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요 근래에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하나 말해보라고 하면 나는 이 책을 뽑을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시점에 가장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기는 하다.) 책이 재미있거나 수 많은 정보를 담고있는 그런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 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은 노화와 죽음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라는 '웰다잉'을 다루고 있기 보다는 죽음에 이르기 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웰리빙'을 담고 있는 책인 것 같다.
사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노화와 죽음이라는 것을 일상 생활에서 마주 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그런 것과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병원이나 요양원 등 사회와 '격리' 된 공간에 존재하여 분명 존재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지란 쉽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30대 초반이라는 나이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조부모님과 함께 살지도 않았고 다들 굉장히 어린시절 돌아가신 터라 두 가지를 가까이서 대 해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또한 말 그대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만 가득한 덕분에 늙어감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생각해 볼 여유도 없고 피하고 싶기도 한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충격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늙어 가고 있다. 비록 갑작스럽게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내일도 오늘처럼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이고 나 혼자 씻을 수도 옷을 입을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늙는다. 그리고 언제 죽을 것이다. 이건 모두가 알지만 피하고 싶은 진실 일 것이다.
책은 먼저 나이 듦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노화에 따른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읽는 동안 굉장히 끔찍하고 괴로운 일었다. 내가 저 상황이 된다면? 개인이 가지고 있던 세계가 부서지고 더 이상 내가 살아가던 생활 방식으로 살 수 없게 된다면? 그저 내가 짐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면 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2. 나이 듦에 대해
할머니는 서서히 병약해져 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아 왔던 대로 계속 살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가 원하는 대로 '진정으로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얘기다.
우리에게 나이가 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나이가 꽤 들어도 건강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해서 허약해 질 것이고 질병에도 더 자주 걸릴 것이다. 그리고 관절염 따위가 찾아와서 더 이상 혼자서 걸을 수도 없을 지도 모르고 이렇게 컴퓨터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 될 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럭저럭 혼자서 혹은 배우자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맙소사 어느날 치매까지 와 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나도 모르게 쓰러져서는 다리 뼈마저 부서졌다!
이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 스스로 혹은 자녀들의 권유로 나와 같은 노인들이 가득한 요양원으로 가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정말 최선의 선택일까?
사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인들이란 환영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닐 것이다. 예전에는 노인들은 그야 말로 살아 있는 정보의 보고였다. 그들이 살면서 축적해온 경험과 지혜 등은 그 아들 대에도 유효한 것이다. 과거에는 모내기를 하는 시기나 방법을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물어 보고 마을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고장에서 오래 살아 강력한 커뮤니티 파워를 가진 이들을 찾아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노인의 지혜를 찾기 보다는 구글을, 페이스북을 트위터를 찾는 것이 훨씬 빠르고 신뢰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 할 것이다. 이로인해 현대 사회의 노인은 그야 말로 생산성은 떨어고 건강 유지나 치료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비 효율적인 존재로 취급되기 쉽상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런 이들을 요양원이란 이름의 수용소로 그들을 격리 시켜 버린 것은 아닐까?
요 근래 우리나라에도 많은 요양원들이 생겨났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한다. 물론 나는 그 곳에 단 한번도 방문해 본적이 없어 그것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해보자면 일반적인 요양원은 노인들을 고장이나 폐기직전의 고철기계 취급을 하는 것이다. 당장 부서뜨리거나 버릴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나사를 조이고 기름칠을 해서 유지만 하려는 듯 보인다. 그들은 인격체가 아니라 그저 관리를 해야할 대상으로 대한 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당연히 사람들이(노인이 아니다!) 만족 할 리가 없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던 사람의 일상생활을 획일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디니 말도 안되는 일이다.(회사도 아니고 그리고 회사는 퇴근이라도 하지.) 이로인한 반발과 대안으로 미국에는 다양한 대안 단체나 기구 등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3. 죽음에 대해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대신 오늘을 최선의 상태로 살기로 한 결정의 열매를 눈으로 확인했다.
어느 날, 회사에서 2년마다 제공하는 종합검진을 받고 왔다. 나는 의례적으로 하는 검진을 아무런 생각 없이 넘기고 있었다. 나는 매우 건강했고 술은 적당히 담배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규칙적이고 균형잡힌 식사와 더불어 운동도 꾸준히 했기 때문에 건강에 대해서 매우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터라 그런 곳에는 신경 쓸 여유가 더더욱 없었다! 이번 일만 잘되면 초고속 승진은 문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 며칠 밤을 새고 무리한 덕분인지 계속 미열과 더불어 기침을 계속했다. 나는 감기 몸살인가 싶어 한여름임에도 긴팔을 입고 있었다. 부장님은 나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격려를 하며 쉬라고 권했지만 나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 일을 했고, 집으로 검사 결과표가 도착했다. 그러나 회식으로 피곤했던 나는 대충 뜯어보곤 책상위에 던져 둔 채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회사에서 일하는 나에게 전화가 왔다. 담당 간호사는 심각한 목소리로 나에게 폐 검사에서 이상한게 발견 되었으니 재검을 받으러 오라고 했다. 그리곤 단순한 착오 일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말라고 했다. 걱정이 된나는 최대한 재검일정을 빨리 잡고는 병원으로 향했고 의사는 재검 결과 폐암 말기로 진단을 내렸다.
의사는 내게 최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말하는 것 같았다. 수술은 불가했다. 그들은 나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온갖 약물들을 주입하고 치료 방법들을 사용했다. 날 이 갈수록 정신은 몽롱해져가고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은 점점 길어져만 간다. 그런데 병은 계속해서 악화만 되어간다. 그렇지만 담당 의사는 계속 헛된 희망을 나에게 주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아예 정신을 잃었다. 일어나 보니 나는 중환자실에 있었고 그들은 나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쟁했다고 했다. 그리고 몸에는 또 못보던 관이 연결되어 있었다.
위에 글은 그냥 책을 읽었던 기억으로 그냥 내가 지어낸 이야기이다. 물론 의료적으로 틀린 것도 굉장히 많을 테지만 그냥 하나의 예일 뿐이니 넘어가자.
요즘은 정말 환자들이 죽고 싶어도 죽기가 쉽지 않은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모 회장은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도 여러해 동안 살아계시니 말이다. 사실 정말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행해지는 이런저런 치료들이 필요한 일 일까? 물론 환자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충분히 필요 한 일이다. 그러나 결과를 바꿀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까운 그저 조금의 시간을 벌기 위해 행해지는 치료들로 인해 환자가 오히려 피폐해져 소중한 남은 시간마저 잘 활용 할 수 없게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런 것들을 하기전에 어느 순간부터는 환자의 의사는 대부분 물어보지 않는다. 아니 금기시 되어 환자와 미리 그런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환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의료진도 환자의 보호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니 그거 죄책감 혹은 의무감 등으로 오히려 환자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고통 속에 빠트리고 있지는 않을까?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인체 숨을 거두고 싶은 환자를 억지로 중환자실에 밀어 넣은체 차가운 병동에서 홀로 죽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단편적으로 정리 해놓은 것들을 보면 저자가 '존엄사'를 찬성하는 것 처럼 보일이 것이다. 그런데 사실 책에서 저자는 존엄사를 비판하는 입장이다. 어떻게 죽을 지만 고민하고 죽기까지 어떻게 사는 지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 호스피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4.마무리
서두에도 썻다시피 굉장히 좋은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난 이후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미뤄두고 싶었던 고민을 해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곤 나 개인의 노화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호스피스나 어시스턴트 리빙 등의 대안들이 굉장히 마음에 끌리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들 인 것 같다.
시간을 고민해 보았지만 아직 아무런 그럴 듯한 결론도 내지 못했다.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우선인지는 그때 가봐야지만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또 누구나 미리 고민을 해보아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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