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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왠지 익숙한 이야기

 

  이 영화는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 내내 너른 평야는 보이지 않고 척박해보이지만 아름다운 시골느낌이 나는 곳이 내내 배경으로 나온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 옆에 있는 섬나라 아일랜드의 이이갸기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영국의 억압 속에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말이다. 같은 민족임에도 영국의 편에 서서 밀고하는 자들, 그에 맞서는 이들, 그리고 맞서는 이들 사이에서 생각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대립, 그리고 결국 같이 투쟁하던 이들에게 겨누어지는 총까지. 마치 일제강점기 이후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하는 영화였다.

 

 특이한 점은 이 영화의 감독인 '켄 로치'가 영국인이라는 점이다. 우리로 치자면 일본인 감독이 우리나라의 독립투쟁을 영화한 모습이랄까? 아무튼 이래저래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2. 무엇이 형제에게 총을 들게 했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형 '테디'와 동생 '데미언' 두 형제이다. 두 형제는 꽤나 상반된 인상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만큼이나 가치관도 성격도 다르다. 데미언은 자신을 겁쟁이라고 하지만 형은 행동하는 사람이고 말하며 형에대한 존경을 드러낸다.

 

 형 테디는 IRA(Irish Republican Army 아일랜드공화군) 소속의 한 지역구 지휘자를 맡고 있고 데미언은 의사가 되어 영국 런던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데미언은 고향을 떠나기전 마을 사람들과 아일랜드의 전통 경기인 헐링을 즐기는데. 마을에 진주하고 있던 영국군은 공중 집회를 금한다는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남자들을 겁박하고 이 과정에서 미하일이 사망하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해 두 형제는 극도로 반대되는 의견을 드러낸다. 그리고 형 테디는 데미언에게 런던으로 떠나지 말고 IRA에 가입하고 이곳에 남아 활동할 것을 권유하지만 데미언은 현실적으로 소용없는 짓이라며 거절을 하고 런던으로 떠나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지만 영국군의 무임승차를 거부하는 댄을 만난 이후 마음을 바꾸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3. 무엇을 위해 총을 쏘았나.

 

 이후 IRA는 주둔중인 영국군을 기습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무기를 확보하고 영국군을 사살한다. 이 과정에서 한 밀고자에의해 대원 전원이 잡히게 되는데. 데미언은 형을 대신해 고문을 받을 위험을 자처하기도 한다. 테디는 가혹한 고문속에서도 끝내 기밀을 누설하지 않고, 영국군에 복무중이던 한 아일랜드계 병사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감옥을 탈출한 이들은 밀고자 해밀턴 경을 찾아내어 아직도 감옥에 남아 있는 동료들과 교환을 하려하지만 남은 동료들은 모두 처형당하고 데미언은 상부의 명령으로 인해 비록 밀고자이긴 하지만 비무장인 민간인을 사살하고 또한 동료들의 위치를 누설한 어린시절부터 그를 따르던 크리스의 심장을 쏘게 된다. 그리고 데미언은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는데.

 

I hope this Ireland we're fighting for is worth it.

 

 데미언은 먼저 해밀턴 경을 쏘기전 읇조리 듯이 말한다. 자신은 5년동안 해부학을 공부했는데 사람 머리를 쏘게 되었다고 말이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의학을 공부했던 손으로 물론 타당한 이유야 있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인간으로써 저지를 수 있는 도덕적으로 최악의 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일 것이다. 

 

 데미언과 마찬가지로 운명에 떠밀렸던 혹은 자신의 사상을 지키기 위했던 민간인을 죽이고 자신을 따르던 어린 소년을 죽인 데미언에게 어쩌면 이미 조국의 의미와 결말은 정해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4. 무엇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했나.

 

 IRA가 영국군을 공격하고 살해한다. 이에 분노한 영국군들은 IRA에게는 적이지만 그들에게는 같이 1차대전을 겪은 동료였던 이들의 복수를 위해 IRA를 숨겨주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복수는 복수를 낳으며 많은 이들을 바람속으로 끌어들여 흔들어댄다.

 

 불타는 집과 영국군에 의해 머리가 밀린 시니드는 절규하며 소리친다.

 

나도 내 삶을 살아보고 싶어

 

안타깝게도 나라를 빼앗긴 이들에게는 자신의 삶이 허락되지 않았다. 자의에 의해서는 타의에 의해서는 시대와 운명이라는 바람에의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결국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자치정부를 확보한 이들은 조그마한 자유가 허용이 되자 서로 대립하기 시작한다. 고리대금 업자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돌려주라는 법원의 판결을 테디는 그들의 협조를 받아 무기를 사야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판결을 무시하려고하고 이에 데미언은 그렇다면 영국군과 다를게 뭐냐라고 소리치며 대립하기 시작한다.

 

 결국 영국과 아일랜드는 정전협정을 맺는다. 사람들은 독립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하고 기뻐하지만 곧 들려오는 소식에 의해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에 남는 그리고 여전히 영국 여왕에게 충성하는 자치령으로 남는다는 소식이었다. 사람들은 둘로 나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진정한 독립을 위해 일시적으로 거치는 과정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이와 이를 거부하는 이들로 말이다.

 

 형 테디는 찬성을 하고 아일랜드 자유국 정부의 장교가 되고 이에 반대하던 데미언은 조약 반대파 IRA에 남게되는데. 결국은 이 두 조직간의 내전이 시작되게 된다. 영국이라는 공통의 적에게 총을 겨누던 이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된다. 어느 새, 냉철한 현실주의자 였던 동생과 이상주의자였던 형이 서로 바뀌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총을 쏘지만 복면을 해도 서로를 알아볼 정도로 가까운 동지였다. 그리고 자유국 정부의 군대가 마치 영국군들 처럼 수색하는 집의 사람들은 그들이 숨겨주었던 청년들이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목놓아 소리를 친다. 어떻게 같은 동포가 이럴수가 있냐고.

 

 결국 자유국 정부 군대의 무기를 탈취하던 데미언은 붙잡히고 만다. 테디는 데미언을 설득하며 동료의 위치를 말하라고 하지만 데미언은 '내가 크리스 레일리의 심장을 쐈어 나는 동료를 팔아넘기지 않을꺼야' 라고 대답한다. 결국 테디는 동생의 사형을 직접 집행하고 시니드에게 유품을 전달한다.

 

5. 맺으며

 

 테디가 시니드에게 유품을 전달해주자 시니드는 절규한다. 잠시나마 행복했던 그녀의 삶은 다시 운명이라는 파도에 떠밀려간다. 시니드는 테디에게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왠지 데미언이 크리스를 사살하고 크리의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하고 크리스의 무덤으로 바래다 준 후 들은 이야기와 오버랩이 된다.

 

 누구든 원하든 원치 않든 어떤일을 행해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지켜지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

 

네가 싸우는 적이 누군지는 알기 쉽지만, 네가 왜 싸우는지는 알기 어렵다.

 

 결국은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을 하는지 잊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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