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 들어가며

 

 요즘 극장가에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흥행 중이다. 바보라는 별명을 가지고 살았던 한 정치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시작부터 이례적으로 많은 상영관 수를 확보 하고 우리나라 역대 다큐멘터리 영화 중 가장 흥행했다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뛰어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무현' 이라는 이름 석자가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들여 그를 대통령을 만들었고 그 매력은 스크린 속으로 옮겨져 여전히 사람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일까?

 

2. 스크린과 객석 사이의 거리

 

 사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가 아니다. 그가 대통령으로 집권하던 5년 간, 그의 집권초기에는 요즘 고등학생들에게는 부끄러운 말이겠지만, 나에게 그는 내가 뽑지 않은 대통령이자 정치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던 고등학생이었고 그 다음해는 무엇을 해도 행복했던 대학교 1학년, 그의 임기 마지막 2년은 그 무엇을 해도 불행했던 군인이었다. 사실상 나 자신의 문제로 인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지, 무엇때문에 언론과 기성 정치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욕하는지도 나에게는 전혀 관심 밖이었던 시절이었다.

 

 그가 서거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복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당시의 나에게 그의 서거와 추모하는 이들의 눈물에서도 나는 철저하게 외부인이었다.

 

 그에 관한 나의 기억은 조각난 편린 같은 것이었다. 때로는 수더분한 동네 아저씨와 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양손을 주머니에 꼽고 기자들을 상대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무엇이 그를 바보라고 불리게 했는지도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추억했는지 도 잘 모른다. 어쩌면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만이 아닌 나처럼 한걸음 떨어져서 지켜보았던 그런 관객들을 위해 제작되었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3. 바보 노무현

 

 영화를 보며 느낀 바는 확실히 그는 정치인으로서는 낙제점일 지도 모른다. 부산에서 낙선을 하고 서울 종로에서 당선되지만 다음 총선에서 자신을 당선시켜준 지역구를 떠나 다시 부산으로 내려간다. 여전히 지역감정이 남아 있던 시절 참으로 무모 하고 바보 같은 모습이다. 물론 사람들은 이런 그의 정치와 그의 정의에 끌렸겠지만 말이다.

 

 영화 속에서 기록 영상이 튀어 나올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그 때마다, 카메라는 그의 얼굴을 비춘다. 그때마다 그의 쓴웃음 속에서 무언가 비애감 같은 것이 느껴져 슬픈 감정이 든다.

 

4. 노사모

 

 영화에는 '노사모'에 속한 이들의 인터뷰가 다수 등장한다. 그리고 정치인 노무현만큼이나 큰 축을 이루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노사모' 이다. 사실 이 다큐멘터리가 보여주고 있는 중요한 기간인 새천년민주당 경선과 '노사모'는 각기 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일 것이다.

 

 그들이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을 대통령 후보로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을 이끈 것은 노무현 후보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조직되고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를 격려하며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기적까지 이루어 내었다. 

 

5. 내러티브가 살아 있는 인간 노무현의 인생 

 

  영화는 다 보고 나면 확실히 사람들이 왜 인간 노무현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지 잘 보여준다. 그의 인생을 보고 있으면 기승전결이 잘 짜여진 소설을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

 

 가난한 어린시절. 그렇지만 그것을 뛰어넘고 사시에 합격 이 후, 정의감이 차있고 이상적인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표출하는 인권변호사 시절과 청문회 스타 시절, 여전히 이상과 정의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 좌절하며 4번의 낙선이 되는 시기. 그리고 지지율 2%의 군소 후보로 새천년민주당의 경선에 출마하여 최종적으로 대통령 후보, 대통령 당선까지 확정되는 시기. 그리고 슬픈 서거.

 

 예전부터 신화에 나오는 영웅 이야기와 비슷한 구조이다. 평생 정의감과 이상을 가지고 마이너로 살며 온갖 역경을 겪지만 결국은 성공하는 영웅의 이야기, 그런데 그 영웅의 이야기 속의 성공이 영웅 개인의 역량만이 아닌 우리 혹은 일반 대중이 만들어낸 이야기이니 어떻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있을까.

 

6. 우리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여러 날을 거치며 내가 평가하는 그는 '시민을, 시민 만을 믿었던 대통령' 이라고 평가를 하고 싶다. 역대 대통령 중에 그만큼이나 일반 시민들을 믿었던 이는 없었던 것 같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던 것도 그를 탄핵이라는 위기 속에서 구해준 것도 일반 시민들이었다. 그만큼이나 우리의 대통령(OUR PRESIDENT)라는 영어 제목만큼 어울리는 이가 어디 있을까.

 

 그렇지만 마지막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처럼 그를 너무 외롭게 놓아 두었던 것이 이 비극을 불러왔던 것 같다. 이제서야 그가 말했던 '노무현의 시대'가 온 것 같다. 비록 그가 했던 말처럼 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