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주, 아니 거의 대부분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날 확률을 과소 평가하고 행운이 찾아 올 확률을 과대 평가하고는 한다.
그래서 벼락 맞을 확률보다 당첨 확률이 낮다는 로또는 매주 사면서 그것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사고가 날 수 있는 자동차는 거의 매일 타고 다닌다. (내 이야기다.)
물론 이런 걸 일일이 따지고 살면 거의 편집증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발생 확률이 0이 아니라는 것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은 확률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소설 책을 읽는 재미는 발생 확률이 0%가 아닌 일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현실은 소설 보다 더 하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들어가며
이 책은 자본과 인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근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민간에 전해지는 오래 된 설화 속 저주 같은 RB 바이러스, 인간과 흡사한 로봇, AI 선생님, 인체에 내장하는 ESC, 홀로그램북, 화성 관광 등을 통해 사실감을 부여하고 독자의 상상력을 고취시킨다.
의문이 가득한 소년의 이야기가 한 꺼풀 한꺼풀 벗겨지고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가 끝에 다다랐을 때, 작가가 독자한테 원하는 감정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슬픔? 분노? 두려움? 그것도 아니라면 희망이었을까?
줄거리 요약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온몸이 새하얀 백색증을 앓고 있는 소년 마오가 다른 이들과 차단된 채 외딴 숲 속 집에 살고 있다.
마오는 RB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태어났고 바이러스를 치료하고 살아남기 위해, 타인과 다른 자신의 삶을 수긍한다.
치료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진솔이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다른 소년 하라를 집으로 데려온다.
책의 줄거리
시대는 근 미래, 마치 인간처럼 행동하는 안드로이드가 흔하고 인간은 달에 호텔을 짓고 화성에 정착할 첫 이주민을 뽑으려 하고 있다.
고층 빌딩 숲이 평범한 시기에 울창한 나무로 둘러 쌓인 깊은 숲 속, 최첨단 설비를 갖춘 집에 온몸이 새하얀 소년이 자신의 메이드 로봇과 함께 단 둘이 살고 있다.
백색증을 앓고 있는 소년의 이름은 마오.
이제 16살이 된 이 알비노 소년은 달에 호텔 셀레나를 건설하고 운영에 성공한 거대한 그룹 회장의 유일한 손자이다.
마오는 연약하다. 햇볕을 받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강하게 일어나고 먼지와 스트레스, 각종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년을 이렇게 연약하게 만든 근원은 소년의 부모가 사업을 위해 멸종상태에서 부활시킨 ‘레인보우 버드’가 가지고 있던 희귀한 바이러스, RB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서다.
그 바이러스로 인해 소년의 부모 역시 모두 사망하지만 태아 상태에서 감염된 마오는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소년의 할아버지 회장은 온갖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치료하고 소년을 살리기 위해, 소년을 깊은 숲 속의 집에서 외부와 차단 한 채 살아가게 한다.
그리고 치료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마오는 자신과 같이 RB바이러스에 감염되었지만 생존한 자신보다 2살 많은 하라를 만나게 된다.
평생 사람이라고는 자신을 어렸을 때부터 돌봐 준 진솔을 제외하고 처음 다른 인간을 만나는 마오는 자기 삶에 대한 진실과 마주한다.
마치며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우리는 현재 우리의 대표자 혹은 우리의 의견을 대신할 사람을 투표를 통해 뽑고 있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 체계는 분명 민주주의지만 우리의 실 생활에서 지배하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돈, 그러니까 물질적 자본이 가지는 힘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히 돈이 많은 것으로는 남들에게 존경을 받거나 유명해지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을 졸부라고 부르며 비꼬기도 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좀 많이 달라졌다.
돈이 많다면, 그 돈을 쓰는 것을 온갖 SNS 등에 올리며 자랑하는 행위가 유명세를 사고 그 유명세가 명성 또는 영향력을 가지는 시대다.
이렇게 돈으로 해결 가능한 것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적절한 보상이 따른다면 감옥에 가는 것도, 그러니까 자유가 부당하게 억압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문조사에 응답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도덕관념은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왔다.
인류 최고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예제도에 찬성했고, 여성 참정권을 부정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중 하나라는 세종대왕은 어머니가 노비이면 그 자식도 노비가 되는 노비종모법을 시행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사람들은 그런 시대에 영향을 받아 자라고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먼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까.
돈은 이미 많은 것을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소설 속에서 인간이 멸종시킨 다시 부활시키는 것을 정당화한 것은 사업(=돈)을 위해서였다. 화성 첫 이주자 그룹에게는 그 이면에 무슨 저의가 숨겨져 알려주지 않고 살 곳과 지원금을 준다.
막대한 기부금으로 사 온 아이의 인생 전부를 저당 잡고, 삶을 이어준다는 명목과 교묘한 속임수로 자신에게 일어난 부당한 일을 스스로 정당화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강압적으로 실험체로 사용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이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에는 나치, 일본에는 731부대가 있었고, 미국에서는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터스키기 실험이 있었다.
아마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이 일을 말도 안 되는 잔혹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일이 피해자에게 평생을 써도 다 못 쓸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벌인 일이라면?
솔직히 말해서 내게 책과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상상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아니라 내 후대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실제로 한 부자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어마어마 한 돈을 소비한다.
그 방법으로 젊은 자기 아들의 피를 수혈하는 처방도 받았다고 한다. 과연 이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굳이 자기 자식뿐만 아니라 자기 몸에 맞기만 하다면 사람을 사서 하지 않을 건 또 뭐란 말인가?
이렇게 한 단계씩 그 수위를 올려 나간다면 개인을 위한 인간 모르모트를 상상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과연 우리는 아니 세상은 그것을 멈출 수 있을까?
- 저자
- 이희영
- 출판
- 허블
- 출판일
-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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