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들어가며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탓일까?
‘공정, 정의, 기회, 상식’ 등의 단어가 온갖 매체에 튀겨지는 팝콘처럼 떠다닌다. 이 책의 영어 원제는 ‘THE TYRANNY OF MERIT’ 이다. 무미건조하게 직역해버리면 ‘능력의 압제’ 나 ‘능력주의의 압제’ 정도 될 것 같은데. 기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인 ‘정의란 무엇인가’와의 연관성과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던 (20년 12월) 사회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공정하다는 착각’이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책은 우리 사회에(정확히는 미국사회에) 만연해있는 능력주의 도덕의 허상과 폐해를 비판하고 그것이 어떻게 민주주의 사회를 병들게하고, 그로인해 소외된 사람들의 분노가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그리고 그 분노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얼마나 이 사실에 대해 무지한지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2.주요내용
책은 서구 사회에 능력주의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사회의 주류 이념이 되었는지도 설명해준다. 물론 서구사회에 수백년 이상 영향을 끼쳐 온 종교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보니 우리사회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저자의 개인적 경험담으로 적어놓은 중국 대학교에서 일화를 봤을때, 그 결과는 우리나라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능력주의란 무엇인가? ‘과거 가문, 혈통 등 개인의 의지와는 관련없이 선천적으로 이어지는 특권이 아닌 개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라고 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직관적으로 혈통이나 가문에따라 부와 성공이 이어지는 사회보다는 뒤쪽에서 묘사하는 사회가 훨씬 공정하고 평등해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책은 우선 능력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비판한다. 과연 우리사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재능과 노력에 따라 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있을까? 한 때, 아니 지금도 수저론이라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입에 오르내리는 사회에 살면서, 빈부격차는 계속해서 커지고 부의 대물림은 심해지고 계층간의 이동성은 점점 떨어지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과연 우리사회에 능력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예’ 라고 대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능력주의가 완벽하게 작동을 한다면 그 사회가 진정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책은 재차 질문을 던진다.
모든 이에게 평등한 기회가 부여되고 그 능력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일견 평화로워보이고 공정해보인다. 다만 여기에도 함정이있다. 바로 보상에 관한 것이다. 사회의 수요에 따라 그 보상의 크기가 측정 될 것이라는 항변은 굉장히 안이한 이야기이다.
책에서는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인 ‘월터 화이트’를 예로든다. 월터는 고등학교 화학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재정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소시민이었다. 그런그가 암선고를 받고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고순도의 마약을 제조하는 마약상 ‘하이젠버그’로 변모한다.
하이젠버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월터 보다 훨씬 더 큰 돈을 번다. 과연 누가 옳은 것일까?
마지막으로 책은 능력주의 사회속에서 성공을 했고, 그 이유로 자신이 옳고, 도덕적이라 믿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사회에서 성공을 하게 해준 능력과 민주주의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는 도덕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 설파한다. 그리고 이런 능력주주 사회에서 인재 선별기 역활을 하는 대학을 비판하며 일의 존엄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3.마치며
수저론이 횡행하고 부모를 잘 둔 것도 능력이라고 SNS에 부끄럼 없이 이야기하는 시대이니 우리사회에 능력주의가 얼마나 일상화 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나도 한때,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기회의 평등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책을 읽고서 그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는 능력주의가 우리사회에 주는 가장 큰 폐해로 승자에게는 오만함을 패자에게는 굴요감을 줌과 동시에 승자들의 성공에 도덕의 틀을 씌을다는 점이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런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는 그런 이미지가 퇴색 했지만 선출직이 아니면서 상당한 권력을 쥘 수 있는 판검사에 대해서 정의롭다는 이미지가 사람들 사이에서 꽤나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능력에 의해 선별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일반 시민들보다 법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 등 이 탁월하다고 해서 그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이 점에은 성공한 기업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누군가가 많은 이들이 원하는, 어떤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옳고 시민사회를 이끌어나갈 능력이 있다고 믿어서는 곤란하다. 그의 성공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을 수도 있고 그저 운과 때를 잘타고 나서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능력주의로 인해 포퓰리즘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고 능력주의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자극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당선 되었다고 말했다. 과연 능력주의의 광풍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4. 기억에 남는 문구
오늘날 양극화된 정치 환경을 넘어 길을 찾으려면 능력주의의 장단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능력주의의 의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는가? 직업의 귀천 없음을 무너뜨리고, 많은 이들이 엘리트는 교만하다고 여기게끔 달라지지 않았던가? 세계화의 승리자들이 자신들은 '얻을 만한 걸 얻었을 뿐' 이라고 스스로 정당화하도록 그리고 '능력주의적 오만'에 빠지도록 바뀌지 않았던가?
기회의 평등은 부정의를 교정하는 데 필요한 도덕이다. 그러나 그것은 교정적 원칙이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적절한 이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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