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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보통 글을 쓸 때 처음 시작으로 무성의 하게 책 표지를 올리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저자인 기드 모파상의 사진을 올렸다. 왜냐하면 이 책은 모파상의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이다. 벨아미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벗' 이라는 의미이다. 책을 아주 쉽게 폄하하여 요약하자면 뭣 모르는 시골에서 상경한 청년이 파리에서 잘생긴 얼굴을 믿고 여자들을 이용하여 성공하는 스토리이다. 그래서 저자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저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개인적인 궁금함도 있었기 때문이다. (수염이 참 멋지신분 같다.)

 

 책을 읽고 난 후 놀란점이 있다. 어떻게 보면 요즘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장 드라마보다 약간 수위가 높아 보이는 이야기가 무려 '사실주의 소설' 로서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인데 나중에는 고개를 끄덕일만 했다. 어떻게보면 참 반전이랄 것이다.

 

 한 때 유행했던 TV 드라마에서처럼 조강지처를(애초에 조강지처랄 것도 없지만) 버리고 딴 여자를 만난 남자의 파멸 따위는 이 책에서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다. 그건 허구인 소설 속에서나 이야기지 이 사실주의적 소설은 그런거 없다. 영화 '식스센스' 이후 강박적으로 반전을 추구하는 창작물의 세태에서 다른 의미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2. 줄거리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조르주 뒤루아는 알제리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다 전역하고 프랑스 파리로 온다. 꽤나 큰 꿈을 안고 파리로 상경했지만 북무 철도 사무원으로 일하는 그의 생활은 곤궁하기 그지 없다. 그의 생활은 마치 갓 시골에서 상경해 사람들이 자신을 얕잡아 보지는 않을까 하며 전전긍긍하는 시골쥐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런 그에게 행운이 찾아오는데 바로 전우로 있었던 포레스티에를 만나서 우연히 상류사회의 파티에 참석하고 그가 근무하느 신문사 '라비 프랑세즈' 에 입사를 한 것이다. 파티에 참석하면서 뒤루아는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얼핏보게 되고 상류사회로의 진입을 열망하게 된다.

 

 그때부터 뒤루아는 자신의 재능(매력)을 십분 발휘하여 신분상승을 추구한다. 필요에 따라 여자를 유혹하고 더 높은 계단에 발을 디디기 위해 원래의 여자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취한다. 그러는 와중 마음만 앞설 뿐 글한줄 제대로 쓰지 못하던 기자 뒤로아는 장관을 글 몇편에 매장시켜버릴 정도로 뛰어난 논평가로도 성장한다.

 

 뒤루아의 욕심은 점점 더 커져간다.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을 경멸하면서도 그들 처럼되기를 원하고 결국은 자신의 정부였던 이의 딸과도 결혼을 하게 되는데.

 

 

3. 마치며

 

 책은 인간의 추악한 욕망 혹은 순수한 욕망과 그 힘을 잘 드러낸다. 몇 푼 안되는 돈으로 살아남기 위해 식사를 굶어가며 다음 월급을 기다리며 궁상 맞게 살아가는 뒤루아를 밀어 올린 것은 상류층을 향한 욕망이었다. 실제로 책을 보면 알 수 있듯 뒤루아는 그렇게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소심하고 게으르다는 표현이 옳다. 대학을 가려고 했지만 포기하고 군인으로 성공하려고 했지만 일찍 전역해버린다. 그래서 도피하듯 도착한 곳이 파리였는데. 거기서도 성공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는 그를 최상류층으로 밀어 붙인 것은 얼핏 엿본 상류사회와 그에 대한 욕망이었다.

 

부유하고 유명한 권력가의 집 만찬에 초대되고 야회복을 입었다는 그 사실 때문에

그는 새로운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소설은 이 사회에서 사랑이나 결혼은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의 결과와는 거리가 먼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오히려 작중에 단 한번도 결혼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정부로 지낸 '드 마렐' 부인과의 관계가 육체적 욕망이긴 하지만 가장 순수한 감정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들 정도이다.

 

뒤루아 씨, 저는 사랑에 빠진 남자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아요. 그런 사람은 바보가 되는 법이거든요.

 

  모파상이 뒤루아라는 캐릭터를 빌어 설명하는 프랑스 파리의 상류 사회는 모순 덩어리다. 결혼은 성공의 발판을 위해서 사용되고 사랑과 육체적 쾌락은 정부를 통해서 충족 시킨다. 정부고위 관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권력을 남용한다. 그리고 선출된 인물들 마저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선출된 이유는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언론이 행하는 일은 사회 정의와는 관련 없이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 권력과 결탁하여 돈벌이를 위해 확인도 되지 않은 글이나 정부의 청탁을 받은 글을 그대로 실을 뿐이다.

 

 그런데 무섭도록 놀라운 점은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한 뒤루아는 성공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인 뒤루아의 파멸이 혹은 그를 막는 난관이 언제 나올까 싶지만 그런게 없다. 난관이 없다기 보다는 있긴한데 솜씨 좋게 해치운다. 사랑을 팔아서든 부인을 팔아서든 말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쉬이 인정해주는 것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는 결국 자신이 다니던 신문사의 사장의 딸인 쉬잔과 결혼식을 올린다. 사장은 국채 투매로 거대한 부를 이루어 파리에서 제일가는 부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는 원래 처와 간통죄라는 명목으로 이혼을 하고 자신을 무시하던 장관을 여기에 엮어 파멸시킨다.

 

 그리고 쉬잔과의 성대한 결혼식 당일

 

 그는 구경꾼들이 울타리를 이룬 높은 돌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그러나 그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눈앞에는, 거울 앞에 앉아 그의 관자놀이 위 곱슬머리를 매만지던 드 마렐 부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책에도 잘 찾아보면 꽤나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등장한다. 바로 '노르베르 드 바렌' 이라는 인물이다.

 

"난 인간의 정신이, 돈 많은 갑부들의 돈을 눌러 이기는 승리를 위해 건배하겠네."

 

 그렇다면 그의 일생을 어땟을까.

 

밤에 집에 돌아가도 혼자이고 아무도 돌봐 줄 사람이 없고, 게다가 내 주위에 정체 모를 위험, 알지 못하는 무서운 것들이 우글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견딜 수가 없다오. 낯선 이웃과 나를 가로막은 벽은 멀리 보이는 별처럼 그와 나를 떨어뜨려 놓고 있지

 

 가끔 이런 책들을 보면 인간은 끊임 없이 발전했다고는 하는데 근본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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