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취업을 하며 가졌던 생각 중 하나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가 아니라 사서 책장 가득 꼽아 놓는 것이 목표였던 적이 있는데. 지금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간 장편소설은 구매를 하지만 이미 읽었던 예전 소설들은 또 읽고 싶긴하지만 애초의 생각과 달리 돈을 들여서 사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태엽감는 새' 합본판은 '비실용성'과 '소장성 또는 있어보임(?)'을 두루갖춰 나의 욕망에 맞춰 제작된 것 같은 책이었다. 원래 4권으로 된 책을 한권으로 만들어놔서 책이 1,000페이지가 넘고 무겁기도 무거워 손에 들고 읽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책이다.
그래도 작년 한해를 보내며 또 올해를 맞이하며 내 신변에 꽤나 큰 변화가 있어 생각도 정리할 겸 예구 후 비닐조차 뜯지 않았던 책을 뜯어 읽어 보았다. 맨날 회사 가기 싫다고 노래는 부르는 현실속 30대가 진짜 회사를 때려친 소설 속 30대를 부러워하며 책에 빠져 들어서 읽었다.
현실과 비현실, 현실과 꿈, 일본과 만주, 과거와 현재까지 시공간을 소설의 내용을 가끔씩 따라가기 버거울 때가 있다. 거기다 온갖 상징과 메타포로 점철된 소설은 모든 인물이 개별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한 모든 인물이 동일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한 때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던 30세 주인공은 다니던 변호사 사무실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려고 한다. 그러나 부인도 반응도 그렇고 자기 자신 역시 딱히 하고싶은 일이 떠오르지 않아 새로운 일자를 찾는 일에 진전이 없다.
주인공은 사회와 점점 멀어져간다. 그리고 현재 사회와 가장 정상적인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인마저 이별을 선언하고 집을 나가버린다. 그런데 어째 사회에서 점점 멀어질 수록 그와 관계된 사람의 숫자가 늘어가고 그 속에서 타인을 치유하며 큰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에게 강한 적개심을 들게하는 부인의 오빠인 와타야 노보루는 주인공과 반대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현실 세계에서 영향력을 차츰 넓혀간다.
확실히 몇번을 읽어도 매번 다른느 낌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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