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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다.’

 

 선자의 모친 양진이 때때로 하는 말처럼 선자의 인생은 고생길로 가득하다.

 

 그러나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로 시작하는 소설의 첫문장처럼 고생길을 묵묵히 해쳐나가는 선자와 그녀의 가족들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한국의 근현대사 그 중에서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소설책은 많다. 우리나라에서 공교육을 마쳤다면 국어나 문학 시간에 이 시대를 소설의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분은 대부분 읽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직접 읽었던 소설이나 교과서에서 봤던 소설 중에서 재일교포를 지칭하는 ‘자이니치’를 주인공으로 삼았던 소설을 본 기억은 없었던 것 같아 색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선자는 여자이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아버지를 일찍 잃어버린 한부모 가정의 딸이자. 한창 아름답고 꿈꾸기 좋은 나이에는 미혼모가 될 처지였고, 이삭과 결혼하여 일본으로 간 뒤로는 빈민가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며, 배척받는 기독교도였다.

 

 이삭과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조금 안정 된 생활을 꾸리나 했더니 이삭은 감옥에서 모진 고문 끝에 죽으며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고 늙어서는 부모로서 가장 슬픈 일이라는 자식을 먼저 보내는 고통까지 겪게 된다.

 

 이렇듯 선자의 인생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고통스러워 보인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을 2차 세계대전 시기, 어머니와 재회하고 농장에서 일하는 시기가 그녀의 일생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했을지도 모를 시기 같아 보인다.

물론 그 평범해보이는 시기마저 그녀의 아들인 노아의 일생을 비틀어버리는 시발점 같은 시기가 되어버리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고통길 속에서도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아직 유교적 문화가 많은 남은 시기에 태어나고 자란 여성이었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되는 상황에 적응하며 시련에 이겨 내려한다.

 

 때로는 스스로, 때로는 타인의 선의에 기대서 인생의 고생길에서 벗어나거나 이겨내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후손에게도 이어지며 그녀가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선자 뿐만 아니라 소설속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자신만의 고생길을 걷고 있다. 선자의 두 아들과 그녀의 손자는 일본인의 이름을 가지고 그들의 사회에 속해 꽤나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결코 일본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받는 삶을 살아간다.

 

 성별이 어떻든, 시대가 어떤든,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는 개인적인 고생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글쎄… 책이 정확히 주고 싶었던 메세지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고통속에서도 어떻게든 인생은 이어진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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