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나온지가 10년도 넘어 김영하 작가의 좀 더 젊은 시절 사진을 표지에서 감상 할 수 있었던 소설책이다. 마치 미드 '24시' 처럼 그 어떤 날과도 달랐던 기영의 가족의 하루를 그려놓은 책이다.
책의 표지는 실제로 동명의 그림인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 사용되었다. 무척이나 평온해 보이는, 밝은 푸른하늘과 그 아래에 가로등 등불을 밝힌 어두컴컴한 집과의 대비와 빛과 어둠의 동시성은 무척이나 인상 깊다.
2. 줄거리
기영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년가장이다. 아내와의 관계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럭저럭이고 중학생인 딸과의 관계는 그것보다는 좀더 좋아 보인다. 하고 있는 일은 영화 수입상, 상업성이 좋은 영화를 수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도 그럭저럭이다. 차는 소나타다. 영화 수입상이라는 직업이 특이하긴 하지만 그 외에는 무척이나 평범한 아파트 한동에서 하나 둘 정도는 발견 할 수 있을 법한 중년의 남성이다.
그런 그에게 평소에는 겪어 본 적이 없는 두통이 찾아오고 북에서는 실제 신분이 간첩이 었던 그에게 '귀환' 명령이 마치 갑자기 찾아온 두통처럼 찾아온다.
3. 마무리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은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였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인 줄 알았던 기영은 평양이 고향인 간첩이었다. 그의 아내 마리는 평범한 영업사원이지만 젊고 똑똑한 대학생 남자친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엘리트 계층에 속할 법한 이 대학생과 그의 친구 역시 쉽게 드러내놓고 밝힐 수는 없는 범상치 않은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가장 순수할 법한 기영과 마리의 딸 현미 역시 비밀을 가지고 있다. 마리를 쫓던 국정원 요원도, 현미의 국어 선생님이자 기영의 친구였던 소지 선생님 역시 남들에게 말하기 쉽지 않은 비밀을 하나씩 다 품고 있다.
위성곤이 기영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연기를 안 한 거죠. 지금 보시는 게 바로 연기입니다. 회사에선 평소 집에서 하던 대로 했을 뿐입니다. 포르노를 보고 코를 후비고 졸고 그러는거죠. 대학 다닐 때 연극반에 잠깐 있었는데요, 그때 그런 얘길 들었어요. 연기라는 게 없는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자기 안에 있는 또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조명탄이 꺼지면 바다 속 잠수정은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너무 강한 조명아래에서 얼굴의 음영이 지워져서 마치 유령처럼 보인다. 그래서 인간이란 모름직이 밝은 곳에서 쓸 가면이 하나씩 필요한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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