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 생각의 잡음 - 대니얼 카너먼

인지과학, 뇌과학 등이 발달하며 ‘합리적인 인간’에 대한 인식이 꽤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인간의 불합리성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철인통치’ 와 같은 합리적인 인간에 대한 환상 역시 가지고 있었음을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이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는 직업은 존재한다.
판사, 의사와 같이 한번의 판단으로 인해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은 높은 수준의 고등교육을 거치는 동안 두뇌를 평가 받으며 직업을 가진 뒤로도 선배들의 지도와 실무를 거치며 경험을 쌓아 나간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그들은 일종의 판단 전문가로서 활동한다.
그들이 항상 100%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꺼라 기대하거나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 과연 이런 이들은 얼마나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을까?
책은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모든 판단에는 잡음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 잡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비용과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가들이 항상 옳고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큰 병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으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진단을 다시 받아보고 다른 의사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통해 특히나 전문가들의 판단이 자신의 집단과 관련 된 문제가 되거나 아니면 개인적 이익과 결부되는 일이라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판단이 나오게 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사실 이건 의도한 왜곡된 판단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긴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런 판단의 소음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할 문제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판단에 소음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의 날씨, 컨디션, 판단을 내리는 시간에 따라서도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일에 대해서 다른 판단을 내린다. 전문가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로 인해서 생기는 비용이나 부작용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지 모른다.
책의 내용을 읽다 보면 고도로 훈련 받은 전문가들이 내리는 판단 또한 A.I에게 맞기는 것이 적합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은 과거의 사례들을 학습하여 판단을 내리는 A.I가 동일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면 판단에 대한 변산성은 줄어들 것 같지만 개별적 사실에 대한 가치판단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도 생긴다. 그리고 애초에 학습하는 내용이 잘 못 되었을 경우도 문제겠지만 말이다.
한 때, 인간은 뇌의 기능의 10%로만 활용하고 있으며 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으면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다는 식의 소문과 영화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뇌과학이 발달하며 그런 이야기는 사라지고 인간이 본성적으로 가지는 한계가 계속해서 드러나는 것 같다.
그리고 승승장구하던 인간이 기후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 없이 신에 가까워지고 있던 인간이 점점 한계를 느끼고 주춤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을 쏘아올리고 미지의 우주를 끝 없이 탐구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인간은 어떻게 될까?
자신의 판단 권한을 A.I에게 넘길 수도 있을까?