못 분노가 솟아 오르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왠지 모를 시민들에 대한 동정심과 더불어 백지투표의 정당성에 대해 동조하고 싶어지는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책의 결말을 보고 책의 내용을 곰곰히 곱씹어 보자면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눈이 멀었던 시절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수도 시민들에게 누군가에 의해 눈이 멀었다고 비난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눈이 멀었는게 아니라 눈을 감았다. 누군가에게 속았던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욱 최악으로 알면서 외면한 것이다. 수도 시민들은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고민을 짊어지고 평화롭게 살고 그들의 정부를 몰아낸 저항이 마치 성공한 듯 묘사된다. 그렇지만 그들의 소극적인 저항 아니 평화적인 저항이라는 이름으로 그저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해버렸다 그 결과는 책에 결말로 나온다.

 

 그 중 하나는 그들이 지지 하지 않았던 총리가 모든 장관직을 독점하는 독재이다.

어쩌면 여러분은 권위주의 통치 시절에 하던 것처럼, 모진 독재의 시절에 하던 것처럼 반역에 나설지 모릅니다. 그러나 착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과거와 똑같은 폭력에 진압 당할 것 입니다.

 그렇지만 반역 덕분에 민주주의가 찾아왔다. 누군가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났다. 책 속 수도시민들의 저항은 완전히 실패일지도 모르겠다.

 

개가 달려 나와 코를 킁킁거리며 여주인의 얼굴을 핥더니, 목을 뻗어 무시무시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또 한반의 총소리가 그 소리를 없앤다. 그러자 한 눈먼 남자가 물었다, 무슨 소리 들었나.총소리가 세 발 들렸는데, 다른 눈먼 남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개가 우는 소리도 들리던데. 지금은 그쳤어, 세 번째 총 소리 때문일 거야. 잘 됐군, 나는 개 짖는 소리가 싫어.

 오래도록 음미했던 대목이다. 과연 우리는 개 짖는 소리가 싫다고 그 소리를 없애준 총소리에 감사를 해야 하는 것일까?

 

 모두가 권리 위에 잠자지 말기를 최소한의 의무이자 최고의 권리인 투표에 참여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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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당연히 의도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탄핵으로 인해 치뤄지는 소위 벚꽃 대선으로 인해 이 영화의 의미가 더욱 특별 한 것 같다. 최민식, 곽도원 등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흥행 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가 매우 시의 적절할 때 개봉을 한 것 같다.

 

  영화는 3선 서울시장 직을 노리는 변종구의(최민식) 선거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개인들의 사정과 배신, 정치 공작을 보여주며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정치란 혹은 선거란 쇼비지니스일 뿐이라는 것을 폭로하는 듯 한 영화이다.

 

 영화 초반의 약간은 긴장한 듯 하지만 신념에 차있어 보이는 박경(심은경)과 특유의 의뭉스러우면서도 뭔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심혁수(곽도원)의 투 샷과 둘 다 모든 것을 내보이지 않고 조금은 숨기며 서로 간을 보는 듯한 변종구와 심혁수의 투 샷은 영화 내내 집중을 할 수 있게 해준 요소 였던 것 같다.

 

2. 결국은 쇼 일 뿐인가?

 

 영화는 다이나믹 듀오의 '거기서 거기' 가 흘러나오면서 시작한다. 변종구가 개최한 청춘 콘서트에서 그는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랩을 하며 청년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며 권위를 내려놓은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바로 다음 테이크에서 그런 모습이 산산히 깨어지며 그것은 그저 쇼일 뿐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손에 똥 안 묻히고 진주 꺼낼 수 있겠어 없겠어?

 

 그 외에도 많은 장면에서 그런 모습이 나오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모습은 변종구가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다. 영화 내내 변종구가 술을 마시는 장면이 여러차례 나오는 데 그 때마다 소주를 마신다. 양주를 부어 마실 것 같은 크리스털 잔에도 그는 소주를 가득 부어마시고 사케가 어울릴 것 같은 잔에도 소주를 부어 마신다. 이런 표현이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무언가 있는 듯 (신념이든 정의 든 무엇이 든 그럴듯 한 것) 행동하지만 결국 본질은 평범한 우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만 같다.

 

 심혁수 구두를 닦는다. 좋은 신발이 좋은 곳을 보내준다는 말이 있지 않냐며 매우 열심히 그것이 그의 유일한 취미라고 말을 한다. 변종구는 노동자 출신의 정치인이고 곽병규는 검사 출신의 정치인다. 과연 무엇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일까?

 

3. 왠지 평범한 인물들

 

 사실 내부자나 다른 정치 영화에서 우리는 각종 악인들을 만나왔다. 특히나 요 근래에 있었던 정치 상황을 고려하자면 악인으로 변종구는 영화치고는 자못 평범한 것만 같다. 비록 권력욕에서 비롯된 일로 여러가지 잘 못을 저지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소위 기레기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제이(문소리) 역시 어떻게 보면 그저 자기일을 열심히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심혁수 역시 타인을 깔아뭉개기는 하지만 그저 권력욕에 많이 취한 듯 보인다. 신념에 차서 큰일을 할 것만 같던 박경 역시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건 영화야!"를 외치는 듯 처럼 튀는 역활이 없었던 것 같다. 

 언듯 무언가 있어보이는 변종구도 어린 소녀 무당을 만나러 가서 소녀의 사람들이 아직 니가 진짜라는 것을 모른다라는 말 한마디에 눈물을 삼킨다. 변종구도 그저 누군가에 인정 받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었을 지도 모른다.

 

4. 결국은 유권자가 답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앞에서 말한 것 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서 좋았다. 영화는 제목처럼 특별시민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 유권자들에게 메세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진실을 알고 있는 동료 정치인, 기자 소위 특별시민들은 잘못을 한 이들을 벌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가지고 무언가를 얻고 싶을 뿐이다. 그를 벌 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평범한 다수의 유권자들 뿐이다.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변종구는 여러장의 상추에 소고기를 몇점 얹어 상조의 입에 쑤셔넣는다. 한쌈에 입이 가득차지만 변종구는 또 다시 크게 한쌈을 싸서 상조의 입에 억지로 밀어넣고 상조는 켁켁거린다. 마치 개처럼...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밥과 고기를 주는 사람이 아니다. 아니 그들이 우리에게 밥과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개가 아니고 그들은 우리의 주인이 아니다.

 

 우리는 평범한 시민일 뿐이지 모르지만 우리의 한표는 최고의 권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저는 시장님이 그렇게 싫어하시는 유권자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심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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