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제 영화로 넘어가보자. 스포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어린왕자 책 이후의 이야기이다. 보아뱀 그림이 페이퍼아트 형식으로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영상은 페이퍼 아트로 어린왕자 책의 내용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물론 굉장히 축약 되어 있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아주 숨막히게 생긴 도시가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차로에 커브가 없다! 매우 반듯 반듯하게 구획이 정리된 도시에 집 모양 마져 전부 비슷하다!
주인공 소녀가 학교에서 입학 면접을 보는데 학교 이름이 'WERTH ACADEMIE' 다. 왠지 이름이 익숙한거 같아 찾아보다니 보니 영문판 책을 보면 서문에 "TO LEON WERTH" 라고 시작한다. 어 음.. 뭐랄까.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녀는 입학 면접을 망치고 그녀의 엄마는 딸의 입학을 위해 이사를 결행!
그리고 그곳에서 소녀는 이제는 노인이 된 조종사와 강렬한 첫 만남을 가진다.
바르셀로나의 크랙은 메시지만
이 동네의 크랙은 이 조종사 할아버지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타이커 맘인 소녀의 엄마와 시골집 친할아버지 같은 조종사 사이에서 소녀가 방황을 하다. 어린왕자를 만나러 가는게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저연령층과 가족관계를 겨냥해서인지 책보다 훨씬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내용도 직설적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좀 더 단순하다.
영화는 가끔씩 도시 전체의 전경과 라디오를 들려주는데 모든 것이 자로 잰 듯 딱딱 맞춰서 움직이고 물가가 몇 프로 오르고 실업율이 몇 퍼센트니 하는 메세지를 반복적으로 내보낸다. 소녀의 집에는 도시와 잡동사니가 없다. 그리고 무엇이든 계획 된 시간에 맞춰 착착 움직인다. 그와 반대로 조종사의 집에는 잡동사니가 가득하고 즉흥적으로 움직인다.
산업이 발전 할 수록 특히나 요즘은 더욱더 빨리 변해서인지 효율과 효용이 사회 전반적으로 강조 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될 수록 여러가지 문제들로 인해 여유가 없다. 사회와 우리 스스로가 효율을 강조하다 보니 점점 더 여유를 잃어 가고 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어두컴컴한 하늘에 별이 떠오르고 고개를 숙이거나 앞만 보며 걷고 있던 이들이 모두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보며 감탄한다.
쓸모 없다고 생각되는 것(영화에서는 별)도 어느 위치에서는 사람들을 잠시나마 멈춰 세우고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오로지 효율과 수치적 증빙을 따지는 직장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보기에는 좋은 영화 였던거 같다.
(다만 예전에 뉴스에서 봤던 사도를 본 부모님과 같이 이 영화에 나오는 엄마를 보며 감탄하는 분은 없었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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