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눈먼 자들의 도시는 포르투칼의 노벨상 수상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가 쓴 소실이다. (어째 요즘 들어 계속 노벨상 수상을 한 작가의 책만 읽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불편함이다. 책은 챕터 구분을 제외 하고는 문단이 거의 구분이 되어 있지 않다. 누가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어떤 것이 묘사를 하는 것인지. 어떤 것이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하고 있는 것인지를 문단으로 전혀 구분을 해놓지 않은 책 독자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마치 지금 내가 쓰고있는 글마냥 끊임 없는 문장의 연속이다. 덕분에 가끔씩 책을 읽고 있노라면 갑갑한 감정이 들곤 했다.
우리는 오감을 이용하여 살아간다. 오감 중 어느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우리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후각이 마비되면 어떤 음식물이 상한것인지 제대로 구분 하지 못할지도 모르고 아래층에서 화재가 나도 검은 연기가 올라올때까지는 제대로 알아챌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책은 오감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시각의 마비를 다루고 있다.
책은 지명이 정확하지 않은 국가의 어느 도시에서 일어난 일을 배경으로 한다. 어느날 갑자기 전염병으로 찾아온 백색실명 속에서 사람들어 어떻게 살아 갈까?
2. 백색실명
사실 요즘은 세기말을 그린 작품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핵전쟁이든 좀비의 출현이든 바이러스의 감염이든 말이다. 그런데 백색실명은 굉장히 특이한 설정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흔히 가지는 실명에 대한 이미지는 암흑이다. 그런데 이 책은 백색실명을 말한다. 왜하필 백색실명일까?
작가의 의도야 어째듯 작품을 받아들이는 건 독자의 몫임으로 어쩔 수 없이 내 마음대로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정확히 기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20세기 중반까지 포루투칼은 우리나라 만큼이나 독재가 심각했던 국가이다. 그때 권력자들이 일반 민중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 우리나라의 전모씨가 사용했던 3S 정책의 원조격인 3F 정책이라고 한다. (Football, Fatima, Fado)
그리고 산업화 시대 이후 우리는 어둠 보다는 오히려 밝음에 익숙 할 것이다. 밤에 완전한 잠에 빠져들 때 빼고는 완전한 어둠을 마주치기란 결코 쉽지 않은게 요즘의 현실 일 것이다.
작가는 백색 실명에 대해서 묘사하기를 원래 우리가 아는 어두운 실명과는 달리 백색실명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감각마저 마비시킨다고 말하고 맑고 투명한 눈에는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은 마치 여전히 눈이 보이는 것 마냥 습관적으로 말한다고 한다.
저자는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로 인해 무엇인 진실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게된 대중 혹은 그로인해 윤리를 상실한 인간들을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그저 눈이 멀었을 뿐이지만 대부분의 인간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눈이 보였을 때면 상상할 수 도 없었을 일들이 마구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게 아무곳에서나 일어나는 배설행위, 약탈, 강간까지 평소 우리가 동물과 다른점이라고 주장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이 서로의 눈이 보이지 않는 다는 이유로 서로 감시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산산히 부서진다.
백색실명은 우리의 오감중 단순히 시각만을 차단한 것이 아니었다. 책에서는 이런 점도 곳곳에 묘사가 되는데 사람들은 악취와 오물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뒹굴고 차단된 시각은 위를 튼튼하게 한다고 그리고 장기간 지속된 실명상태는 기억마저 왜곡하고 사라지게 한다고 묘사한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모든 감시가 사라진 곳에서 인간의 본성이 혹은 자아가 드러나는 것일까?
3. 마치며
사실 책은 지금 서평으로 적어놓은 것보다 훨씬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본성과 수치심, 그렇지만 인간 관계를 통한 희망 같은 것을 다루고 있지만 내가 그것을 다쓰기에는 모자란 것 같은 것이 사실이다. 책을 읽다보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곳곳에 튀어나오는 것 같다. 눈먼 자들을 정신병동에 몰아 넣고 마치 자신의 책무를 다했다는 듯 떠들어대는 관리들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재계의 반반을 이유로 몇몇 곳은 아예 격리구역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들은 눈까지 멀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그들이 자신들을 감시 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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