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의 소설이다. 그리고 영화로도 나왔다. 그렇지만 서울이나 기타 지방 광역시 급의 대도시가 아닌 도시에서 이런 영화를 보는건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빠를 것 같다. 사실 이 책에 눈길이 갔던 건 책 표지 때문이다.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끌렸다 랄까?
간결한 문체, 절제된 표현 정말 일본 소설 답다고 느낀 소설이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아니 나이가 꽤나 든 분들 중에서도 SNS계정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드문게 사실이다. 우리는 그것을 타인과의 소통의 도구로도 사용하기도 하고 익명성을 이용해서 뒤틀려진 욕망의 도구로도, 혹은 광고로 사용하기도 하고 심어 테러리스트를 모집하는 도구로까지 활용 될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과연 예의와 사회적 관습 등의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현실 세계속 나와 그런 것 따위는 벗어 던지고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서 활동하는 나 중 어디가 진실에 더 가까운 것일까?
2. 책의 내용
일찌감치 부모와 절연하고 파견제 교사로 대도시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나나미, 그녀의 교사를 꿈꾸었던 그녀의 삶에는 별다른 욕망이나 열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20대 초까지 단 한번도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지 않았던 그녀는 '플래닛' 이라는 SNS에서 새롭게 서비스를 하는 인연만들기를 이용하여 한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골인 해버린다.
사실 이 결혼은 현실 속에서 파견교사 자리 마저 잃어버린 그녀가 수세에 몰리다 시피 하여 결정된 결혼이었다. 그녀는 남들의 눈 때문에 부모의 이혼 사실을 숨기고 아무로를 사람을 통해 하객 대행업체에서 사람을 고용한다. 거짓말은 점점 커져가고 SNS에서 그녀는 불안감을 토로하다 마찬가지로 결혹식 당일에 마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신랑에게 들킬뻔 하기까지 한다.
결국 애초 맞지 않는 옷 같았던 결혼 생활은 이혼이라는 결과를 맞이하고 그녀에게 그야 말로 기상천외하다고 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여기는 어딜까?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일어나서 세수를 하러 갔다. 얼마나 심한 꼴을 하고 있을까? 거울을 봤다. 어라? 어찌된 일이지? 의외로 얼굴의 혈색이 너무 좋아보였다.
3. 마무리
"못 느끼세요? 이 거리를."
아무로는 손가락을 가리켰다. 어느샌가 두 사람의 거리가 서로 닿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이 거리는 당신이 좁힌 겁니다."
나나미는 그 순간 뒤로 물러났다.
"어쩐지 마음이 허전해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 않으세요?"
비록 SNS에서 만나기는 했지만 현실에서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나나미는 왜 아무로에게 더 친숙함과 의지를 했던 것 일까? 비밀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책에는 로맨스라는 요소가 거의 없다. 과연 그 '러브레터'를 찍었던 감독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건조하기까지 하다. 이 책에서 진실된 인간 관계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온몸에 안도감이 넘쳤다.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는데 "만날까요?" 라는 말이 특효약처럼 효과가 있었다.
노을빛으로 물든 요쓰야 역에서 가짜 가족은 해산했다. 헤어지기가 서운해서 서로 껴안기를 반복했다. 옆에서 보면 엄청 사이가 좋은 가족이나 해외에서 오래 생활한 가족 같았다.
나나미는 이혼 후 자신이 요청했던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그곳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마치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진짜 가족과는 거의 절연하다시피 했던 어려운 상황에서도 찾지 않던 가족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느낌을 왜 단 몇시간을 만났던 사람과 느낄 수 있었을까?
나나미는 이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서로 SNS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함께 살았다. 이런 시대에 마치 기적과도 같은 나날을 보냈다.
책을 덮고 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이상하게 사르트르 가 했던 '타인은 지옥이다' 라는 말이다. 책의 말미 부분에 나나미는 아무로와 함께 마시로의 유해를 가지고 그녀의 어머니를 찾아간다. 마시로 역시 AV배우 데뷔로 인해 어머니와는 절연한 관계였다. 어머니는 딸의 유해를 그야 말로대하는데...
그녀는 술을 마시던 중 나나미와 아무로 앞에서 옷을 다 벗어 버리고는 오열한다. 마치 그녀의 딸이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모든 일에 감정을 담지 않고 그야말로 업무 처리하듯 처리하던 아무로는 마침내 펑펑 울며 옷을 벗어버리곤 술을 마시며 책에서 처음으로 감정을 분출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신 혹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죽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위로 해 줄 수 있는 것도 타인의 따뜻한 온기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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