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헥소 고지'는 실제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 오키나와 헥소 고지에서 있었던 실화를 영화한 것이다. 영화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과연 총알과 포탄이 난무하는 전장속에서 어떻게 75명이나 구했을까 의문을 가졌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전 분대원이 라이언 단 한명을 구하기 위해서 했던 노력을 그린 영화 였지만 이 영화는 단 한명의 위생병 도스가 75명의 부상병을 구하는 영화이다. 정말 실화가 같지 않은 실화를 다룬 영화이자 어떻게 보면 참 미국스러운 상업 전쟁영화였던 것 같다.
2. 개인의 신념 VS 집단의 신념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사실 엔드류 가필드를 이런 전쟁영화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약간 모자란듯 하면서도 늘 몽상에 빠져있지만 긍정적인 데스몬드 도스 역활을 훌륭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
데스몬드 도스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이다. 그는 종교적 이유를 포함한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대한민국이었다면 21세기에도 당연히 바로 철창행 이었지만 미국은 본토를 침공당한 2차 대전 당시에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병역을 거부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자진 입대를 한다. 그의 목표는 의무병으로써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는 것이었는데. 당연히 이런게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군대라는 집단에서 통할리가 없었었다.
데스몬드 도스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라는 것이 밝혀지자 글로버 대위를 비롯하여 같은 동료들 마저 데스몬드 도스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면서 그를 쫓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지만 도스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병영에 머무르는데. 결국은 군사법정까지 끌려가게 되지만 결국은 아버지의 도움으로 결국 자신을 지킬 총 한자루 없이 헥소 고지로 투입되게 된다.
군대란 정상적인 사회로 보았을 때, 어찌보면 집단적 정신착란에 빠진 집단이다. 글로버 대위가 도스와 처음 상담을 할 때 도스가 모병관을 통해 들었던 내용이 다르다. 무언가 행정적으로 잘 못처리가 된 것 같다고 말을하자 글로버 대위는 이렇게 일갈한다.
미국 육군이 잘 못 했을 리가 없다! 여기서 무언가 잘 못 되었다면 그건 바로 너야!
흔히 우리의 인상속에 광기에 휩쌓인 군대라고 하면 스탈린그라드에서의 러시아 붉은 군대나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전차를 일본도로 내리치던 일본 육군을 떠올릴 지도 모르지만 결국 볼프 슈나이더의 책 '군인' 에서 나오는 것 처럼 모든 군대라는 집단은 어떠한 광기에 휩쌓여 있을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도덕적으로 최우선을 금지하는 살인을 정당화하고 훈련하는 그리고 자유와 정의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그 구성원에게는 폭력과 구속을 행하는 집단에서 그들을 계속해서 묶어주는 어떠한 구호나 신념이 없다면 그 집단이 유지 될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총은 중요한 역활을 한다. 병사 개인을 지켜주는 무기이자 옆의 동료를 지켜주는 나아가서는 집단을 지키고 승리를 가지고 올 수있는 집단이 공유하는 상징 혹은 신념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너희의 연인이자, 애인, 첩이 될 것이다!
- 소총을 배분하며 -
여기서 도스는 일종의 미운 오리새끼가 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집단의 기본적인 신념을 거부한 존재가 된다. 도스는 자신을 '양심적 협력자' 라고 표현하지만 이미 집단의 광기에 휩쌓인 타인들에게 그런 말이 통할리가 없다. 오히려 그들에게 도스는 미운 오리새끼이자 자신들의 양심을 콕콕 찌르는 작은 못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덕분에 같이 지내는 동료는 너의 도덕성이 우리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냐고 소리치며 집단에서 배척하기 위해 혹은 집단의 신념을 받아 들이라고 강요한다. 외부의 적에 대항하여 조국의 소중한 것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구성된 집단이 내부의 구성원의 소중한 것을 지켜주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일어난다.
하지만 도스는 개인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자신이 목적한 바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군사법정에서 플리바겐(사전에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형을 경감받는 행위)을 통해 집으로 무사히 귀환 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말한다.
전 위생병으로써 소임을 다하며 전우들과 생사를 넘나들며 생명을 구할준비가 되었습니다. 세계가 분열되는 와중에 전 그저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평화롭게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군사법정의 장면이 도스의 정의감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는 했지만 내 눈에는 굉장히 아이러니 했는데. 결국 영창으로 갈 도스를 구한 것은 어찌보면 그를 내쳤던 군대라는 집단의 신념이었기 때문이었다. 도스의 아버지가 옛 상관을 찾아가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가져온 편지를 건낼 수 있었던 것도 그것이 효과를 발휘 할 수 있었던 것도 전우애, 상명하복 등의 집단의 신념 아닌가?
3. 포화 속으로
결국 총 한자루 없이 오키나와 헥소 고지에 투입된 도스는 최선을 다한다. 의무병을 외치는 동료들에게 달려가서 지혈을 하고 모르핀을 투약하고 후방으로 이동 시킨다.
첫 전투가 있은 후 다음날 아침 몰려오는 적군에 의해 퇴각하는 과정에서도 부상병들을 챙기기 위해 여념이 없다가 결국 모든 병사들이 헥소 고지를 내려간 와중 검은 포연 속에서 의무병을 외치며 도움을 구하는 부상병들을 구하기 위해 데스몬드 도스는 다시 전장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것이 도스가 지키려고 했던 신념이었다. 전우애를 외치던 집단이 신념을 내려놓고 고지를 버리고 도망치는 와중에도 도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포화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하지만 내 신념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그런 내 자신과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죠?
도스는 밤새도록 부상병들을 찾아내어 고지에서 내려보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훈련소에서 엉뚱하게 매듭지어 졌다며 구박 받던 매듭을 사용던 것이 인상에 남는다.
주님 부디 제가 한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 한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
'한명이라도 더' 라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피로에 비척거리는 몸을 이끌며 부상병들을 구하는 도스의 모습은 그야 말로 감동이였다. 결국 자신을 구박하던 하사마저 구한 도스는 헥소 고지에서 내려온다.
4. 그렇지만...
헥소 고지에서 내려온 도스는 자신의 몸에 물을 부으며 자신의 것인지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를 씻어 낸다. 그리고 성경을 읽고 있는 도스에게 글로버 대위가 다가와 다시 헥소 고지에 오르자고 말한다. 동료들을 위해 전투의 승리를 위해 '너'라는 상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날은 도스의 안식일이다. 종교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쉬어야 하는 날이다. 그렇지만 도스는 동료들을 위해 헥소 고지를 오르고 그곳에서 동료들을 지키려고 하다 부상을 당해 다시 헥소고지에서 내려온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일본군과 미군을 가리지 않고 생명을 구했던 도스는 결국 다시 무정한 전쟁속에서 승리라는 이름 때문에 적군을 죽이기 위해 아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투입되는 모습이 또다른 아이러니 라면 아이러일 것 같다.
5. 멜 깁슨의 영화
역시 멜 깁슨의 영화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리티가 잘 살아이 있는 영화였다. 특히 영화 도입부의 장면은 마치 라이언 일병과 같은 현장감을 주면서 전쟁의 참혹함이 잘 들어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엔딩 부분의 병사들이 흙 구덩이 속에서 하나 둘씩 사망해가는 장면과 패배를 직감한 일본군의 장군으로 보이는 이들이 마치 장엄한 의식을 치르는 듯 할복 자살을 준비하는 모습을 대비해 보여주면서 전장의 일반 병사들에게는 전쟁과 전쟁터가 지옥과 같은 곳일지 모르지만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게는 일종의 장엄한 의식이나 게임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6. 맺으며
영화의 마지막에 영화의 인물들이 출연하여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개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그리고 그것을 지킴으로써 훈장까지 받았던 데스몬드 도스를 보면서 문득 파수꾼에서 보았던 구절이 떠올랐다.
"진 루이즈, 각자의 섬은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집단의 양심이란 것은 없어
- 핀치 박사 -
결국 영화속에서 최후까지 남아서 자신의 동료를 구한 것은 데스몬드 도스의 개인의 신념이었다. 우리 대부분은 어떤 집단에 속해 있을 것이다. 혹시 집단의 양심 혹은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양심을 배신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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