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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의사소통을 위해서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언어다. 언어는 감정을 전달하고, 생각을 공유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이 지구에만 해도 수 많은 다양한 언어가 존재하고 있다. 어떤 언어들은 사용되지 않아 점차 소멸의 길로 들어서지만,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등 대충 꼽아보아도 두 손가락으로 모두 세기는 힘든 것 같다.

 

 여행을 갈 때,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문화권으로 간다면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상황과 마주한다. 이럴 때에는 약간의 뻔뻔함과 이런저런 몸짓, 때로는 자본주의의 힘으로, 요즘에는 AI 기술 같은 걸로 상황을 쉽게 상황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우주에서, 우리와 완전히 다른 신체 구조와 문화를 가진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된다면? 대체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 첫 인사를 나눠야 할까?

 

들어가며

 

 이 책은 '마션'의 작가 엔디 위어의 또 다른 장편 소설이다. 장르는 SF소설로 주인공이 과학자인 관계로 과학적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과학적인 내용과 그레이스라는 인물의 서사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가볍게 읽거나 듣기 좋은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과학자'라는 직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라이언 고슬링 주연으로 영화화도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그가 연기하는 그레이스의 모습이 상당히 기대된다.

 

 줄거리 요약

 

 주인공인 그레이스는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낯선 장소에서 깨어난다. 그의 자신의 이름이 기억 나지 않고, 제대로 걸을 수도 정도로 몸도 기억도 완전히 엉망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천천히 몸을 회복하고 기억을 되찾는데…

 

 그가 있는 곳은 바로 우주이고, 그는 아스트로파지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다시 지구로는 돌아 갈 수 없는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그레이스는 다른 두 명의 동료 승무원들이 이미 죽었음을 알고, 홀로 남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타우세티로 향한다.

그러던 중, 낯선 외계 우주선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그레이스가 록키라고 이름을 붙인 외계인 공학자와 조우하게 된다.

 

 그들은 아스트로파지의 비밀을 풀고 각자의 행성을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레이스는 왜 기억을 잃었을까?

 

마치며

 

 개인적으로 엔디 위어의 '마션', '아르테미스', 그리고 이번에 리뷰를 쓰고 있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모두가 재미있는 책이었다다. 과학을 소재로 이렇게 이야기를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작가 특유의 과학자 너드와 유머, 그리고 뜬금없는 것 같은 소설의 시작, 그리고 외계인 엔지니어와 지구인 과학자가 벌이는 만담 아닌 만담도 책을 듣는 내내 즐거운 대목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하나씩 떠오르는 기억들을 쫓아가는 방식은 책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우주선에서 홀로 깨어난 그레이스가 우주에서 외계인과 조우하여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그레이스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적극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약간 거리를 두려고하는 내향인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외계인과의 조우 후에는 그의 흥분하는 모습, 그와의 관계를 맺고 우정을 쌓는 모습, 그리고 지구를 구하는 임무 때문에 자신의 취미 생활을 방해 받는다며 투덜거리는 모습은 과학자의 탐구욕과 광기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레이스가 록키와 처음 만났을 때, 그들 사이에는 언어의 장벽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과학의 보편성을 통해 의사소통의 길을 찾아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이는 과학이 단순히 실험과 이론 뿐만 아니라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언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 책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그레이스가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인 것 같다.

 

 물론 그는 원래 선한 사람이라고 할 만하다. 학자 시절 주류 과학계에서 인정 받지 못해 교사가 된 그레이스가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특히나 록키를 만나 인정받고 격려 받으며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제해결을 위해 과학적 사고로 계속해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에서 과학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헤일메리Hail Mary’는 미식축구 용어로, 경기 막판에 역전을 노리고 하는 패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작품 속 우주선의 이름인 ‘헤일메리호’도 지구를 종말로부터 구하기 위한 마지막 역전을 바라는 마음에 지어졌다. 주인공이 긴 수면 끝에 눈을 뜬 곳은 우주 한복판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우주선 헤일메리호에 탄 동료들은 모두 죽고 혼자가 된 상황이다. 헤일메리호를 샅샅이 뒤진 끝에,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인류를 구할 마지막 희망이자, 우주 한복판에서 죽을 예정인 과학자였다는 것을. 소설 속 지구는 태양의 온도를 떨어트리는 미지의 생명체 ‘아스트로파지’ 로 인해 멸망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주인공은 그 아스트로파지를 조사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우주 출장을 오게 된 것이다. 다만, 기술적 한계로 주인공은 아스트로파지를 없앨 해결책만 지구로 보낸 후 우주에서 홀로 죽을 운명이었다. 즉, ‘편도행 헤일메리호’의 일원으로 우주에 왔다. 그런데 잠깐, 우주선 계기판에 무언가 이상한 신호가 잡힌다. 기억을 되찾고 인류를 구하기도 바쁜데 갑자기 외계인의 등장이라니? 과연 그는 지구 구하기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히(?) 죽을 수 있을까?
저자
앤디 위어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일
2021.05.04

 

같이 읽어보면 좋은 글

[영화] - 영화 '컨택트' 우아한 지구 정복자 헵타포드 - 드니 빌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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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사실 영화를 보러가기 전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하나도 가지고 가지 않았다. 그냥 외계인 나오는 SF 영화인 줄 알고 보러갔었다. 내가 일반적으로 외계인이 나오는 SF영화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스타워즈 아니면 E.T다. 그런데 이 영화는 둘다 아니다. 스타워즈처럼 빵빵 하며 다 터지는 영화도 아니고 E.T처럼 외계인과 인간의 교감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고 하기에도 무언가 좀 모자란 느낌의 영화였다.

 

 그렇지만 영화 자체는 매우 재미있었다. 영화의 시작 부분은 대체 이것이 무엇인가 라는 의문으로 시작하였지만 끝에 다다라서는 '아!' 하는 감탄사를 뱉어내기에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2. 줄거리

 

 어느 날, 지구의 12곳에 외계인의 것으로 보이는 쉘이 도착한다. 세계 각국들은 서로 공조하여 이 쉘의 정체와 외계인의 방문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실력있는 언어학자인 루이스가 뽑혀 미국에 도착한 외계인이 있는 몬태나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루이스는 이론 물리학자인 이안을 만나는데.

 

 루이스는 외계인과 최초의 접촉 이후 기존의 말로 소통하는 방식에서 필담을 통한 소통 방식으로 소통 방식을 바꾼다. 루이스는 외계인과의 접촉이 잦아 질 수록 환상에 시달린다. 어느 정도 소통이 자유로워지고 루이스가 외계인의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그들의 방문 목적을 듣게 되는데...

 

3. 키워드1. 언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언어 일 것이다. 루이스와 이안이 처음 만난 헬리콥터에서 이안은 루이스의 책을 읽어준다.

 

"언어는 문명을 이루는 초석이다. 사람들을 하나로 통합 해주는 접착제이자, 갈등을 끝내는 첫번째 무기이다."

Language is the foundation of civilization. It is the glue that holds the people together, and it is the first weapon drawn in a conflict. (정확한 번역인지 사실 헷깔리네요)

 

 루이스는 이안에게 도입부에 어려운 말을 써서 독자들을 압도하기 위해서라는 식의 대답을 건내주고 이안은 이에 문명의 초석을 이루는 것은 과학이라고 가벼운 농담을 건낸다.

 

 여기에 영화의 언어에 대한 관념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루이스는 언어를 화합의 도구라고 생각하면서도 언어를 독자를 압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무기 혹은 권력으로 사용 할 수 있음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사고 방식이 형성된다는 학설을 이야기 하며 이를 통해 시간을 선형적 흐름으로 인식하지 않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당신은 그들의 언어로 꿈을 꾸고 있는거요?

- 이안 -

 

4. 키워드2. 헵타포드의 언어, 시간

 

 여기에는 굉장히 많은 복선과 상징이 깔린 것 같은데. 일단 헵타포드의 언어는 끝도 시작도 애매한 원형이다. 그들의 문자는 일종의 표의문자로써 시제가 없다는 것을 루이스는 이야기 한다. 그리고 루이스는 아이의 이름을 이와 같이 시작과 끝이 동일한 Hannah로 짓는다.

 

 결정적으로 영화가 끝나는 순간 다시 화면이 영화의 시작부분으로 돌아가야말 할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한다.

 

그들의 언어를 제대로 배우면 시간을 그들처럼 인식할 수 있어요. 다만, 그들의 시간은 한쪽으로 흐르지 않아요.

- 루이스 -

 

5. 키워드3. 우아한 정복자 헵타포드

 

 대체 헵타포드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헵타포드는 자신의 목적을 3,000년 후 인간들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언어(도구? 무기?) 를 전달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헵타포드에게 시간의 관념이 없다고 해놓고는 왠 3,000년 후 타령이지?

 

 키워드1. 에서 말했지만 언어는 사고방식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저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운다면 미래를 볼 수있다고 하는데 과연 누가 그것을 배우지 않을것인가?

 

 영화에 잠깐 나오지만 루이스는 책 출판을 통해 헵타포드의 언어를 전파하는 것 같다. 모든 이들이 헵타포드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3,000년이 지나고 몇 세대를 거친다면 우리는 자연히 헵타포드화 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지구를 식민지화 시키려는 헵타포드의 진짜 아닐까?

 

 영화 속에서 언어는 권력이자 무기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생각하지 못 했을 수도 있지만 의아한 점이 있다. 바로 영어를 제외하고는 모든 언어는 루이스가 번역해서 직접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생 장군과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중국어는 자막으로 번역되어 나오지 않고 가끔씩 나오는 다른 나라들의 방송도 자막을 넣어주지 않는다. 지구인들은 불완전한 헵타포드어를 통해 헵타포드화 되고 진정한 권력을(언어) 쥔 헵타포드들은 정복자로 설 수도 있다.

 

 사실 그냥 웃어 넘길 수도 있는 소리이다. 그런데 이게 현실에 존재한다. 그리고 멀지도 않은 명동에서 말이다. 헵타포들이 언어를 주면서 끼워준 무기(시간)는 일종의 미끼이다. 자신들의 언어를 배우게 할 유인책 말이다. 

 

 이것을 현실에 약간 대입시키자면 유커들이 대한민국에 대량으로 들어와서 명동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경제력(=시간)을 미끼로 뿌린다. 그리고 그곳 상인들과 상권들은 그 미끼를 물고 중국어(=헵타포드어)를 사용하거나 중국어를 사용하는 종업원들을 고용하여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수도의 한복판을 소음이나 충돌없이 자연스럽게 파고 들었다. 명동에 중국어 소리가 높아 가면 갈 수록 자연히 내국인들의 발길은 뜸해지고 중국(=중국어)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니 실제로 점점 하나의 권력이 되어가버린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을 얻지 않았나? 라고 반문 할 지 모르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루이스는 모든 결말을 알지만 미래를 바꾸지 못했다. (그게 아이에 대한 사랑이든 어쨋든) 그리고 모든 사람이 언어를 배워서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물리 법칙처럼 모든 미래는 정해진 것 아닐까?

 (언어학자인 루이스는 이것을 받아들였던 것이고 이론 물리학자인(양자역학의 개념에서) 이안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이혼을 했던 것은 아닐까?)

 

 헵타포드들은 총 한발 쏘지 않은 이제까지 지구 정복을 시도했던 외계인 중 가장 우아한 정복자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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