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알렉시티미아' 라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소년의 성장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뇌 속의 편도체가 작기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라고한다.
병이 이야기는 제쳐두고 이 소설을 읽다보면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된다. 유치원 시절 나는 누군가가 골목에서 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근처 슈퍼에 들어가 누군가가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슈퍼주인에게 알린다. 그러나 슈퍼주인은 그것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 나는 분명 진실을 말했지만 나의 말에는 어린 아이라면 보였을 법한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 죽은 사람은 슈퍼주인의 아들이었다. 슈퍼주인은 폭행사실을 알린 나에게 오히려 '네가 진지하게 말하지 않았다.' 라고 비난을 한다. 진지하게 말하지 않으면 진실이 거짓이 되는 것일까?
감정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는 공감하고 누군가의 아픔을 깊게 들여다보며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눈을 가리고 진실을 들여다보지 않게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고니라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늘 강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아이를 아무런 편견없이 들여다보는 사람은 '나' 뿐이다.
다른 아이들과 어른들은 자신의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쿡쿡 찔러대는 고니에게 질색하며 그저 나쁘고 폭력적인 아이로만 규정할 뿐 아무도 이 불행한 소년의 진심이나 사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정작 고니의 진심과 사연을 들어준 것은 같이 아파 할 수도, 불행에 공감 할 수 도 없는 나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고니는 꽤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너랑 나도 언젠가는,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 될 수도 있겠지."
"우린 서로를 닮을 수는 없었다. 나는 너무 무뎠고, 곤이는 제가 약한 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센 척만 했다."
그리고 책에는 고니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인 도라가 나온다.
도라는 곤이의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아이였다. 곤이가 고통, 죄책감, 아픔이 뭔지 알려 주려 했다면 도라는 내게 꽃과 향기, 바람과 꿈을 가르쳐 주었다.
감성이 풍부한 고니는 강한척을 하기 위해 그것을 폭력적으로 표현할 뿐이었기에 나에 비해 썩 나을 것도 없었다. 자신을 편견없이 받아주는 나에게 관심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어색할뿐이다. 그리고 고니 역시 주인공인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보다는 다른 이들처럼 나를 바꾸려고 들었다.
그러나 도라는 달랐다. 자신의 꿈을 들어주는 나를 온전히 공감하려 했던 것이 소년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를 통해 나 역시 고니를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 방금 네가 어떤 앤지 조금 이해하게 됐어." - 도라 -
감정이라는 문제는 참어려운 것 같다. 어떤 때는 냉정할 필요가 있지만 어떤 때는 또 열정적이어야 한다고한다. 불행한 이를 보면 나는 그를 보며 불쌍하다고 공감을 해줘야 하는걸까 아니면 냉정한 시선으로 그의 불행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찾아봐줘야 하는걸까?
참 어려운 일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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