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에 마지막으로 쓰는 책 리뷰가 여행책이 될 줄은 몰랐다. 사실 이 책이 여행기인지 산문 수필로 구분해야 할지 헷깔리기는 하지만 책의 제목과 부제가 여행에 관한 것이니 여행기로 봐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장거리 여행은 선호하지 않는데,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해외 여행은 최악이다. 좁은 비행기 좌석은(비지니스를 타라는 가슴 아이픈 충고는 하지말자...) 고문의자 같고 공항부터 입출국 심사를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은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소떼를 보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임으로 여행을 떠나시는 다른 분들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그들이 그것을 통해 얻는 행복감이 불편함을 넘어설 뿐이고 나의 경우에는 불편함이 행복감을 넘어설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꽤나 긴 동계휴가에도 뜨뜻한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상당히 끌리는 책이었다. 사실 내 방 침대에서 눈을 뜨면 5분도 안되는 곳에 환상적인 여행지가 펼쳐진다니 누군들 구미가 당기지 않겠는가?
사실 인스타, 유투브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넘어 내밀한 부분까지 공유하는 세상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그다지 놀랍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절은 돈 많은 이들이 '그랜드 투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여가며 가정교사와 함께 유럽 곳곳을 여행하던 시절에 본의 아니게 가택연금이라는 이유가 있기는하지만 자신의 방을 천천히 둘러보며 묘사와 느낀바를 적어낸 책이 꽤나 신선 했을 것 같다.
사실 책의 내용은 별개 없다. 누구나 집에 가지고 있을 법한 침대, 의자, 거울 등등을 자신의 방식대로 느끼며 책에 풀어 쓰고 있다. 별거 없다고 했지만 이게 전부이다. 매일 보고 만지고 사용하는 물건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로인해 행복함과 기쁨을 느낀다면 수십, 수천키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보다 못할 것이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남기며 끝을 맺겠다. 나도 일상적인 공간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랑이 화살촉을 벼리면서 어떻게 하면 연인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까 고민하는 것은 바로 거울 앞에서라는 사실이다. 거울 앞에서 사랑은 계략을 꾸미고 기동전략을 세운 뒤 선전포고를 외칠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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