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뒤늦게 이 영화를 보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기는 했지만 사랑이야기라니 사실 별 달리 마음이 끌리지 않았던게 사실이기는 하다. 그런데 뒤 늦게 이 영화를 보고 매우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먼저 영화의 남자 주인공 츠네오는 전형적인 쿨한 남성상 인것 같다.(그리고 잘생겼다!)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도 잡지 않는다. 그에 비해 조제는 장애를 앓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할머지는 자신의 손녀 딸을 부끄러워하며 세상에 내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조제 역시 그에 대해 별다른 불만이 없이 살며 할머니자 주어온 책으로만 세상을 만나고 있었다. 조제의 말대로 마치 심해에 사는 조개처럼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연한 사건으로 조제와 츠네오가 만나고 츠네오는 조제가 해주었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먹은 후후 점점 그녀에게 빠져든다. 츠네오는 잠시나마 조제에게 세상을 보여주지만 그러나 조제의 할머니는 영화의 마지막을 예견하듯 둘 사이를 막아서는데 한동안 그녀를 잊고 살려고 노력하던 그는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조제에게 달려간다.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져서 동거를 시작한다. 츠네오는 조제에게 세상을 하나 둘 보여준다. 조제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호랑이를 마주하기도 하고 바다를 보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츠네오는 조제는 점점 버거워하기 시작하고.. 영화 막바지의 모텔에서 하는 조제의 혼잣말은 굉장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니 혹시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꼭 한번 직접 보시길 바란다.
결국 조제와 츠네오는 헤어진다.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성스러운? 혹은 헌신적인 사랑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둘은 매우 담백하고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헤어진다. 그리고 츠네오는 칸나에를 만나 길을 걷다 결국 오열을 한다. 그도 깨달은 것이다. 결코 그녀가 다른 여자와 했던 사랑과 같은 평범한 사랑이 아니었음..
그리고 조제 역시 홀로 남아 슬퍼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이전보다 좀 더 열린 세상이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너무 담백하고 현실적인 듯 해서 슬프다. 둘의 관계가 츠네오의 일방적인 동정 같은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었음으로 둘은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둘의 관계가 결코 돌이킬 수 없음을 츠네오 역시 헤어지고 나서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랑을 한번도 하지 않았거나 받지 않았다면 외로움을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을 한번이라도 했다면 결코 이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생각할 거리도 잔잔한 여운도 많이 남는 영화였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산자 대동여지도' 후기 - 길위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김정호 이야기 (0) | 2016.09.10 |
---|---|
영화 '밀정' 시사회 후기 (0) | 2016.08.27 |
영화 '터널' 리뷰 (0) | 2016.08.13 |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 로시단테에서 내려온 돈 키호테 (0) | 2016.08.10 |
삐딱하게 보는 어린왕자 책과 영화 (2) - 생텍쥐페리 (0) | 2016.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