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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

 

 파친코를 읽을 때도 느낀거지만 참 첫문장으로 책 전체를 잘 녹여내는 작가인 것 같다.

 아메리카 드림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까? 신분과 인종, 종교 같은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가진바 능력에 따라서 성공 할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를 떠올리지 않는가?

 

 책은 한국계 미국인들을 주요 인물로 삼고 그들의 사회를 주 배경으로 묘사한다.

 케이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녀 역시 이민자 2세대이다. 그녀는 프린스턴대에 들어 갈 정도로 똑똑하고 능력있으며 대책이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 하지만 자신의 이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과감하게 쫓을 줄도 아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에게 왜 능력은 저주가 되었을까?

 그녀는 분명 주류 사회에 편입이 될 준비가 된 사람처럼 보인다.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보기엔 터무니 없어보이는 자신감 때문에 졸업 후 비록 취업에는 실패하지만 로스쿨에도 진학 준비 중이었다. 인간 관계도 좋은 편이다.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제이도 있고 부모님이 아니지만 그녀라는 존재를 지지하는 사빈 같은 사람도 있다.

 

 비록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사빈의 백화점에서 종업원 일을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는 인정 받지 못하지만 케이시의 동생은 그녀에게 깊은 애정과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케이시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버지와의 다툼 끝에 집에서 쫓겨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이후의 생활은 그야 말로 우당탕탕 좌충우돌이다.

 동거하던 남자친구에게 갔더니 바람을 피는 장면을 목격을 하고, 제대로 된 수입원은 없지만 신용카드로 빚을 진다.

 금방이라도 나가 떨어질 것처럼 비틀비틀거리며 삶을 살아간다.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낸다. 그러나 결국 스스로의 길을 결정하는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가난한 이민자의 딸.

 

 가난하다는 것, 이민자라는 것, 딸이라는 것.

 이것들은 케이스의 뛰어난 능력을 저주로 만든다. 이것들은 여러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케이시에게 번듯한 삶과 성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실패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만약 그녀가 그녀의 친구처럼 프린스턴을 졸업 후 부모의 도움을 받아 이탈리아로 대학원을 갈 정도로 집안이 여유로웠다면?

 테드나 제이처럼 남자이거나 이민자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삶이 케이시의 것만큼 힘들지 않았다고 단정 할 수는 없지만 저런 조건들이 있었다면 그녀의 방황이 조금은 덜 힘들지는 않았을까?

 물론 그녀의 삶을 가장 힘들게 만든건 어쩌면 그녀 자신이었을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것이다.

 번듯하고 성공한 삶을 살아야한다는 강박관념과 그런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은 남들이 보기에 편하고 안정적인 길을 놔두고 몇번이나 긴 방황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 였으니 말이다.

 사실 읽고 있는 동안 나도 몇번이고 그녀의 선택에 의문을 가졌다. 조건없이 학비 등을 대주겠다는 사빈의 도움을 거절하고 버는 돈 보다 많은 돈을 소비하고는 등의 행동을 말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그녀의 의지와 그녀의 꿈에 대한 소망이 소비로 나타난다는 것을 이해한 뒤로는 나의 기준으로 간단하게 그녀의 선택을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책은 케이시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하지 않는다.

 그녀 외에도 그녀의 어머니 등 많은 이민자들의 삶을 조명한다. 각자 비슷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었기에 듣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다.

 같은 문화권에서 태어나 유사한 사회공동체에서 삶을 살아왔음으로, 외부에서는 편의상 '한국계 미국인' 같은 특정한 틀로 묶어 특징 같은 것을 부여하지만, 그건 지극히 편의주의적인 사고 방식일지 모른다. 사람은 백인백색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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