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에 이르기를, '나는 지난 일을 경계하여 앞으로 후환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한다'고 하였으니, 이것이 내가 징비록을 지은 까닭이다.
책 서두에 이 책을 지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는 구절이다. 사실 책의 내용이야 어쨋든 이 구절만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다면 이 책을 사본 값이나 들인 시간은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크던 작던, 스스로가 인식을 했던 못했던 크고 작은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어쩔 때는 운으로, 또 다른 때는 타인의 호의나 자신의 노력 혹은 재능으로 든 위기를 극복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문제는 위기를 이겨내고 낸 다음이다.
위기를 겪고 난 후, 반성을 하고 그 위기가 발생 된 원인에 대해서 점검을 해보았는가? 사실 이 일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위기 혹은 사고란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쩌다가, 온갖 우연적인 악재가 겹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일단 위기가 시작되면 그것을 해결해야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당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신이 없다. 그러다보니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 해결에 급급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해결이 된 이후에도 쉽게 해결 됐든 어렵사리 해결이 됐든 자주 발생하는 일이 아니니 걱정 따위는 내려놓고 현재 상황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게 사실인 것 같다.
일하면서 문제가 생겨서 수습하는 것도 힘든일이지만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건 더욱 더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위기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건 이 책이 지어지고 난 이후의 일들을 돌이켜 보면 된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어렵사리 극복을 해냈지만 뒷처리는 영 좋지 않았다. 전쟁을 이기는 대 큰 기여를 했던 의병들을 중용하기는 커녕 반역자로 몰아 죽이기도 했으며, 자기 나라의 전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쟁을 질질 끌기도 했던 명나라 군사들은 크게 우대하고 그 이후로도 명나라에 크게 의존했다. 그리고 전장에 나가 승리한 장수들이 아닌 전쟁은 막지 못하고 자기와 함께 피난 간 사람들을 크게 우대했다.
그 결과가 무엇일까? 바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다. 사실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이 발생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게 아니다. 1592년 ~ 1636년 고작 50년도 안 되는 사이에 큰 전쟁이 4번이나 벌어졌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사실 그냥 억세게 운이 없었다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운이 억세게 없기만 해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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